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검열, 필요악을 넘어서는 순간 연극 ‘괴벨스 극장’

글 입력 2018.08.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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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검열, 필요악을 넘어서는 순간 
연극 ‘괴벨스 극장’
 

2018 괴벨스 포스터 최종 티켓링크 (37-53).jpg


검열 [검ː녈/거ː멸]

<법률> 언론, 출판, 보도,
연극, 영화, 우편물 따위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하여
그 발표를 통제하는 일.

사상을 통제하거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는 임의의 약속을 통해서 구축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만든 약속은 정치가 되고 경제가 되고 나아가 그 사회의 문화로 피어난다. 때로는 정치와 경제는 우리네 일상과 너무나 멀다고 생각되지만, 약속의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들은 아무리 달아나도 그 안에 속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문화의 영역은 어떤가. 문화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관습 혹은 시대의 유행을 통해서 형성된다. 형성된 문화는 강제적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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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언제나 자기보존을 위해 필요악을 행사한다. 삼권분립에 기초해서 국가를 운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일정한 규칙 속에서 보호와 통제를 통해 국민을 대하는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악이란 단어로부터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이란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이때 의문이 드는 것은 ‘문화의 영역에서도 필요악이 선행되는가?’라는 물음이다. 물음에 대해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문화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답변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타당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문화의 영역에서도 필요악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행사한다.
   
2016년 ‘괴벨스 극장’의 초연 당시, 국가는 문화를 대상으로 필요악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검열을 통해서 대중에게 공개해도 타당하다 생각되는 작품들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시대에 웬 검열이냐’라고 생각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시 사회는 암암리에 검열을 하면서 문화를 통제하고 있었다.

검열이 일상이 된 세상을 향해 제 목소리를 외친 작품이 바로 ‘괴벨스 극장’이다. 작품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모토를 담았는지, 가장 검열이 엄격했던 시대를 무대 위에서 재현했다. 그것은 바로 나치즘으로, 나치 정권의 선정 장관이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일생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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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극장’은 액자 형식의 극 전개를 취한다.

괴벨스란 인물을 주로 다루지만 그 속에는 오늘의 우리가 있고, 검열하는 자와 검열당하는 이들의 모습이 공존한다. 멀리서 작품을 보았을 때는 괴벨스가 어떻게 대중을 속이고 선동하는지 괴벨스의 방식과 광기어린 나치즘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까이 보면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검열당하고 있는 어느 예술가가 있고, 종래에는 스스로 검열하며 표현하는 예술가의 소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괴벨스는 아무래도 검열을 통한 정화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한 건 아닐까 싶다. 또한 그는 실로 ‘내로남불’형 인물이다. 예술과 글이 선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간파했고, 비독일적인 책을 퇴폐적이란 이유로 불태운다. 대중이 너무 똑똑해지면 국가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 괴벨스다. 그렇게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예술가들의 예술적 영감을 검열이란 이름하에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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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의 언행은 굉장히 그럴싸하다. '대중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지배한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한 괴벨스는 검열을 필요악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의 의견은 나치 정권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치 정권 이전, 그 사회에 속해 있는 이들에게 ’검열은 반드시 필요한 악의 개념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쉽게 긍정의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검열이 필요악의 울타리를 벗어나 개인을 통제하려는 순간, 그것은 악 그 자체로 다가온다. 연극 ’괴벨스 극장‘은 자기 자신과 국가의 검열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또한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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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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