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절대 진부할 수 없는 상처와 치유 이야기 : 니키 드 생팔 展

전시 <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 프리뷰
글 입력 2018.07.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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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삶은 상처를 쌓아가는 과정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비관(悲觀)이 머릿속에 들었다. 살면 살수록 늘어가는 건 상처의 개수요, 깊어가는 건 상처의 깊이일 뿐이 아닌가.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한다고 하지만 똑같이 성장한 더 큰 상처가 나를 할퀴어온다. 그만큼 상처란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아픈 동반자라고 하면, 오히려 약간의 위로가 되려나.

자잘한 생채기들, 가끔 생각나는 상처들, 죽을 때 까지 못 잊을 것 같은 아주 깊은 상처. 의식되지 못한 채 아직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은밀한 상처,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겠는데 꽤나 오래가는 상처, 지워지지 않는 흉터.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상처를 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상처는 사랑만큼이나 진부하고 대중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치유의 예술


니키에게도 자신의 상처가 있다. 그는 11살 때 아버지에게서 성폭행을 당한다. 첫 번째 결혼생활에서는 가부장적인 여성과 어머니가 되기를 강요받는다. ‘여성이기에 겪었던 억압’이라 정리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의 성장과정부터 2-30대까지의 그의 삶에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계속되는 우울증과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이던 니키는 최후의 방책으로 미술치료를 찾는다. 그리고 그 미술치료는 현대미술의 거장 니키 드 생팔을 낳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Niki de Saint Phalle 2.jpg
 

그의 예술은 그 뿌리부터 열매까지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니키를 현대미술계에 알린 작품 < 사격 회화(Shooting painting) >는 물감통이 달린 석고화면에 실제 총을 쏘는, 일종의 반항적인 치유 행위로써 탄생했다. 또한 남성과 사회라는 외부인이 아닌 여성 자신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모습을 담고자 한 < 나나(Nana) > 연작이나,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창조 공간이자 조각공원인 < 타로 공원(The Tarot Garden) > 등을 비롯한 그의 작품은 모두 그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의 연장선이었다. 강렬하고, 원색적이고, 화려한 그의 작품은 그가 받았던 상처와 억압에 대한 강렬한 반항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니키의 작품은 그 강렬한 색채와 형태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지만, 그는 단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을 넘어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을 치유해 준 예술의 힘을 대중과도 나누고 싶었다는 니키. 그의 작품을 보며 그의 생애를 떠올리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게 될 것만 같다. 상처란 우리네 삶에서 흔하디 흔하게 일어나는 진부한 일이지만, 나 자신에게만큼은 나의 작은 생채기조차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의 작품이 일깨워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렇기에 나의 상처는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먼저 보살펴야 한다고, 니키의 강렬하고 원색적인 상처와 치유의 흔적이 나에게 소리칠 것만 같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유하다


니키의 상처는 사람에서 왔지만 그의 치유 역시 사람에게서 왔다. 니키가 각종 정신질환을 극복하게 된 큰 계기는 바로 두 번째 남편이자 스위스 조각가인 장 팅겔리(Jean Tinguely)와의 만남이었다. 니키와 장은 만남 이후로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협력한 예술적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연인이 생긴 뒤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고 한다. 파리 퐁피두 센터 앞 스트라빈스키 분수의 조각이 바로 니키와 장의 공동작품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파리에 가게 되면 꼭 들르지 않을까 싶다.


꾸미기_14621192851_4dc860aa44_b.jpg▲ 스트라빈스키 분수 사진
 

한편 이번 전시의 중요한 역할을 맡는 요코 마즈다 시즈에(Yoko Masuda Shizue)와의 교류도 각별했다. 마즈다는 일본 니키 미술관 관장으로서, 20년간 니키와 우정을 나누며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니키를 세상에 알리는데 힘썼다. 이번 전시는 요코가 수집했던 니키의 작품 127점으로만 구성되는 만큼, 작가 니키뿐만 아니라 콜렉터 요코의 시선과 예술관도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개인전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 사람만의 세계가 담긴 전시가 아니다. 긴 세월 국경을 넘어 서로의 예술을 공유한 니키와 요코의 세계, 그리고 그들의 우정의 기록이 바로 이번 전시의 뼈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작가와 콜렉터, 사실상 두 사람이 만드는 전시인만큼 특별할 것이라 기대된다.

*

상처와 치유의 예술가 니키 드 생팔, 그의 작품이 단지 개인적인 치유 행위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나아가 현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여기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마주할 그의 이야기는 아프고 또한 절망적이고, 그러나 따뜻하고, 활기차고, 자유로울 것이다.





니키 드 생팔展
- 마즈다 컬렉션 -


일자 : 2018.06.30(토) ~ 09.25(화)

휴관일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7/30(월), 8/27(월), 9/24(월)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만 19세-64세) : 14,000원
청소년 (만 13세-18세) : 10,000원
어린이 (만 7세-12세) : 8,000원
유아 (36개월 이상) : 6,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협력
요코 마즈다 시즈에 컬렉션
(Yoko Masuda Shizue collection)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예술의전당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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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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