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너] 내게 무해한 사람, 은 없다.

처음 만나는 사람, 내게 무해한 사람, 위로 건네는 사람
글 입력 2018.08.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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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처음 만나는 사람


하루에 세 명을 한꺼번에 인터뷰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 자리에서 세 명을 다같이 만난 게 아니라,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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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인터뷰에 무엇이라 대답했는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인터뷰이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천천히 감이 온다.

너무 뻔한 질문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특히 인터뷰를 많이 했던 사람에게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물어보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다. 어쩌면 기본적으로 인터뷰이를 향한 흥미와 이슈에서 시작하는 인터뷰일 텐데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최악의 인터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도 이번 인터뷰가 더욱 부담이었다. 세 사람에 대해 각각 조사해야 했고, 동료 없이 혼자서 일대일로 감당해야 하는 인터뷰였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여럿이 모여 대화할 때와 일대일 대화할 때 느끼는 차이 같은 것. 확실히 후자에 에너지가 더 많이 들어간다. 같은 이유로, 인터뷰어가 여러명이면 내가 질문을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도 덜하다. 그러나 이날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 정말로,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오전에 시작한 인터뷰는, 오후 4시가 되어 끝났다. 인터뷰만 하다 하루가 거의 다 간 것이다. 다행히 바로 기사화하는 인터뷰가 아니어서 녹취파일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은 가벼웠다. 세 시간 정도의 녹취를 한 번 받아 적어본 결과, 꽤 엄청난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변수는 상대의 말 빠르기와 나의 집중력, 혹은 타자 속도.

아무튼 스트레스는 컸지만 나름대로 평가해 본 종합적인 결과는, 세 인터뷰 모두 다행히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기대했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세 사람 다 내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래서 인터뷰를 해야 해, 무릎을 쳤다. 인터뷰의 가장 큰 장점은 궁금했던 정보를 바로, 그것도 깊은 층위에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보너스라하면 ‘오프 더 레코드’ 같은 비하인드를 들을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된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경험과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을 테니까.



#009. 내게 무해한 사람


그런데 솔직히 말하건대, 요즘들어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를 좋아하는"(내게 무해한 사람/p.192) 나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아는 일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더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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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를 살린 책이 있었다. 바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 왜 '나를 살렸다'는 표현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 말하면서도, 지금 이렇게 쓰면서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그때 그 책 덕분에 살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이 책을 묘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발간된 같은 작가의 신간, <내게 무해한 사람>도 비슷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표지를 넘겨 몇 페이지를 읽지 못하고 아까운 마음에 덮어버렸다. 몇 문장 안 읽었는데도 이렇게 좋다니. 그렇게 한 권을 정말 아끼고 아껴 읽는 동안 나는 다시 살 수 있었다. 어쩐지 <쇼코의 미소>보다도 더 진해진 것 같은 색깔, 더 날카롭게 다듬어진 표현, 마치 쓰려고 쓴 글이 아니라 원래 작가 안에 있던 생각을 한꺼번에 쏟아 놓은 듯한 직관적인 말. 그렇게, 올해 나를 살린 책은 <내게 무해한 사람>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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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작가의 말, 각각의 페이지에 <내게 무해한 사람>이 제목인 이유,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러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을까? 상대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작가의 "그랬을까, 내가."라는 덤덤하면서도 무거운 고백은,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풍경은 상대의 외로움과 아픔을 철저히 밀봉해야만 가능한 것일까. 한 사람의 무지와 행복이, 상대의 아픔과 인과관계에 놓인 건 아니더라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어서 마음이 저릿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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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구나. 그 생각도요."
"우리 전부, 그렇지."

-<라이프> 6화



#010. 위로 건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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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친구가 책과 함께 건넨 편지가 뭉클했다. 그리고 책 <나~안 괜찮아>의 한 페이지, '노력과 성공의 시발 점'. 언젠가 사람이 욕을 할 때 나오는 갈색 물질을 모아 쥐에게 주사했더니 즉사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후로 아, 정말 욕하지 말아야겠다 하는데, 이렇게 욕하지 않는 듯 욕을 해주면 기분이 상쾌하긴 하다 사실은.

사이다 같은 이 책을, 스트레스 가득한 주말을 보냈다며 서로 토닥였던 동료에게 빌려주었다. 너와 나의 마음일 것이라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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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다시 돌려받을 때, 편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아 … … .

도저히 인정하기 어렵고 소화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화가 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날이 여럿 있었다. 감정적인 표현이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얘기하며 공교롭게도 더욱 극심한 감정의 격랑을 맛보았다. 얘기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이 사람에게 어떤 좌절을 줄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래도.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 이거 고쳐."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내가 상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점에 관하여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기도 하니까, 사람은 그런 말을 한다고 잘 바뀌지도 않을 테니까, 강요 비슷한 권유도 사실은 아무 소용이 없는 거라고.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었나 보다. 간과한 사실 하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사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줄어들고, 상대를 단정 짓고, 관계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포기하고, 동료는 말을 건넸다. 기대하지 못했던 위로와 함께, 파도처럼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만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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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게 무해한 사람>의 많은 부분에서 전율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부분. 신이 말한 위안이 무엇인지 아는 신부가, 그런 신에게 당신보다 못한 사람의 위안이 필요하다고, 조용히 털어놓던 밤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사람에게 무엇일까, 내게 무해한 사람은 없다. 네게 무해한 사람도 없다. 모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그런데도 서로의 위로가 절실한 인간, 인간들.



#011. 워너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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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워너원 데뷔 1주년을 맞은 팬들의 선물. 아, 내 픽이 데뷔한 지 벌써 일 년이나 흘렀다니, 시간의 무색함도 잠시. 가장 무해하지 않은 사람 사이, 관계. 워너원과 워너블, 가수와 팬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한다.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저 이런 사랑도 있지 않을까요, 조심스레 제안할 뿐.

이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내게 물었던 적 있다. 그래서 워너원이 연애하고 결혼하면 어떨 것 같냐 그래서, 그랬지 내가. 그게 무슨 상관이래요, 덕질의 완성은 워너원의 행복이에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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