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판소리로 듣는 서양 고전, '판소리 오셀로' [공연]

동양인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오셀로, '판소리 오셀로'
글 입력 2018.08.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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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공연장이 대학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갈 때면 항상 2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4호선으로 갈아탄다. 동역사역에는 퇴근 시간만 되면 항상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겨우겨우 낑겨 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가끔 다른 곳에 있는 공연장을 갈 때면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곤 하는데, 특히 시청역에서 자리한 정동극장을 갈 때면 더욱 그렇다. 사는 곳에서 더 가까운 것도 있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걸을 때면 항상 들려와 발걸음을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버스킹하는 이들의 음악소리와, 고민을 적어 넣으면 손편지로 느린 답장을 해준다는 온기 우편함을 보면 번지는 잔잔한 따스함 덕분이다.

이렇게 장소로서의 정동극장도 좋아하지만, 창작터로서의 정동극장도 좋아하는 편이다. 정동극장에서 올해 3월과 6월에 공연했던 뮤지컬<적벽>과 <판>을 인상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유비와 조조가 겨뤘던 것으로 유명한 삼국지 속 적벽대전을 판소리와 뮤지컬을 결합한 방식으로 선보였던 뮤지컬<적벽>을 통해 우리 전통 소리와 서양의 뮤지컬의 조화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들의 이야기에 우리 전통인 춤과 인형극, 창 등을 잘 버무렸던 뮤지컬<판>도 전통적인 요소들과 현대의 것을 잘 조합해 재미있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 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창작ing 시리즈'의 일환으로 공연되었던 이 두 작품에 이어, 이번에는 <판소리 오셀로>가 재공연 작품으로 선정되어 8월 25일부터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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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에 대한 좋은 기억들 덕분에, 이번에 공연할 <판소리 오셀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고전 중의 고전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에 한국의 판소리를 얹어 재해석한다니, 정동극장의 다른 레퍼토리들처럼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특히 '동양+여성의 눈으로 재해석된 오셀로 이야기'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눈에 띄었다. 원작인 오셀로가 오래전 작품인 만큼 아무래도 현대에 올라오기엔 남성 중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동양과 여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졌다. 고전이 된 데에는 물론 작품이 가진 커다란 힘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현대에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성별이나 동서양의 구분을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고전의 현대화에서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둔 각색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로 오셀로를 재해석했다는 점은 이전에 봤던 연극 <엠버터플라이>를 떠오르게도 했다. 약 20년 동안 동양인 남성을 여성으로 알고 살았던 프랑스 외교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연극은 여성과 남성, 동양과 서양의 간극에서 오는 권력 관계가 가져다주는 제국주의적 환상과 욕망이 얼마나 쉽게 진실의 눈을 가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수작이다. 연극 <엠버터플라이>가 동양인이며 여성으로 여겨지는 송 릴링의 존재와 오페라 '나비부인'의 스토리를 이용해 동서양과 성별의 차이에서 오는 권력관계를 비판적으로 풀어나갔다면, <판소리 오셀로>에서는 이러한 동서양과 성별의 차이를 동양의 '처용'의 이야기와 서양의 '오셀로'를 연결하는 조선의 기녀 '단'의 입을 통해 판소리의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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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인 소리꾼 박인혜가 배우와 작창 및 음악감독을 맡고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에 출연했던 신유진이 더블캐스트로 참여해 처용과 오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생 설비 단 역을 맡는다. 우리 전통이지만 현대에는 많은 사람이 다소 멀게만 느끼는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창작집단 '희비 쌍곡선'의 <판소리 오셀로>를 관람하고, 덕수궁 돌담길을 느긋하게 걸으며 동행한 친구와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나눌 날이 기다려진다.





판소리 오셀로
- 2018 정동극장 창작ing 첫 번째 -


일자 : 2018.08.25(토) ~ 09.22(토)
 
*
09.07(금) ~ 09.09(일)
공연없음

시간
화-토 8시
일 3시
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희비쌍곡선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80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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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을 삶의 순간들을 무대에 올립니다.

'희비쌍곡선'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임영욱과 소리꾼이자 배우인 박인혜가 함께하며, 판소리에 기반해 동시대적인 주제와 감성을 다루는 창작집단이다. 이들의 작업은 많은 경우 전통공연 보다는 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혹은 강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이들이 장르와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으며 '더 적절하고 매력적인' 표현양식을 찾는 데 작업의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판소리'는 이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음악이자 이야기의 방식으로, 이들은 판소리가 열어 보이는 넉넉함 품을 믿으면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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