[Review] 13년 인기의 비결, 뮤지컬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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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인기의 비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오랜만에 즐거운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작년 이맘때, 장유정 작가의 또 다른 흥행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었다. 그 당시 느꼈던 따뜻한 감성이 줄곧 마음에 남아 작가의 또 다른 작품도 보고 싶었다. 1년 만에 기회가 생겨 드디어 보게 되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혹시나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2시간동안 웃고 눈물 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에 많은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현장 스틸컷<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정신병동에서 사라진 최병호씨를 찾으려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다른 캐릭터들의 과거이야기가 함께 존재하는 스토리이다. 치매걸린 이길례 할머니, 알코올 중독자 정숙자, 새내기 사회복지사 김정연, 그리고 최병호의 이야기까지. 캐릭터마다의 사연이 더해져 더 다채로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스토리가 길거나 깊지 않아서 본 내용을 즐기는 데에 큰 지장이 없어서 좋았다.
현장 스틸컷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치매 할머니 이길례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분홍색 한복이 잘 어울리는 어린 이길례 할머니, 그리고 상큼하고 당돌한 열여섯의 배달부. 순수하디 순수한 두 사람의 시간을 짧고 간결하게 잘 담아냈다. 그리고 곧이어 들이닥치는 비극의 순간까지도. 배달부와 이길례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순간이 너무나 인상 깊었기 때문인지 뒤이어 일어나는 비극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어찌나 인상 깊었던지, 나는 하이라이트인 최병호의 사연보다 이길례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 여운이 남았다. 물론 최병호의 이야기도 슬펐다. 정확히는 최민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최민희의 이야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현장 스틸컷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도 많았다. 이길례 할머니와 정숙자의 케미, 닥터리와 병원 사람들의 케미, 베드로의 반전 매력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닥터리 배우분의 변신이었다. 캐릭터들의 사연이 소개되는 대목에서 닥터리를 연기한 배우가 다른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벌기 위해 능청스럽게 시간을 끈다. 한 번은 열여섯의 배달부가 되어서 관객들의 사연을 배달하기도 하고, 한 번은 능글맞은 플레이보이가 되어 여러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유는 초코우유도 커피우유도 아닌 아이러브유”라는 대사를 느끼하게 소화하는 배우 덕에 한참을 웃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 탓에 배우들이 여러 역할을 소화하고, 여러 옷을 빠르게 갈아입어야 한다.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커튼콜
좋은 점도 많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생각보다 뮤지컬 넘버가 입에 붙지 않아 참 아쉬웠다. <김종욱 찾기>의 경우 뮤지컬 넘버가 기억에 잘 남아서 며칠을 따라 부르곤 했었는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반복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뮤지컬에서는 관객의 기억에 많이 남기 위해 한 가지 노래를 변형해서 여러 번 반복하고는 한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면, 그만큼 반복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또한, 꽃님이나 닥터리의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 곳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닥터리의 말처럼, 닥터리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극이 끝나고 나서도 이 뮤지컬을 곱씹어보게 되고, 여운이 남으니까.
오랜 시간동안 사랑 받은 뮤지컬이니만큼 역시 재미있었다. 대형 뮤지컬은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혹은 유명한 뮤지컬 배우의 고음자랑을 통해 만족을 많이 느끼지만, 소극장 뮤지컬은 스토리라인이나, 소소한 재미가 더 중요한 법이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 부분은 충실하게 만족시키고 있는 뮤지컬이었다. 또한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 때문에 캐롤이나, 배우들의 복장으로 크리스마스를 미리 느낄 수 있어 괜히 설레기도 했다. 실패하지 않는 소극장 뮤지컬을 즐기고 싶다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적극 추천한다.
[김미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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