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회를 비추는 예술이라는 달 [공연 천강에 뜬 달]

글 입력 2018.08.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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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대학로에서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 달>을 보았다.

마당극이라는 극의 장르 때문인지 4~50대의 관객도 많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많았다. 마당극이라 모두가 공연장 근처에 옹기종기 앉아있을 걸 상상했는데 현대식 극장에 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무대 위에 마련된 일부 객석을 제외하곤 기존의 공연관람방식과 같았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180813_000952684.jpg
 

극은 삼국 설화에 나오는 수로부인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현대의 518운동과 세월호, 그리고 한국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투쟁들에 대해 다룬다. 정동수 가족을 중심으로 꿈과 노래를 매개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극 시작 전부터 2명의 군인이 무대와 관객석을 왔다 갔다 하며 극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극은 수로부인이 바위에 매달린 꽃을 꺾어달라고 하자 아무도 꺾지 못할 때 한 노인이 꽃을 꺾어 줬다는 <헌화가>의 내용으로 시작한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수로부인은 <구지가>와 연관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헌화가>관련 장면은 <구지가>를 등장시키기 위한 발판 역할에만 그친 거 같아 초반 인트로 부분이 전체 극의 구성과 시간배분을 생각할 때 아쉬웠지만 수미상관을 이루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구지가>설화를 빌린 부분은 세월호 사건 당시 한국의 많은 이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이 살아 돌아오길 염원한 것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옴니버스라는 형식만 제외하면 극의 플롯은 단순한 편이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80분이라는 시간 안에 한국이 가진 여러가지 문제점을 다루려 하다보니 깊이 있는 공연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의 네 각에는 달, 바람, 산, 물을 표현하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극과 어떤 관계성을 가진건지 찾기 힘들었다. 또한 마당극의 가장 큰 특징인 풍자와 해학이 극에서 잘 드러나지 못했다고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풍자와 해학이란 극의 대사나 행동연기에서 은연중에 풍기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 그치거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풍자와 해학이 이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군인들이 시민들을 총살해 국가가 시민들에게 가한 폭력을 보여준 설정처럼 좋은 연출이라고 여긴 포인트도 있어서 즐겁게 공연을 관람했다.


서울공연포스터_ 최종.jpg
 

공연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으며 극장을 나서는데 한 관객분이 얼굴을 가리고 펑펑 서럽게 울고 계셨다. ‘예술을 관람한 후 문을 나서면 새로운 예술이 시작된다’와 비슷한 문장이 있다. 그 분을 보며 그 문장을 절실히 느꼈다.

사실 이런 연극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내용이고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다루기에 아직까지 불편한 감이 있다.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고 많은 사람에게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관련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서 예술이 이번 공연처럼 사회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지속해서 환기를 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극 후반부에 윤동주의 <길>인듯한 시를 인용한다.


무엇을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길에 나아갑니다.


하지만 이 시를 쓴 동주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고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이 극의 주인공들도 부당하게 가족을 잃고, 직장을 잃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잃었는지 알리려 로 나온 것이다. 망월할매와 벼리가 518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은 청년실업,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의 깃발을 들고나와 투쟁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아직도 극의 장면처럼 한국은 많은 사람이 각기 각자의 이유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천강에 뜬 달> 같이 사회 고발적인 예술을 관람하며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내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갖는게 필요한 이유다.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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