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og] 그래서 시작하는 나의 예술 공부 일지

Prologue - Trees and Undergrowth
글 입력 2018.07.0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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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초등학교 일기장, 교환일기, 다이어리, 스터디플래너,
핸드폰 달력과 140자로 써나가는 SNS 계정.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기록하고 계획하는 일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작하는 나의 예술 공부 일지다.

*

제목은 '예술 일지'이지만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아마 대부분의 이야기는 미술에 대해 쓰일 것 같다. 미술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분야이기도 하고, 다른 예술 장르보다 글로 풀어내기에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논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변명을 하자면 영화는 한때 시대 불문, 장르 불문하고 감상하며 어느 지점에선 눈이 트인 듯 했지만 오히려 요즘은 영화를 자주 못 봐서 식견이 얕아진 느낌이다. 음악은 자주 듣지만 깊이 생각해보진 않은 것 같다. EDM과 외국 힙합을 즐겨 듣는 취향을 글에 담을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러나 미술은 그 개인적인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아득하다. 인상 깊었던 기억의 조각들 중 하나로,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 있는 예술분야 책들을 읽고 흥미가 생긴 나는 무턱대고 남들이 다 추천하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샀다. 필요할 때만 훑어보는 지금과는 달리 얼마나 신중하고 꼼꼼하게 읽었는지,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낯설었던 단어들이 겨우 익숙해지기까지 10번의 완독이 있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가 썼던 말을 전부 이해한다고 자부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기 훨씬도 전에, 처음 내가 생각했던 예술은 지금 내가 아는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솔직히 말하면 보통 사람보다도 잘 모르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성경 이야기나 아프리카 가면에 대해 배울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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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것은 이런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 내 방에 걸려있던 이미테이션 그림, 본가와 떨어져 산 지 오래되었지만 내 방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그러나 나는 항상 곁에 있었던 그 그림의 이름조차 몰랐다. 한참이 지나 나중에서야 그게 반 고흐의 1887년 작 Trees and Undergrowth를 모작한 것이며 심지어 절반으로 뚝 잘린 상태였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내가 느낀 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맞지만 '보는 만큼 알게된다'는 말도 맞다는 것이다. 반쪽짜리 그림을 찾으려니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을 수밖에, 계속 들여다보니 한 작품의 반쪽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나는 자그마한 도판이라도 꼼꼼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

흔한 격언에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고 한다. 그리고 미술에선 세밀화를 가까이 보고 인상파 그림은 멀리 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놓쳤던 지혜를 얻고, 인상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미적 경험을 얻게 된다. 화가의 손, 붓, 물감이 제각각 다른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추상의 느낌을 받는다. 구상의 그림을 꼭 구상으로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 속에 감상은 새로운 방향을 발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단순히 Forest가 아닌, Trees and Undergrowth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명화를 감상할 때 사람들은 특히 더 많은 압박을 받는다. 저명한 누군가가 쓴 글에 따라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옮겨야 할 것 같은 그런 압박감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를 예술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실제로 동시대에 다가갈수록 예술은 개인적인 부분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1인 미디어, Vlog와 SNS가 수없이 등장하고 주목받는 이 시대에서 나도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글들은 독자를 위한 예술의 가이드, 개론이 아니다. 나와 예술 사이의 기록이자 그저 함께 생각해보고 예술과 친해져 보자는, 그래서 시작하는 나의 예술 공부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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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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