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의 실내악을 만나는, < 트리오 제이드 : 베토벤의 시간 '17'20 >

글 입력 2018.08.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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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로 트리오 제이드의 무대를 만끽했다.

사실 트리오 제이드의 공연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체는 아니었다. 너무 아쉽게도,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에 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대신 무대에 올랐다. 그로 인해 2부의 프로그램에서도 일부 변경이 있었다.




Programs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제1번
E-flat장조, Op.1/1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제2번
G장조, Op.1/2

Intermission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를 위한
알레그레토 B-flat장조, WoO 39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제7번
B-flat장조, '대공', Op.97




1부의 프로그램은 예정된 그대로 진행이 되었다. 첫 곡인 피아노 삼중주 1번에서는 활달한 1악장을 거쳐 노래하는 듯한 2악장, 활기찬 리듬이 충만한 스케르초에 이어 세 악기가 모두 즐기는 듯한 피날레까지 물 흐르듯 연주가 이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조합이 어떨지 궁금했던 이번 공연의 시작은 다행히도 좋았다. 여유가 느껴지는 바이올린 소리와 관록이 묻어나는 첼로 선율, 그리고 힘 있는 피아노가 '베토벤의 활기'라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는 듯했다.

이어서 피아노 삼중주 2번이 이어졌다. 1번보다 좀 더 깊이감이 있는 아다지오 서주로 시작하는 2번은 박지윤, 이정란, 박종해 세 연주자 모두 첫 곡보다 좀 더 풀어내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2악장은, 물론 베토벤 후기 작품들과 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베토벤의 깊은 감성이 묻어났다. 1번의 연주도 좋았지만, 특히 2번의 2악장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이정란 그리고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들려준 연주가 인상깊어서 오히려 1번보다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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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원래는 2부 첫 프로그램인 알레그레토 다음 피아노 삼중주 5번 "유령"과 변주곡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알레그레토 다음으로 피아노 삼중주 7번 "대공"을 배치했다. 아마도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다시금 합을 맞추면서 프로그램이 변경된 것 같았다.

피아노 삼중주 7번 대공은, 원래 2부에 예정되어 있던 5번 "유령"과 더불어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이다. 붙어있는 표제만 보아도, 아마 이 작품이 어느 대공에게 헌정되었을 것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고 곡의 분위기도 가늠해볼 수 있다. 표제에 부합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베토벤이 귀가 거의 들리지 않은 시기에 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당하고 우아하면서도 쾌활한 작품을 남긴 그는 정말 전무후무한 악성임에 틀림 없다.

"대공"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그 어떤 작품보다도,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첼리스트 이정란 그리고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조합이 빛났던 작품이었다. 피아노 삼중주 2번에서 느꼈던 그 감성에 더하여 세 연주자는 웅장하고 당당한 귀족적인 기상이 피부로 느껴지게끔 1악장을 연주해 주었다.

이어서 유쾌하고 감정을 고양시키는 2악장 역시 좋았지만,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3악장이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요하고도 느린 송가같은 이 악장에서 박지윤, 이정란 그리고 박종해 세 연주자는 깊이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떨림을 느끼면서 듣는 트리오 앙상블, 그 중에서도 첼로 선율은 정말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이와 완전히 대조되는 환희로 가득한 피날레도 물론 즐거웠지만, "대공"의 3악장은 말 그대로 이번 공연의 이유였다. 그 자체로 정말 베토벤의 시간을 만끽할 수밖에 없었다.

*

아마도 원래의 팀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니라 그런지, 이번 공연에서는 앵콜이 없었다. 피아니스트 이효주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하도록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합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을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다가오는 9월부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약하게 되면 트리오 제이드의 조합을 만나는 게 힘들어질까봐 이번 공연을 더 손꼽아 기다렸는데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함께 해서 베토벤 실내악으로 귀를 적실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기도 했다.

올해 12월, 내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트리오 제이드는 다시금 베토벤 실내악으로 국내 무대를 찾을 예정이다. 그 때에는, 완전한 트리오 제이드 조합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때에 만나게 될 베토벤의 시간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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