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아이 꿈이 ‘유튜버’래요 [문화 전반]

초등학생들이 1인 콘텐츠에게 열광하는 이유
글 입력 2018.07.12 04: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 교육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사회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주변의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그래서일까, 초등학생들의 꿈이란 건 정말 신기하게도 그 당시 사회 풍조를 제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1.jpg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꿈 1위는 공무원이었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조기 은퇴의 여파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한창 무한을 꿈꾸어야 할 때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꿈을 최고라고 여겼다.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이 가장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꿈이긴 하다.) 단순히 부모님이 원해서 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보다 그들 주변의 말을 듣고 공무원이 최고라는 생각을 학습해버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달리 생각해보면 초등학생들의 꿈이란 단순히 직업이 아닌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이상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실제 대통령의 업무가 뭔지 알고 정말 그게 하고 싶어서 말하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이상향이라는 것은 그 당시 무엇이 화두로 떠오르는지에 따라 빠르게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초등학생의 꿈을 통해 그들이 지금 무엇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재미있게도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한다.


hqdefault.jpg


유튜버는 ‘유튜브’라는 유명 영상 플랫폼에 꾸준히 영상을 올리며 활동하는 1인 콘텐츠 창작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1인 콘텐츠의 특징은 접근성이다. 쌍방향매체를 이용하기에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특성은 곧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수 많은 콘텐츠 속에서 관심을 받으려 더욱 창의적이고 자극적인 주제를 기획한다. 과거 아프리카 플랫폼을 통해 ‘별풍선’으로 수익을 얻는 BJ들이 있었으나 게임 방송이나, 수위가 높은 방송 혹은 먹는 방송 등 특정 콘텐츠만이 인기를 끈다는 한계가 있었고, 도를 넘은 BJ들의 난립으로 이미지가 훼손되어 정체기가 왔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유튜버이다. 유튜브가 조회수가 높아질수록 창작자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수익 창출 구조를 확립하면서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한 유튜버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시청자에게 돈을 받아야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닌,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었고 창작자 입장에서도 전처럼 지지층을 확보하려 자신의 콘텐츠를 제한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의 창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3.jpg
 

초등학생들에게 이러한 1인 콘텐츠가 유행하는 이유는 변화된 환경때문이다. 과거 TV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벌써 성인이 되었고,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제 유튜브를 보고 자란다. TV 속 애니메이션이나 뿡뿡이 같은 종합 교육 프로그램은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다 비슷하기만 한 TV 콘텐츠와 달리 유튜브는 아이들을 겨냥한 언박싱 콘텐츠, 과학 실험 콘텐츠, 동요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를 취급한다. 이제 대부분의 부모님은 바쁠 때 아이들에게 핸드폰만 쥐어준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그 속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자동 재생’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는 주로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는 채널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허팝TV’처럼 평소 호기심은 있지만 도전해 볼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도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중계하여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목 없음-5.jpg
 

그런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은 ‘신태일’처럼 자극적인 행위를 담는 영상도 좋아한다. 사실 ‘신태일’로 대변되는, 그러한 유튜버들이 하는 행동은 소위 ‘초딩’들이 할 법한 행위이긴 하다. 지나가는 사람 머리 때리고 도망가기, 남의 집 앞에다가 똥 싸고 도망가기와 같은 행위는 상식에서 벗어났기에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을 마친 사회인이라면 하지 못할 행위이지만, 어른인 그들은 그것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실행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실행해도 아무렇지 않으며 오히려 자랑이라는 듯 영상까지 올리는 과정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감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며 학교에 대한 반감과 도덕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더군다나 초등학생들은 단순히 인기를 얻기 위해 이러한 유튜버의 언행이나 행위를 따라하거나 강요하기도 한다.


5.jpg


최근 문제시 된 영상을 하나 예로 들어 보자.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 영상은 어떤 여성의 속옷만 입고 자는 모습이 촬영된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사적인 모습을 몰래 영상으로 남겨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이지만 이 영상이 충격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아이가 자신의 엄마를 촬영한 영상이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영상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상 초반에 나와 유명 BJ들처럼 자신을 소개한 뒤 자신의 엄마라며 그를 몰래 찍어 보여준다.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영상을 찍는 이유는 이러한 주제가 인기를 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몰래 카메라’를 포맷으로 한 콘텐츠가 만연하고, 유튜브 내에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그런 것들은 흔히 조회수가 높다. 아이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인기를 끄는 요소를 위해 충분히 용인된다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갔다는 ‘맹모삼천지교’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주변 환경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모방은 곧 교육이고,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전화 놀이를 통해 전화하는 법을 모방하면서 놀았고, 이는 실제 전화를 받는 것을 가능케 했다. 현재의 아이들은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어른들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는 그대로 아이들에게도 보여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걸러지지 않은 어른들의 콘텐츠를 그대로 모방하며 그것을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즉, 일종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유년기의 아이들이 받은 교육은 그 속에 내재되어 변화시키기 힘들다고 알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이 아이들이 그대로 어른이 된다면 도덕성의 개념이 현재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이러한 부적절한 영상들이 초등학생들에게 끼치는 부작용에 비해 유튜브는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진 않다. 유튜브의 높은 접근성과 자율성은 이 때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의 시스템 자체가 시청자들의 신고로 이어지는 자율 규제이며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계정이 정지되더라도 다른 계정을 새로 만들기 쉬운 구조이다. 법으로 처벌한 근거는 존재하지만, 모든 유해 콘텐츠를 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이유는 자극적이지만 불법은 아닌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러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시청자 유입이 많기에, 플랫폼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고 그렇기에 플랫폼이 묵인하며 수익을 얻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절하기 힘든 것이다.


AKR20170516076551033_01_i.jpg
 
[유튜브 키즈 앱]


건전한 1인 콘텐츠 시장을 만들고, 초등학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우선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 미성년자, 성인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키즈 모드’를 설정하여 자극적인 콘텐츠를 아예 볼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면 차단하기 쉬울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 키즈라는 앱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이하의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사용을 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키즈 앱의 대상 범위를 확장하여 보다 다양하고 건전한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감시와 처벌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현재의 신고 제도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무엇이 신고 대상이며 처벌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나타나있지 않으며 시청자에게만 맡겨 두었다. 주기적으로 검열하는 직책을 따로 두어 플랫폼 내에서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거르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한 번 처벌이 확정된 계정 주인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요새는 모바일 환경으로 만든 계정을 많이 이용하기에 핸드폰 번호를 통해 동일인인지 아닌지를 검사할 수 있다. 확실한 처벌 또한 필요하다. 범법행위인지 아닌지 판단하여 법적으로 해결하거나, 범법행위가 아닐 경우 플랫폼 자체적으로 벌금이나 정지를 명령해야 한다.




서혜민.jpg
 

[서혜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