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 숟가락만 더, < 판소리 오셀로 >

글 입력 2018.08.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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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 숟가락만 더
판소리 오셀로


사실 필자는 '젠더적'인 작품을 감상하는데 조금 더 삐죽한 시선을 보낸다. 진실로 바라건대, 독자가 이 말이 안티페미니스트의 말로 이해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필자 '젠더'라는 이름아래 만들어지는 작품들 중 깊은 성찰에 닿는 대신 하나의 행동강령으로만 남아 허무한 메시지가 맴도는 것들을 너무 많이 봤고, 그것이 너무 싫었을 뿐이다. 그런 작가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 아니다. 섬세하고 맛있는 재료에 대한 음식 애호가의 예민함이라고 해야할까? 그 누구보다 예민해야할 아티스트가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지 않길 바라는 한 개인으로서의 욕심과 오만이라고 해야할까? 한 인간의 정체성은 다양하게 빛나는 아름답고 영원불멸한 다이아몬드면서도, 어느 순간 누군가를 쉽게 찌르고 부서지는 유리같다. '사랑'과 직결되는 젠더는 더욱 그렇다. 예민하고 복잡해서 더 아름다운 '젠더'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젠더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거나 단순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젠더'에 대한 의식과 고민은 우리가 영원히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 중 하나다.

<판소리 오셀로>는 그런 맥락에서 필자의 귀를 좀 더 잡아당겼다. <판소리 오셀로>는 2017년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초연된 것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작 <오셀로>를 판소리의 공연 양식과 결합한 작품이다. 작품은 19세기 조선의 기녀(妓女) 설비(說婢) ‘단(丹)’을 통해 만나는 오셀로 이야기다. 원작이 남성중심적 사건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의심, 질투, 파국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정서를 이야기 한다면 <판소리 오셀로>는 여성적, 동양적 가치를 작품 안에 투영하여 원작의 비극성을 초월하는 대안적 세계관에 대해 보여준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도로도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연출가 임영욱은 <판소리 오셀로>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판소리가 갖는 ‘서사극’적 특징을 십분 활용하여 공연 양식으로서의 ‘판소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더불어 박인혜는 판소리 음악극에서 종종 발생했던 작곡과 작창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며 우리가 몰랐던 판소리의 다양한 면보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전통 창작극이 실험을 넘어서 장기적 생명력을 지닌 작품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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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처음 극 소개를 읽었을 때 두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서양-남성'의 서사를 '동양-여성'로 풀어간다는 것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과, 하나의 세상을 또다른 시선으로 멀리 떨어져 이야기하는 구조가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감상자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서양-남성' 오셀로를 서술하는 주체는 19세기 조선에 있지만, 그녀를 정말로 만들어낸 것은 페미니즘 이슈가 도래한 2018년 한국이다. 동시에 서구화의 물결을 휩쓸려 전세계에서 비슷비슷한 건물과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다.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별을 받고 있지만 가장 화두가 되는 '여성'과 '전통'을 '남성'과 획일화된 '서구'문화를 대치시킨다. 차별을 고발하는 것은 늘 중요하지만, 단순 고발을 위한 작품은 교훈이나 행동강령으로만 남을뿐,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단순한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 것은 어렵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별은 고발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다. 하지만 고발만이 목적이라면, 기사와 다큐멘터리가 더 옳은 방법일 것이다. 사건과 증언에 그대로 담겨진 현실은 표현되는 것만으로도 다채롭지만,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탄생하고 재현되는 작품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사실 이런 것들을 다 걷어내고서, '오셀로'를 판소리로 표현하고 흡수하려는 시도는 문화예술계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기대를 더하고 싶다. 필자는 작품이 '동양 여성'의 이미지에만 갇히길 바라지 않는다. '여성의 이미지'가 통합과 조화라면,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찰과 질문들을 다룰 수 있다면 작품은 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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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판소리 오셀로
- 2018 정동극장 창작ing 첫 번째 -


일자 : 2018.08.25(토) ~ 09.22(토)
 
*
09.07(금) ~ 09.09(일)
공연없음

시간
화-토 8시
일 3시
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희비쌍곡선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80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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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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