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니키 드 생팔, 인간애의 회복

니키 드 생팔 - 마즈다 컬렉션 展
글 입력 2018.07.20 00: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극복이 없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다. 소설도 희노애락이 함께하는 기승전결의 방식이 가장 전형적이다. 인생도 자고로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것이 맛나다. 내 인생만 아니라면 말이다.
 
사랑, 행복, 즐거움이라는 모든 감정은 다 상대적이다. 결핍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충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인간애라는 감정은 개인적이기보단 보편적이기에 더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애는 고사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도 찾아보기 힘들 때가 있다.

내 생각에 진정한 인간애는 인간에 대한 혐오의 극복에서 나타날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마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내지 못하고 그 단계에 머무를 것이다.

 
Niki de Saint Phalle, Buddha, 1999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Niki de Saint Phalle, Buddha, 1999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서 인간애를 회복하는 비교적 쉬운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예술이다. 첫 줄에서 이야기한 드라마, 소설이 그렇듯이, 예술은 우리와 감정을 공유하고 간접적으로 이를 느끼게 도와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 속에 아주 조금 자리했던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은 이렇게 혐오로 얼룩진 인간애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 본인의 경험을 승화하여 만들어낸 작품들은 작가 스스로를 치유함과 동시에 관람자에게도 작용한다.

 
Niki de Saint Phalle.jpg▲ Niki de Saint Phalle


여성으로서, 아내와 어머니로서 많은 고통과 좌절을 경험한 그녀는 첫 단계인 '분노'를 겪는다. 그래서 1960년대 초반에 시작한 <사격 회화>는 분노의 집약이자 일시적인 해소로 이해할 수 있다.
 
"1961년 나는 총을 쏘아댔다. 아빠, 평범한 남자, 위대한 남자, 중요한 남자, 뚱뚱한 남자, 그냥 남자, 내 오빠, 사회, 교회, 의회, 학교, 내 가족, 내 엄마, 나 자신을 향하여, 모든 남자들을 향하여. 나는 쏘았다,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끝내주는 감정을 주기 때문에 나는 그림들을 죽여버렸다. 그것은 새로운 탄생이었다. 희생자 없는 전쟁이었다."
 
희생자 없는 전쟁, 작가는 여기에서 예술이 가진 영향력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나> 시리즈는 그녀의 방향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Niki de Saint Phalle, Nana Fontaine Type, 1971, 1992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Niki de Saint Phalle, Nana Fontaine Type, 1971, 1992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
 

'Nana'라는 말은 프랑스어에서 젊은 여성을 칭하는 단어로 에밀 졸라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과 같은 나나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비너스와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화류계에 몸을 담아 비참한 최후를 겪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은 루공-마카르 연작의 한 부분으로서 <목로주점>과 유전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회적 관점으로 보자면 명백히 남성 중심 문학의 여성 혐오적 시각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반면 니키 드 생팔의 <나나>는 성적 매력을 강조하지도, 틀에 박힌 여성상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팔다리와 다양한 피부색으로 표현된 그녀의 <나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키며 그동안의 여성상이 얼마나 억압적이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나나>가 가진 긍정적 에너지는 관람자와 감정을 공유하며 현실에서 잃어버린 '인간애'를 되찾게 도와준다. 이는 과거와 달리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간애를 회복하는 작가의 개인적 과정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어진 타로 공원 등의 작품 활동을 통해서도, 여성을 넘어 다양한 인간 형상의 조각들이 밝고 뚜렷한 색채로 작업된 것을 알 수 있다.


현장1.jpg▲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현장 사진


증오를 담은 사격 회화에서부터 회복된 인간애를 보여주는 후반의 작업들까지, 이번 전시는 니키 드 생팔의 조각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감상할 수 있는 공원 컨셉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가까이서 체험하며 그 활기와 애정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2018년 6월 30일(토) - 9월 25일(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성인 14,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유아 6,000원



황인서.jpg
 

[황인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