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뱅 쇼메 감독의 영화 '일루셔니스트' [영화]

글 입력 2018.08.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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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와 '실뱅 쇼메' 감독의 콜라보


몇 달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 <낯익은 세상>이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에 의해 영화화된다는 것이었다. 노동과 생산의 문제, 부와 빈곤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던 황석영 작가와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내는 실뱅 쇼메 감독이 만났을 때 발생되는 시너지는 어떠할지 매우 기대가 크다. 현재 <낯익은 세상>은 개발 상태에 들어갔으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실뱅 쇼메의 작품을 좋아하고, 소장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 <낯익은 세상>은 2011년 발표된 장편 소설로, 배경은 1970년대 후반의 서울 난지도를 형상화한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 ‘꽃섬’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시의 발달에 비례하여 생성되는 쓰레기와 그와 함께 살아가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성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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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와의 만남


이런 사회의 문제점을 통찰하는 소설의 영화화에 실뱅 쇼메 감독이 참여했다는 것은 꽤나 어울리는 선택인 것 같다.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주제들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태까지 실뱅 쇼메가 다뤄왔던 주제들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일루셔니스트>, <벨빌의 세쌍둥이>를 보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 내는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실뱅 쇼메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은 그의 2013년 작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고 난 후였다. 아름다운 색감과 독특한 스토리가 인상 깊어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예전 작품들이 궁금했던 나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중 그가 감독을 맡은 <일루셔니스트>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평이 굉장히 좋았고, 나는 홀리듯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일루셔니스트>_소개와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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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는 2010년에 발표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50년대 말의 파리와 에든버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루셔니스트(마술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이 든 남자이다. 1950년 말. 파리는 로큰롤의 탄생과 함께 뮤직홀의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좀 더 스펙타클한 자극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자, 일루셔니스트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여러 장소를 힘들게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시골 극장에서 일하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앨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는 그가 진짜 마술을 부릴 줄 아는 ‘마술사’라고 생각했고, 부푼 기대를 안고 그를 무작정 따라나서게 된다. 주인공은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을 때, 자신의 마술에 박수를 보내는 이 소녀와 동행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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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소녀가 노신사와 함께 길을 걷다가, 아름답고 값비싼 옷이 진열되어 있는 쇼윈도를 보게 된다. 자신이 실제로 요술을 부린다고 믿는 소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였을까? 그는 힘들게 돈을 벌어, 그 옷을 구입한다. 그리고 정말로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소녀에게 옷을 선물한다. 그리고 소녀의 ‘판타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일루셔니스트’가 되기 위해서, 그녀가 원하는 구두와 장신구들을 선물한다. 하지만 줄어드는 일자리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노인은 단순히 ‘소녀의 믿음’만으로 ‘일루셔니스트’라는 직업을 지속해 나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노인은 소녀를 마법처럼 지켜주던 역할에서 벗어나, 현실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남기고 소녀를 떠난다.


“Magicians Do Not Exist."

"마법사는 없어“

 
소녀는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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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에 대한 감상


영화를 보고 난 후 노신사의 경제적 어려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철없는 ‘앨리스’가 그렇게 미워 보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혹자의 주장처럼 ‘된장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까운 예로 우리 스스로를 생각해보기만 해도 그렇다. 어렸을 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일루셔니스트’들에 의해 자라왔다. 부모님을 포함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마술’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서운해하거나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깊이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과 미안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이 영화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애정 섞인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파리와 에든버러의 당시 모습을 보여준다는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밖에 존재하는 일루셔니스트의 삶과 그를 포함해 일자리를 일은 사람들, 관객이 없는 뮤직 홀, 바 등에서 실제로 누군가가 겪었던 시대의 흐름과 그 속에 피어나는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



신작에 대한 기대


환상을 꿈꾸는 소녀와 ‘일루셔니스트’의 등장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글프고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에 실뱅 쇼메가 새로 작업하게 된 황석영 작가의 <낯익은 세상>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 싶다. ‘꽃섬’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우리는 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섬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는 꽃 대신 쓰레기가 존재하며,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삶이 존재한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사회를 향해 씁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두 작가와 감독의 손을 거쳐 탄생할 작품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 그들의 작품세계가 <일루셔니스트>라는 수작을 이을 좋은 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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