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3년 인기의 비결, 뮤지컬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글 입력 2018.09.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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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인기의 비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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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즐거운 뮤지컬 한 편을 봤다. 작년 이맘때, 장유정 작가의 또 다른 흥행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었다. 그 당시 느꼈던 따뜻한 감성이 줄곧 마음에 남아 작가의 또 다른 작품도 보고 싶었다. 1년 만에 기회가 생겨 드디어 보게 되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혹시나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2시간동안 웃고 눈물 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에 많은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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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틸컷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정신병동에서 사라진 최병호씨를 찾으려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다른 캐릭터들의 과거이야기가 함께 존재하는 스토리이다. 치매걸린 이길례 할머니, 알코올 중독자 정숙자, 새내기 사회복지사 김정연, 그리고 최병호의 이야기까지. 캐릭터마다의 사연이 더해져 더 다채로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스토리가 길거나 깊지 않아서 본 내용을 즐기는 데에 큰 지장이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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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틸컷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치매 할머니 이길례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분홍색 한복이 잘 어울리는 어린 이길례 할머니, 그리고 상큼하고 당돌한 열여섯의 배달부. 순수하디 순수한 두 사람의 시간을 짧고 간결하게 잘 담아냈다. 그리고 곧이어 들이닥치는 비극의 순간까지도. 배달부와 이길례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순간이 너무나 인상 깊었기 때문인지 뒤이어 일어나는 비극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어찌나 인상 깊었던지, 나는 하이라이트인 최병호의 사연보다 이길례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 여운이 남았다. 물론 최병호의 이야기도 슬펐다. 정확히는 최민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최민희의 이야기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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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틸컷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도 많았다. 이길례 할머니와 정숙자의 케미, 닥터리와 병원 사람들의 케미, 베드로의 반전 매력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닥터리 배우분의 변신이었다. 캐릭터들의 사연이 소개되는 대목에서 닥터리를 연기한 배우가 다른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벌기 위해 능청스럽게 시간을 끈다. 한 번은 열여섯의 배달부가 되어서 관객들의 사연을 배달하기도 하고, 한 번은 능글맞은 플레이보이가 되어 여러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유는 초코우유도 커피우유도 아닌 아이러브유”라는 대사를 느끼하게 소화하는 배우 덕에 한참을 웃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 탓에 배우들이 여러 역할을 소화하고, 여러 옷을 빠르게 갈아입어야 한다.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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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도 많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생각보다 뮤지컬 넘버가 입에 붙지 않아 참 아쉬웠다. <김종욱 찾기>의 경우 뮤지컬 넘버가 기억에 잘 남아서 며칠을 따라 부르곤 했었는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반복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뮤지컬에서는 관객의 기억에 많이 남기 위해 한 가지 노래를 변형해서 여러 번 반복하고는 한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면, 그만큼 반복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또한, 꽃님이나 닥터리의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 곳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닥터리의 말처럼, 닥터리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극이 끝나고 나서도 이 뮤지컬을 곱씹어보게 되고, 여운이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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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동안 사랑 받은 뮤지컬이니만큼 역시 재미있었다. 대형 뮤지컬은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혹은 유명한 뮤지컬 배우의 고음자랑을 통해 만족을 많이 느끼지만, 소극장 뮤지컬은 스토리라인이나, 소소한 재미가 더 중요한 법이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그 부분은 충실하게 만족시키고 있는 뮤지컬이었다. 또한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 때문에 캐롤이나, 배우들의 복장으로 크리스마스를 미리 느낄 수 있어 괜히 설레기도 했다. 실패하지 않는 소극장 뮤지컬을 즐기고 싶다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적극 추천한다.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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