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 명의 요정들이 보여준 달 '천강에 뜬 달' [공연]

글 입력 2018.08.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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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요정들이 보여준 그 달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로웠으며, 눈물이 났다. 처음에는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마당극은 시작되었다. 큰 토대는 수로왕과 수로부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왜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내용을 알면 알수록, 정말 소름을 금치 못했다.

설화 속 이야기들이 비슷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5.18의 그 때에도, 지금 현재에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기존의 필자가 생각했던 마당극은 이야기를 즐겁고 가볍게 놀면서 얘기하듯 극을 이룰줄 알았지만 극은 생각보다 너무 차갑고 매섭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임금님 귀는 당나기귀, 숨바꼭질, 해님과 달님의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섞어 현실을 풍자한 이 극은 그 끝을 알면 알수록 더 잔인하고 슬프게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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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할머니, 비정규직 청소부인 아내, 보험회사에 다니는 남편, 그들의 딸과 공무원 준비를 하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까지. 극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힘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정작 그 사람들의 안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상류층들을 풍자극에 맞게 우스꽝스럽게 묘사했지만 우리 주변에 누군가들을 연기한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실감나게 표현되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 극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은 부부의 자식들의 이름이었다. 장남 '벼리'와 막내 '다리', 별과 달. 처음에는 그저 극의 제목에 맞췄겠으니 하고 생각했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또 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정말 소름이 돋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는 극의 스포일러를 주의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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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인 벼리는 부모님의 바람에 따라 억지로 3년 동안 공무원 공부를 하게 되지만 끝내 본인의 길을 찾고자 그만뒀다. 그런 벼리의 마음을 일찍이 눈치챘던 아버지는 진작에 그에게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반대한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청소부원이었던 어머니는 그들의 세상을 잘 알기에 아들에게 계속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이는 결국 비극을 낳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에게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벼리의 말에 어머니는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들의 직장은 모두 똑같은 건설공기업이었다.

'차별없는 기업, 국민을 위한 기업'을 모토로 삼는다던 그 건설회사에서, 어머니는 고위관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압박까지 했다. 그렇게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은 어머니에게 곧바로 들려오는 소식은 바로 아들이 그 기업에서 막노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었다. 장례식에서 흔히 보는 검은 천 안으로 아들이 요정들과 함께 부모의 곁을 떠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들의 곁을 떠난다. 부모가 뒤늦게 피켓을 들고 일어나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는 시위를 벌이지만 몇 차례동안 마치 5.18의 그날처럼 군인들의 위협이 매섭게 쏟아진다.

그리고 다시 공기업은 말한다. '저희는 국민을 위한 기업이며, 국민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기업입니다.'라고 말이다.

다리는 어느 날 할매에게 물었다. "과연 우리 부모님도 내가 사라지면 슬퍼할까?" 그 말에 할매는 다리에게 당연한 일이라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다리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리 예쁜 너를 그리워하지 않겠어? 우리 예쁜 월이." 다리는 그리고 할매와 달을 보다 용에게 집어삼켜지고, 뒤이어 수로부인의 마지막 이야기가 나온다. 수로부인이 용에게 납치되어 수로왕은 시름에 빠진다. 어떻게 그녀를 찾아야 할까 고민에 빠진 그에게 한 영감이 다가와서 말하길, 용에게 간절하게 마음을 전하라고 이른다.

수로왕은 용에게 진심을 전해 수로부인을 다시 되찾았지만, 할매의 제삿상에 밥은 또 하나 늘어나게 된다. 다리가 다가와 할매에게 묻는다. "할매 왜 밥이 세 개야?" "응, 하나는 우리 남편, 하나는 우리 영철이, 마지막 하나는- 우리 다리."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며 밥을 먹는 다리, 그리고 그녀를 슬프게 보는 할매와 저 멀리 그녀를 지켜보는 그녀의 부모. 마지막으로 할매는 말한다. 이제는 부모님께 가고 자신에게 오지 말라고. 멀어지는 할매를 뒤로 다리는 계속해서 소리친다. 할매! 할매!! 할매!! 별과 달이 서글프게 죽음을 맞이했다.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별과 달의 죽음의 눈물만 났었다.

*

극이 끝나고 주변의 상황은 모두 똑같았다. 모두들 충격적인 극의 내용에 훌쩍이고 있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너무 많이 울었던 것 같았다. 울어서 아픈건지, 아니면 마당극의 내용이 머리가 멍했던 건지 아직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또 오게 된다면 꼭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 이제는 '쪽빛황혼'을 공연한다고 하니 시간이 나면 모두들 함께 그들의 공연을 보러갔으면 좋겠다. 그저 즐거운 마당극이 아닌 무게감이 있는 극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당극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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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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