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의 삶을 바라보는 비스듬한 시선,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전시]

글 입력 2018.08.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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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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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날, 잠시 소낙비가 스치던 오후시간.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을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삶에 대해 흔히 알려진 작품보다는 판화같이 샤갈의 새로운 작품세계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전시였다. 샤갈의 삶을 구성했던 모든 그림, 생각, 글들을 접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전시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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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 샤갈,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
 
 
샤갈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이었을까, 러브 앤 라이프라는 제목처럼 그의 가장 큰 부분을 채웠던 것은 '사랑'이라는 귀중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평생 그의 아내 벨라를 사랑했고, 가족들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가 또 있을까. 그 아름다움은 회화적으로뿐만 아니라 벨라와 교감했던 그 소중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있다.


그녀는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달콤한 케이크와 구운 생선, 따뜻하게 데운 우유, 색색이 아름다운 천, 심지어 이젤을 만들 나무판까지 작업실로 가져다주었다. 나는 그냥 창문을 열어두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와 사랑과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온통 흰색으로 혹은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그녀가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 그녀는 나의 예술의 거대한 중심 이미지이다."

- 나의 삶, 마르크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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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 샤갈, 생일


샤갈의 아내인 벨라는 그의 그림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나는 사람이 둥둥 떠다니는 샤갈의 그림을 보고 단순히 초현실주의 같은 류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전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어서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그림에 담았다라는 것을 느꼈을 때, 그 사랑의 감정을 그림을 통해 전달받았을 때, 나는 마치 샤갈과 함께 두둥실 떠오르는 것처럼 오롯이 샤갈의 감정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별한 생일이 아닌 줄 알았으나, 벨라가 직접 구운 케이크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그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생일이 되었다는 샤갈.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것들을 사랑하고 또 그 가치를 삶 안에서 실현하고 있을까. 과연 그 가치를 내 삶 안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그저 사랑한다는 감정에 매여 표현하기에만 급급하고 진정한 사랑이라는 가치의 실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샤갈은 자신의 인생 내내 벨라를 통해 ‘사랑’ 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또 표현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 소중한 감정은 오롯이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곤 한다. 내가 가슴에 품은 것들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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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내가 전시에서 새롭게 느꼈던 부분은, 샤갈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처했던 상황들 역시 절대 외면하지 않았다는거다. 유대인으로서 받은 핍박에도 불구, 샤갈의 그림에는 그러한 상황이 상황 그대로 담겨져 있었을 뿐 끔찍할 정도로 절망적이거나 괴로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유대인으로서의 현재 상황과 그 상황에서도 성서와 가족들을 놓지 않는 모습만이 담겨져 있었다. 하나님의 12지파를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한 감동적인 작품 등, 한 그림에는 가까이서 보지 못하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그림으로 도망가는 유대인의 모자 속에는 가족들의 집이 그려져 있었다.

혹, 색채의 마술사인 샤갈의 화려한 그림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명한 샤갈의 그림보다는 에칭과 드라이포인트로 작업한 판화 작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 전시가 총 6개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거의 같은 구성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중간 중간 전시되어 있던 판화와 미디어아트의 색다른 조합은 미디어아트가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는 새로운 점을 알게 했다. 샤갈의 새로운 판화의 세계와 그의 섬세한 그림과 생각들을 알아갈 수 있는 이번 전시. 샤갈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작품세계, 마르크 샤갈이라는 작가를 더 가까이서 알아볼 수 있었던 러브 앤 라이프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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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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