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립현대미술관 톺아보기 [문화 공간]

글 입력 2018.08.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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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고등학교 때 제주도에서 오신 국어 선생님의 방과후교실의 이름은 <현대시 톺아보기>였다. 제주도 방언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우리말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다녀온 후 생각했다. `아, 난 오늘 국립현대미술관을 톺아봤구나.`

▶톺아보다
: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더운 여름날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또 다른 시작> 이라는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저번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예술의 역할에 관해 쓴 책을 읽은 후(읽은 후 쓴 오피니언)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증가하던 차에 반가운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에 엔지니어와 예술가들이 결성한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라는 단체가 예술과 과학기술을 어떻게 융합시켰는지 보여준다. 전시회를 가기 전 찾아본 작품 몇 점은 찾을 수 없었으나 흥미로운 작품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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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흥미롭게 구경한 작품은 앤디 워홀의 <은빛 구름>이다. 세상에 수많은 앤디 워홀의 그림이 있고 여러 점을 봤지만, 이번 작품은 그간의 작품과는 달랐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땐 베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떠다니는 전구를 구상하다가 공학자 클뤼버가 만들어낸 것으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움직인다고 한다. 콩콩 뛰며 작품이 움직이는지 확인해봤으나 혼자 움직여서 작품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작품이 어떻게 한국까지 운반되었을지 작품의 운반과정이 상상이 되어 즐거웠다. 전시공간 옆에는 푸른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쾌적하게 앤디 워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니, 최고의 뮤캉스(뮤지엄+바캉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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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만난 작품은 한국과 미국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생활방식을 녹화한 영상들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학생 때 풍선을 사서 교실에 매달아 놓고 칠판에 낙서하던 날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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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사람들이 10년 뒤의 사람들에게 질문한 걸 들려주는 오디오 작품도 있었다. 미래에 영화관을 갈지, 모두가 한가지 언어를 사용할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작품 옆에는 10년 뒤 2028년의 우리에게 질문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ARE YOU MACHINE?’이라는 질문을 누군가 적어놓았다. 나는 애교 넘치게 10년 뒤 나와 남자친구가 결혼했을지 질문을 했고, 군인인 남자친구는 2028년에도 군대에 가는지 질문했다. 과연 10년 뒤에는 어떤 답이 기다리고 있을까?



올해의 작가상 2018

   
미술관을 둘러보니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 또 다른 시작> 외에도 여러 가지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올해의 작가상 2018> 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옥인 콜렉티브의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본 영상은 인천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인터뷰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였는데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서울이란 지역이 너무도 익숙하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사람인데 왜 편도 2시간을 소요하면서 서울에 있는 직장을 가야 하는지 토로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서울 쏠림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 살기에 당연히 학교를 통학하고 기숙사에서 살거나 자취하지 않았는데 만약 내가 다른 지역으로 학교에 다녀야 한다면? 전시를 보며 항상 익숙하던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구민자 작가의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이라는 영상 작품도 재밌었다. 날짜변경선으로 인해 피지의 타베우니라는 지역에서 날짜 변경선 동쪽은 오늘이고 서쪽으로 가면 어제가 된다. 그곳에서 날짜 변경선을 넘으며 하루를 두 번 사는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영상 옆에는 몇 시 몇 분에 무엇을 하라는 지시가 적힌 수첩 같은 것이 있어서 작품을 더 즐겁게 감상했다.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한 시간이 사라진 적이 있다. 시간이라는 게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때와 비행기를 타며 시차를 넘나들던 순간이 생각나 재밌었다.



윤형근 작가, 그리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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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윤형근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에 가기 전 우연히 이번 윤형근 전시에 대한 설명을 보게 되었는데 윤형근은 화가 김환기의 사위로서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 미술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설명과 그의 작품 중 <번트 엄버 Burnt Umber (다색)>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직선에 가깝게 기둥을 그리는데 이번 그림은 기둥들이 기울어지게 그려져 있다. 1980년 6월에 그려진 이 그림은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렸다고 한다. 그가 평상시에 그리던 그림과는 다른 이 그림을 보며 기둥이 쓰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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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전시는 올해 말까지 이어지나 <예술과 기술의 실험(E.A.T) : 또 다른 시작>은 9월 16일까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전시의 퀄리티도 좋고 공간 자체도 넓고 쾌적해서 추천하는 미술관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해 경복궁, 삼청동 등 발을 옮기는 곳곳이 예술이다. 더운 여름 미술관으로 바캉스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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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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