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드로이드와 당연한 혐오 _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 Detroit : Become human [게임]

혐오와 무시
글 입력 2018.08.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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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

: 2038년, 근미래에 안드로이드(인공지능)가 상용화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핍박받으면서 사는 기계가 인격체로 인정받기 위한, 인간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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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점점 발전해 어엿이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걸작은 영화 같은 몰입과 감동을 선사하며,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는 게임 하나하나가 또 다른 세상임을 보여준다. 제작 환경 상, 판타지를 담아내기 쉬우며  단순히 감상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와 다르게 직접 플레이하는 면모도 또 다른 세계라고 일컫을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게임에서 드러나는 판타지가 현실과 유리된 게 아니다. 어떤 것이든 현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판타지는 결코 붕 뜬 게 아니라 현실 저변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런 의미에서<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이하 디트로이트), 사람들이 원하는 판타지와 현실 둘 다 반영한다.  안드로이드와 미래에 대한 욕망과 동시에, 현실에서 만연한 혐오와 차별 또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에서 혐오와 차별은 대부분 안드로이드에게로 향한다. 물론 '칼'이나 '로즈'처럼 안드로이드에 호의적인 입장도 있지만 작 중에서 인간은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혐오한다. 게임 세계관을 지켜보며 안드로이드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에게 연민을 느끼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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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시선에서 바라본 차별은 뭔지 모를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에 존재했고 현재에도 만연한 차별과 닮아있었다.  작 중에서는 기존에 입력된 명령 체계를 무시하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활동하는 안드로이드를 '불량품'이라고 명명한다. '불량품'이라는 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하는 데서 온 어휘다. 그들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차별의 가시적인 첫 번째, 명명하면서 조롱거리가 된다. 지칭하는 어휘가 만들어지면서 차별받는 집단이 가시화된다.

'불량품'이라는 집단은 분명 차별받는 집단에서도 이레귤러 취급을 받는다. 그들이 도움을 청해도 무시로 일관한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 혹은 그 이전부터의 차별의 역사와 매우 흡사하다. 가령, 영화 처럼 처음에는 차별 대상인 흑인들은 누구나 불편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게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지 못했다. 소수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야 깨닫고 운동이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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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디트로이트는 그 이전의 차별들을 총망라해서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근미래적이면서 현실에서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기도 하다. 이미 인공지능은 영화에서나 어디서나 상당히 다뤄진 소재다. 가장 가깝지만 염원하는 미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기존 AI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다뤄져 왔다. 예로, <매트릭스>에서 AI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악인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씌워놓는다.

디트로이트는 안드로이드를 악인으로 놓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네들, 인간을 악당처럼 묘사했다. 안드로이드의 시각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인간의 혐오와 차별을 직시하게 된다. 상술했던 것처럼 당장 안드로이드에 대한 별 고찰이 없는 플레이어는 당장 안타까워 보이는 안드로이드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있어도 변함없다. 게임 하나를 플레이한다는 것은 그전에 있던 지식과 문명을 배제하고 다른 세상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당장에서도 시리즈가 아닌 이상 별개의 세계로 인식하고 있고 말이다.

이쯤에서, 게임 개발자가 공들여 만든 프레임을 한번 깨 보자. 과연 연민을 배제하고 안드로이드를 인격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 된 기계일 뿐이 아닐까? 단순히 우리네들 세상에 만연한 차별과 흡사하다고 해서, 그 차별과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을 정도인가? 그저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낀다고 인간으로 여길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는 애초에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기계인데, 그들을 유사 인류 혹은 인격체로 봐야 할까? 실제로 그들 편을 들 수 있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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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려웠다.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윤리를 기계에 적용하는 것도 웃기고, 그렇게 표현하는 감정이나 지식들도 결국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인간 역시, 최초부터 쌓아온 빅데이터로 인류 역사 내리 직전 세대들에 의해 교육받으며 프로그래밍된 게 아닌가? 원시인이 아련함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단순히 기계라고 치부해버린 것은 인간으로서의 만용이 아닐까?

안드로이드 편에서 바라보다가 고찰한 결과다. 내가 얼마나 차별과 혐오를 당연시 여겼는지, 알게 됐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에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생애에 걸친 교육으로 알았지만 만약에 디트로이트를 접하기 전에 있어서는 내가 알지 못한 혐오를 당연하게 저지르고 왔었지도 모른다.

이 게임을 통해 가해자 입장에서 혐오하는 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 당연했던 행위라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 지속된 차별과 가스라이팅으로 차별받는 대상마저 차별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구태여 차별과 혐오에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게 차별과 혐오라고 인식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도 차별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때가 차별과 혐오는 절정을 이룬다.

가령, 동성애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문구를 기억한다. 동성애 차별하면 안 된다. 동성애 난 좋게 생각해, 나만 안 좋아하면 상관없어,, 너무 웃긴 게 애초에 호불호를 판단하도록 평가받을 그것도 아니며, 동성애자들도 눈이 있다. 압권은 다들 동성애가 자신 주변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건 가시적인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 무시 수준이다. 엄청나게 당연히 주변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혐오는,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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