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자극의 시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8.0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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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것들로 가득 찬 콘텐츠 세상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저자극과 자연스러움을 표방하는 ‘무자극 콘텐츠’이다. 기존 사회에 만연한 자극적인 콘텐츠들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무자극 콘텐츠는, 1인 미디어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무자극 콘텐츠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1인 미디어 채널이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업로드된 영상 건수만 하더라도 벌써 천 만 건을 넘어섰다고 하니, 그만큼 무자극 콘텐츠는 1인 미디어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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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극 콘텐츠의 무서운 성장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인 미디어 뿐만 아니라 젊은 대중을 타겟으로 한 대형 콘텐츠 시장에서도 무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할만큼 무자극 콘텐츠는 끊임없이 그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먼저 모바일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피키캐스트는 ‘엄마가 잠든 후에’라는 프로그램을 런칭하여 연예인들의 ASMR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ASMR은 무자극 콘텐츠의 대표적인 소재인데, 1인 미디어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소재가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물들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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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V채널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르게 먹는 기존의 ‘먹방’과 달리,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같이 먹어요’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같이 먹어요’는 녹화 후 편집을 거쳐 업로드되는 콘텐츠가 아닌, 실시간 방송이라는 점에서 1인 미디어 플랫폼 중 아프리카 TV를 연상케한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무자극 먹방 역시 1인 미디어에서 다루던 소재 중 하나이다. 이처럼 ‘무자극’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흥행하고 있는데, 이는 곧 무자극 콘텐츠가 대중적으로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무자극 콘텐츠의 성격이 변질되거나 의도가 불분명해지는 등 처음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수용자들도 금방 마음을 닫고 등을 돌려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무자극 콘텐츠는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변형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지금은 콘텐츠도 돈이 되는 시대이다. 자극성으로 인기를 끈 콘텐츠의 제작자는 더 강도 높은 자극으로 수용자들을 매료하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전체 미디어에 좋지 않은 영향만 준다. 본래 콘텐츠를 제작하던 의도에서 벗어나 오직 수익성만을 염두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와 달리 무자극 콘텐츠는 특성상 공급자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콘텐츠에 특별한 변형을 가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의 양상이 처음과 달라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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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극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인 미디어 뿐만 아니라 대형 콘텐츠 시장도 무자극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발을 들였고, 그들의 콘텐츠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고있다. 뿐만 아니라 매스 미디어까지 무자극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TV 콘텐츠의 무자극적 프로그램에는 대표적으로 ‘효리네 민박’과 '삼시세끼‘가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흥미진진한 게임과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던 기존의 프로그램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조용히 앉아 요리를 하거나 밥을 먹는 모습처럼, 예전 같았으면 가차없이 편집되었을 영상까지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송출된다.

이처럼 콘텐츠의 무자극화 현상이 매스 미디어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 현상은 주로 젊은 층에게만 알려져있던 무자극 콘텐츠가 이제 연령층에 관계없이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무자극 콘텐츠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미디어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 한다면, 수용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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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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