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점의 현재와 미래_출판저널 505호

글 입력 2018.07.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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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크기나 화려함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작은 책방일수록 특별한 매력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여유가 있을 때면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곤 한다. 책방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다니는 학교 주변에는 자그마한 독립 서점들이 꽤 있었다. 미스터리 서적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부터 맥주를 함께 파는 서점, 대형 서점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할 예술 서적들이 있는 서점까지 작지만 알차고 개성 있는 서점들이었다. 대형 서점들만 보다가 작은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 좋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주인장의 변덕일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선택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좋은 공간들이 사라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대형 서점과 비교해, 독립 서점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자 매력 포인트는 아마 서점이 서점 이상의 공간으로 향유된다는 점일 것이다. 독립 서점의 책들은 주인장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큐레이션 되고,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를 참고하여 책을 구매한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주인장과 소비자 사이의 소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직접적인 소통 또한 일어난다. 최근 들어, 많은 독립 서점들은 독서 모임 등 "책"을 매개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 간의 소통이 일어나는 사회적 활동의 장이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책을 사고파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통계를 참고하면 이러한 독립 서점 중 살아남는 서점은 사실 몇 없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임에도 동네 서점들은 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각박한 환경에서도 어떻게 몇몇 서점들은 살아남았는가. 동네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생겼던 궁금증 + 고민이었다. 출판저널 505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개 대학생으로서는 생각해낼 수 없었던 해결방안을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제시하셨을지 궁금해 망설이지 않고 문화 초대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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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화 생태계 모색과 대안을 주제로 한 특집 좌담은 책방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님, 출판사 왓어북의 안유정 대표님, 그리고 <시간을 파는 서점>을 쓰신 신경민 저자님이 서점인, 출판인, 독자의 입장에서 주제에 대해 토의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한 쪽의 의견이 아닌 출판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서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오간 여러 이야기 중 가장 공감이 되는 두 부분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약한 도서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책 판매의 대부분은 대형 서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형 서점들은 브랜드 네임과 접근성 등의 이점으로 기본적으로 독립 서점들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도서 정책은 독립 서점들을 지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이전에는 도서 정책이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고 독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좀 더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형 서점일수록 이윤을 챙기고 작은 서점일수록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도서 정책 시스템을 보며 나의 편협한 생각이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 아닐까 반성하게 되기도 하였다.

다른 하나는 여러 독립 서점들 중 책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하나의 "액세서리"로 이용하고 있는 서점들의 존재였다. 내가 접근하기 좋은 대형 서점들을 마다하고 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닌 것은 그 서점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와 매력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종종 어떤 서점들은 막상 열심히 찾아갔는데 그런 매력을 찾아볼 수 없어 괜히 헛걸음했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나오게 하곤 했다. 독립 서점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려 그런 것일까. 그런 서점들은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책들뿐이었고 주인장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반영했다기보단 그냥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감성적이고 예쁜, 그런데 마침 책도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현재 서점의 위기가 오로지 트렌드를 따라가는 서점인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에 출판사는 책의 내용과 퀄리티보다는 책의 "이슈성"에 집중하여 책을 출판한다. 또한, 독자는 깊이 있는 책을 향유하려고 하기보단 바쁜 생활 속에서 간단하고 단순한 글들만을 선호한다. 이외에도 분명 서점인, 출판인, 독자 모두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이러한 위기는 발생한 것이다. 이익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여 발생한 위기이지만 좌담의 결론은 이들 모두가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이고 그렇기에 상생을 위한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낱 독자의 입장에서 전문가분들이 열심히 토의하여 도달한 결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조금 뭐 하지만 결론을 보고 솔직히 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합심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시스템을 이루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여 이에 참여하는 것은 참 어려울 것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에 대한 논의 자체는 분명 필요하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을 좋아하고 작은 책방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이러한 논의가 많이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서점의 위기가 극복되기를 바란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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