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로맨틱 코메디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

글 입력 2018.08.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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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메디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



요즘 나는 연애소설을 자주 읽는다. 업무와 관련된 독서가 어쩔 수 없는 목적 지향적이라면, 연애 소설은 목적과 관계 없는 그야말로 감정 지향적 독서다. 연애를 글로 배우려고? 아니다. 연애는 지금도 잘하고 있다. 다만, 연애의 목적이 이상주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게 조금 아쉬울 뿐. (결혼을 앞두니 나의 연애가 의식주 해결과 결혼이라는 과업과 맞닿아 있기에)

연애가 안정기가 들어서면서 일명 ‘썸’이라는 감정을, 흔히 ‘밀당’이라 부르는 연애 초반의 감정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했다. 연애 소설을 읽자. 내가 못해본 연애 (그 상대는 내 인생에서 단 하나지만, 글로 만나는 연애상대는 무한대니까)를 글로 만나보자고. 나에겐 연애소설이 사랑의 묘약이다. 나를 사랑하게 하고, 나를 치유해주는, 사랑스러운 말로 상대를 사랑하게 해주는 약. 그런 약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랑의 묘약’을 처음 만난 건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다. 프리뷰에서 언급했듯, ‘사랑의 묘약’ 오페라는 남자주인공인 시골 청년 네모리노의 순수하고 가슴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메디 오페라다. 다소 장벽이 높은 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많이 추천되는 작품이기도 한데, 특히 돌팔이 약사 둘카마라가 파는 가짜 약에 정신 못 차리는 익살스러움이 인상적인 오페라이기도. 그래서일까? 언제 봐도 보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유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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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관람한 ‘사랑의 묘약’은 부제가 덧붙는다. 바로 ‘3D 오페라’다. ‘‘Projection Mapping’기법을 사용한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의 첫 기획작품이라는 타이틀이다. 지금껏 오페라 무대는 흰 무대배경에서 공연을 하고 했는데, 이번 기법을 이용하면서 보다 더 화려한 배경에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셔 작품의 퀄리티를 높였다. 다시 말해,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작품 스토리에 알맞은 이미지를 구현하여 미디어 아트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사랑의 묘약’ 속 ‘영상의 묘약’이라 해야겠다.

그래서일까? 이번 오페라를 보면서 이전과 다른 매력을 꼽자면, 문학 속에서 만났던 ‘사랑의 묘약’이 영상 속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무대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주인공이 나와 내 머리 속에서 내 눈속에서 사랑의 묘약을 열연하였다. 눈으로 보고 읽는 ‘연애소설’이 펼쳐진 셈이다.

이번 공연에서 추가적인 매력을 꼽자면, 바로 ‘배우들의 명품 연기’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오페라는 원작의 대사 전달력이 조금 미흡한 편이었다. 이건 뮤지컬이나 다른 외국 원작이 한국에서 무대에 오를 때 늘 걱정되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도 보기 전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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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내 어긋난 기대감에서 비롯되었음을 이 글을 통해 사과한다.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는 첫 기획작품답게 다양한 시도와 준비로 관객들을 맞이하였다. 기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안무의 색다른 완벽성 (개인적으로 안무 감독님과 찬사를 고한다), 무대를 이끌어가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하모니도 빼 놓을 수 없었으며, 원작이 지닌 각자 캐릭터가 배우들의 명품 연기에 잘 배어 나왔다. 마치 각각의 재료들이 잘 조리된 맛있는 저녁 한상차림을 배부르게 대접 받은 기분이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나는 오페라에 대한 색안경을 살짝 벗어두기로 했다. 실제 ‘사랑의 묘약’에서는 묘약 효능 때문에 해피 엔딩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돌팔이 약장수가 파는 싸구려 와인에 영원한 사랑을 믿은 네모리노는 결국 밀당하던 짝사랑 아디나와 사랑을 맺는다. 묘약은 그저 이들의 사랑을 거둘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랑에는 음악과 배우, 무대와 아트.. 다양한 묘약들이 어울려 한편의 연애소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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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연애소설은 어떻게 엔딩을 낼까? 요즘 내가 읽는 연애소설처럼 해피엔딩일지, 오페라 ’사랑의 묘약’처럼 지금처럼 해피엔딩일지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걸까? 나도 네모리노처럼 와인 한잔에 사랑을 속삭여야 하는 걸까? (아니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려야겠다) 꼬리 물기 상상을 하며 로맨틱 코메디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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