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FEATURE. 2주의 발견 Vol.8 6월 3-4주

자우림, 지바노프, 쏠라티, 이진아, 시공소년
글 입력 2018.07.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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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 시즌 5에서는 2주마다 '2주의 발견'을 연재합니다. 2주동안 발매된 음악 중 비(非)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들을 4-5곡 추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자우림 - 영원히 영원히


 

자우림의 음악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크게는 두 갈래로 가를 수 있다. 밝고 활기찬 자우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융단을 타고-'(매직 카펫 라이드)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일탈) 하는 자우림을 찾았을 것이다. 김윤아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밴드의 연주가 힘차게 울리는 노래들. 반면 김윤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한없이 쓸쓸하게 들리는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그리워하며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방황하는 이에 공감했을 것이다. 명곡들만 나열하며 분량을 채울 수도 있다.

지난 6월 22일, 자우림이 정규 10집 앨범 [자우림]을 발매했다. '10집'이라는 어마한 숫자와 함께 밴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앨범 제목은 그들의 음악이 지금까지 들려준 모든 것들을 집대성하는 듯하다. 타이틀곡은 '영원히 영원히'다.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사뿐히 쌓이는 김윤아의 목소리가 완성한 도입부는 그들의 이별 노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연상시킨다. 김윤아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이후 몰아치는 스트링은 곡의 전개를 드라마틱하게 몰아간다. 곡 전반에 깔린 처연한 절박함 때문에 당연히도 이별 노래이리라 생각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상대가 사라지지 않기를, 영원하기를 바라며 울부짖지만 그것이 이별의 상황 같기도, 불안한 사랑의 가운데 같기도 하다. 한 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연차가 높은 가수들, 밴드가 활발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새소년이나 ADOY의 새로움을 듣는 것도 즐겁지만 자우림의 명불허전 음악을 듣는 것은 왠지 힘든 삶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준다.



2. Jeebanoff (지바노프) - 마냥



지바노프는 알앤비 아티스트로 ‘삼선동 사거리’로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하는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알앤비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지바노프를 설명할 수 있는 두 단어는 소년 같은 미성과 진솔함이다. 미성이 주는 순수한 느낌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지바노프의 메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지난 6월 발매한 앨범 [주마등]에서 지바노프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하되 기존 앨범에서 자신의 이야기만 담았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곡 안에서 스스로의 이야기 뿐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 서 보는 등 스토리 진행의 시야를 확장시켰다. 이는 마지막 곡 ‘Ferry’에서 잘 드러난다. 앨범에 관련 설명은 없지만 ‘세월’이라는 단어의 반복, ‘우린 꼭 한 번은 만날까요’ 등의 가사는 자연스럽게 2014년의 4월,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학교’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린 자신이 상상했던 자신의 이야기(‘마냥’), 그리고 크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하는 추모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주마등]의 타이틀곡 ‘마냥’ 속 지바노프는 어렸을 때 꿈꿨던 어른과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며, 그 두 가지의 자신을 비교하고 있다. 지금의 자신이 어렸을 때 상상했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이 길의 끝에서 난 웃고 있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마지막 가사에서 그는 ‘이 모든 건 기나긴 꿈이었다’며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한다. 끝까지 긍정적이고 해맑은 에너지로 곡 제목처럼 마냥 ‘괜찮아 난 다 잘 될거야!’라는 메세지만 전달했다면 붕 뜬 이야기로 마무리 될 수도 있었으나 결국 모두 긴 꿈이었다는 결말은 허탈하고 사실적이다. 이 모든 건 지바노프의 일장춘몽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이 ‘마냥’ 행복했던 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까지 스펙트럼을 넓힌 지바노프의 음악 활동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기 때문이다.

(연결한 영상은 딩고 프리스타일에서 진행하는 DF 라이브다. 알 수 없는 상냥함의 도입부 인사가 포인트)



3. 쏠라티 – 아프게 잊혀지지 않게 (Fermata)




쏠라티는 림(보컬, 키보드), 오안(베이스), 희택(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어반 팝 밴드다. 계이름 솔라시(So-La-Ti)에서 이름을 따온 밴드는 대중적인 팝 멜로디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 6월 발표한 ‘아프게 잊혀지지 않게 (Fermata)’는 림의 속삭이는 보컬과 오안의 묵직한 베이스라인이 매력적인 팝 곡이다. 곡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호흡이 많이 섞인 보컬, 꾸준히 곡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간주에서 훌륭한 솔로를 보여주는 베이스, 그리고 다양한 주법으로 연주되는 스트링이다. 호흡을 많이 주는 림의 보컬 스타일에 맞게 보컬 자체에 울림이 많고, 코러스 화음이 양쪽 스피커에 다르게 출력되어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바이올린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보잉을 짧게 끊어 울림을 주는 스피카토 형식의 현악 연주를 첨가하여 곡에 재미를 더했다.

곡은 이별 이후, 아픔과 슬픔을 억지로 잊거나 외면하려 하지 않고 그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성숙한 태도를 담았다. 이별 이후의 감정에 대해 울부짖거나 괴로워하지 않아 신선하다. 일견 관조적인 태도 같기도 하지만 결국 이별의 과정까지 사랑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곁에 머무르고 싶으나 끈적거리지는 않는다. 이별 후 사랑이 남았다면 괜히 내리는 비나 소주 한 잔을 탓하며 전화를 걸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그 시간과 감정에 충실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이것이 ‘아프게 잊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차단을 당했다거나, 이건 더 아플 수도 있으니까.)



4. 이진아 – RUN (with GRAY)




이진아의 정규 1집 [진아식당 Full Course]가 발매되었다. ‘배불러’가 수록된 애피타이저 앨범, ‘계단’이 수록된 메인 디쉬 앨범 이후 이 두 앨범을 합쳐 드디어 풀코스의 정규 앨범이 나왔다. 이 앨범에서 이진아는 자신의 장기인 재즈-팝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순수하고 유연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처음 발매 기획처럼 이 앨범을 애피타이저 – 메인 디쉬 – 디저트로 나눠 타이틀곡을 비교해보면 각 앨범에서 이진아가 강조하는 스스로의 능력이 드러난다. 애피타이저 앨범의 타이틀곡은 ‘배불러’다. 자연스럽게 K팝스타 때 발표한 ‘냠냠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식당이라는 앨범 컨셉과 산뜻하게 어울린다. ‘배불러’의 사랑스러운 가사와 꾸미지 않은 창법은 ‘순수한 사랑스러움’을 아티스트의 캐릭터로 굳혔다. 이후 메인 디쉬 앨범의 타이틀곡 ‘RANDOM’은 곡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로 (‘시간아 천천히‘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진아의 작곡 및 연주 실력에 리스너를 주목시킨다. 선입견을 없애고 ’랜덤‘하게 너를 알고 싶다는 창의적인 발상은 덤이다.

대미를 장식할 풀코스 앨범의 타이틀곡은 그레이와 함께 작업한 ‘RUN’이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쉬가 나왔으니 이번 앨범의 신곡은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진아는 마지막까지 리스너들을 스스로에게 익숙해지도록 두지 않는다. 이번에는 힙합 뮤지션 그레이와 함께 작업하며 랩과의 크로스오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의아했고 염려도 됐다. 그레이가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보통 그레이가 프로듀싱하는 트렌디 어반 힙합 곡과 이진아가 보여줄 조화가 상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무척 놀랍고 훌륭하다. 멜로디를 입힌 그레이의 랩과 이진아의 꾸밈없는 창법이 부담없이 어울린다. 이진아의 보컬 변화도 놀라운데, 여태까지 이진아가 들려준 ‘사랑스러움’보다는 무심함에 가깝고 일견 상처받은 것 같기도 하다. 또다시 해맑았다면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피, 도망을 노래하는 이진아는 낯설면서 매력적이다. 여기 2절 이후 몰아치는 이진아의 건반 연주는 곡의 하이라이트다.

말이 잔뜩 길어졌지만 결론은 무척 좋은 곡이라는 것이다. 앨범 전반으로도 식당과 완벽히 사랑에 빠지게 하는 코스 구성이다. 어색한 듯 어울리는 두 사람의 라이브를 연결하니, 잔뜩 꾸민 그레이와 함께 무표정하게 노래하면서 피아노를 잡아먹는 이진아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5. 시공소년 – 어긋남




‘어긋남’은 싱어송라이터 박준하의 ‘실험’같은 프로젝트 시공소년의 두 번째 싱글이다. (첫 싱글은 2017년 9월에 발매된 ‘Wonder’이다.) 시공소년은 때 시, 빌 공 자를 사용하여 ‘시간과 공간의 소년’이라는 의미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도, 시간과 공간 사이를 떠돌며 자유롭게 실험하는 사람의 이미지와도 ‘소년’이라는 단어는 퍽 잘 어울린다. 박준하는 ‘시공소년’을 시작하며 그 때 그때 재미있는 음악, 기존에 ‘박준하’로서 보여주었던 음악과는 구분되는 사운드를 비롯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앨범 소개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곡은 각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상황들에 대해 노래했다. 첫 스텝이 꼬이면 다음 스텝도 전부 꼬이는 달리기 혹은 차차차처럼 하나하나 어긋났을 때 그렇게 서로의 관계도 달라져갈 때 시공소년은 마음의 한구석을, 뜻대로 바꾸려는 생각도 비워두라고 말한다. 포크락 장르와 아날로그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울려 편안한 느낌의 곡이다. 2절 이후 꽤 길게 진행되는 기타 솔로도 인상적이다. 첫 싱글 ‘Wonder’에서와 마찬가지로 ‘어긋남’에서도 모든 악기는 박준하 스스로 연주하고 프로그래밍했다.

기저에 깔린 작은 LP 노이즈부터 아날로그한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까지 켜켜이 쌓이는 음악은 왠지 모두가 둘러앉아 연주할 것 같지만 사실 ‘어긋남’은 박준하 아티스트가 혼자 디지털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관조적이고 모든 것을 다 깨달은 듯한 곡의 메세지도 좋지만 역시 쟁글쟁글한 아날로그 사운드가 곡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런 아날로그 사운드를 디지털로 만들었다니 알 수 없는 배신감도 들지만 말이다.) 다음 시공소년의 싱글 발매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런 실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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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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