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 곳으로 가야만 하는 걸까 [도서]

글 입력 2018.09.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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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발간 소식을 듣고 두 가지 영화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하나는 <와일드>(2014), 다른 하나는 <나의 산티아고>(2015)이다. 책 프리뷰이지만 떠오른 김에 영화 이야기를 짧게 하는 게 좋겠다.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르다. 공통점은, 주인공이 각자의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기 위해 '고생길'을 자처하는 동기에서 여정이 시작된다는 설정이다. 차이점은, 주인공이 걷는 길,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전반적인 온도와 구성이다.
 
먼저 <와일드>는 제목처럼 여정의 험난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주로 주인공이 스스로의 지난 날들과 마주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 <나의 산티아고>는 힘든 여정에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잘 드러나 있다. 그래서 <와일드>보다 <나의 산티아고>가 더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다. 바꿔 말하면, <와일드>에서 인생의 어려움을 맨 몸으로 부딪치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이 더 잘 느껴진다. 주인공 각자의 동기에도 차이가 있고, 전반적으로 조건이 비슷한 이야기지만 아주 다른 영화 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다.


인생을 다시 세팅하고 싶을 즈음
저자는 혼자서 산티아고로 떠난다.
40일의 걷기 여행은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었고,
아픔을 보듬는 아주 긴 위로였다.
그리고 자신과 나눈 긴 대화였다.

-  기획노트 중
 

아마 책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의 저자의 경험은 <와일드>의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의 온도와 닮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와일드> 주인공이 걸었던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닌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 The Pacific Crest Trail)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책의 저자와 영화 주인공은 여성이라는 점, 부모를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여정을 택했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인 장소는 다를지라도, 어느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걷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제자 야곱이 이베리아 반도에
복음을 전파한 길이다.
 
순례길은 프랑스의 국경 마을
생장(Saint-Jean-Pied-de-Port)에서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려 800km 남짓 이어진다.
 
199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자 
중세부터 지금까지 1000년 넘게
순례가 이어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길이다.
매년 300백만 명이 걷지만 단지
15%만 완주하는 아주 긴 순례길이다.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장소 자체에 관해서도 궁금하다. 꼭 '그 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1000년 넘게, 그리고 저자는 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장소를 선택했을까.
 

철의 십자가는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내려놓고,
마음의 짐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곳이다.
나는 내가 내려놓고 싶은 아픔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철의 십자가 돌무덤에서 떠오르지 않던 아픔을
혼자 산길을 걷다가 불현듯 만났다.
 
꽁꽁 숨겨뒀던 ‘나’였다. 잘난 척 하는 나,
착한 척 하는 나, 너그러운 척하는 나,
귀신같이 핑계를 찾아 책임을 회피하는 나
그리고 겁 많고 용기 없는 약해 빠진 나를 만났다.
무겁게 짓누르던 내 안의 돌멩이는 바로 나였다.

-  기획노트 중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여행길에서 '나'를 찾고, 삶을 돌아본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뻔한 이야기일 수도 없기에, 저자의 경험을 온전히 듣고,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다.
 

“어떤 조건하에서 80명이 오른쪽을 선택할 때,
문학은 왼쪽을 선택한 20명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20명에게서
어떤 경향성을 찾아내려고? 아니다.
20명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왼쪽을 선택했음을 
20개의 이야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도 정확히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는 없을 
그런 상황을 창조하고, 
오로지 그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이것이 문학이다.”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 (p.65) 신형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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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디스커버리미디어
지은이 박재희
분 야 여행 에세이
사 양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면 수 320쪽
가 격 16,000원
출간일 2018년 9월 5일
ISBN 979-11-88829-05-7 0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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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재희, 넌 왜 걷는 거야?”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작. 리셋(Reset).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 시작인 셈이지.”
-19쪽

까미노에서는 몇 가지 마법이 일어난다. 첫 번째는 만날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마법은 필요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93쪽

인간은 그냥 몸이 다인가? 우리의 존재는 뇌의 기능으로만 증명될 수 있는 걸까? 기억을 잃어버리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생리 현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은 존엄하지 않은가?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소멸일까? 아우성 중에 아픈 이름이 떠올랐다. 엄마!
-155쪽

순례자에게는 궂은 날이 축복이다. 은총은 명랑하고 청명한 길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심술궂은 날씨는 덮어둔 기억을 소환해서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폭우는 깊이 숨어 있던 추억을 들춰내 서럽게 울게 하더니, 그 울음 끝에 또 다른 기억을 불러냈다. 조금 전까지 눈물 범벅이던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빙글 벙글 웃으며 걸었다.
-179쪽

한국 청년이 순례 길에서 1만 유로를 잃어버렸다. 3일 후, 놀랍게도 돈뭉치는 정확하게 청년 앞에 다시 나타났다. 순례자1, 2, 3, 4. 이렇게 네 명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달린 덕분이었다. 까미노가 상업화 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까미노에는 아직도 ‘선의’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까미노는 아직 ‘순수’가 살아 있는 곳이다.
-199쪽

철의 십자가는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내려놓고, 마음의 짐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곳이다. 나는 내가 내려놓고 싶은 아픔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철의 십자가 돌무덤에서 떠오르지 않던 아픔을 혼자 산길을 걷다가 불현듯 만났다. 꽁꽁 숨겨뒀던 ‘나’였다. 잘난 척 하는 나, 착한 척 하는 나, 너그러운 척하는 나, 귀신같이 핑계를 찾아 책임을 회피하는 나 그리고 겁 많고 용기 없는 약해빠진 나를 만났다. 무겁게 짓누르던 내 안의 돌멩이는 바로 나였다.
-213쪽

족욕을 하면서 나는 가족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독일, 한국에서 온 사람이 각자의 답을 찾는 여정에서 만나, 함께 걸으며 응원하고 위로를 건네고 아픔과 상처를 나눴다. 감춰야 했던 비밀도 선선히 나누어 가졌다. 피를 나누지 않았다고 해서 가족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273쪽

0.00킬로미터.
피스테라엔 까미노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바다와 등대를 배경으로 선 표지석이 내게 말하는 듯 했다.
“드디어 다 왔어.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어. 끝에 온 거야.”
내가 정말 왔구나. 비로소 나의 긴 여정을 끝낼 곳에 와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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