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 속에 존재하는 유럽의 서점들

글 입력 2018.07.02 21: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MG_7543.jpg



서양과 동양의 독서

이 책의 리뷰를 쓰기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실이 있다.

사실 서양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유독 서양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무섭도록 바르다는 것을 눈치채곤 한다. 사실 어릴 적 부터 과학 잡지, 동화, 논문, 소설, 시 등등을 가리지 않고 자기나라 언어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유명한 학자와 작가들이 쓴 글을 번역 없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읽을 수 있다니- 분명히 그들에겐 그들 나름의 이점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양권의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분명 우리는 노벨상을 받은 외국 학자나, 셰익스피어와 같은 유명한 외국 작가의 글을 어린 시절부터 원문 그대로 읽을 수는 없지만, 번역된 버전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 아이들에 비해 접할 기회가 적은 것은 확연한 사실이다.

아름다운 센느강-을 주제로 한 시나 소설이 있다고 쳐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그곳에 가본 사람이나 그곳의 아름다움을 아는 이는 분명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것이고, ‘고딕 양식 교회의 꼭대기에 있는 종탑에서는 저녁마다 큰 종소리가 울려퍼졌다.’라는 문장을 보고 그것을 머릿속에 그려내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시키는데에는 어려움을 겪을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천자문을 읽으며 한자를 외우거나, 유교 경전을 읽으며 한 사람의 가르침을 터득하는 식의 독서를 하던 동양. 그리고 시나 소설 등 가상세계를 주로 하는 창작물을 사랑했던 서양.

둘의 독서습관은 분명 다르지만, 그래도 현대로 넘어오면서 그 경계선은 많이 흐려지게 된다. 책을 매개로한 독서는 이제 범세계적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고, 우리의 책장에서 외국 작가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은 지난 세기부터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서점의 기능

그렇다면 그러한 책을 파는 서점은 우리들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까? 사실 나는 서점에 딱히 용건이 없어도 들려서 그 분위기를 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책의 작가인 신경미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더라도, 그 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이벤트들을 즐기고 기대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서점 체인점인 교보문고를 주로 들린다. 그것도 가장 큰 광화문 교보문고에 말이다. 그곳은 책 뿐 아니라 음반, 문구, 잡화 심지어는 음식점이나 카페까지 취급하며 이미 서점의 기능 그 자체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 곳은 한 번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1시간은 머물다 나오는, 마법의 공간으로서 예전에 그곳과 가까이 살았을 적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두세번을 가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서점은 이와같이 교보문고의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있는 이미지이다. 다른 프랜차이즈인 영풍문고나 반디앤루니스를 보더라도 교보문고와 그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여러가지 작은 독립 서점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서점이란 더 많은 종류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야 하고, 이것을 보러 간 것이어도, 저것에 빠져서 나올 수 있어야 하는 그런 공간인 셈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파는 서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서점 본연의 기능을 하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서점을들 보았다. 그리고 그곳들을 보며 내가 느끼던 서점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들만의 충분한 매력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유럽인들의 시간의 흐름과 역사에 대한 사랑이자 자부심이기도 했으며,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기도 했다.

서점에 대한 다른 부가기능을 줄이고 자기들만의 강점을 내세운 서점들.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서점 네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데벤테르 고서점
당신을 위한 책을 만들고 인쇄합니다

IMG_7544.jpg
출처 : deventer.info


Gedrukt & Geknipt voor U
Kleine Overstraat 50, 7411 JM Deventer, 네덜란드
+31 570 643 450


파스텔 색상, 여름만 되면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여름날 책장터의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만든 하늘의 우산들. 말 그대로 예술거리인 이곳에 위치한 이 서점은 이름부터 시선을 사로잡기에 이른다.

역사적 책의 도시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인생론을 펼치는 주인 아저씨가 계신 이 곳은 무려 4만명이나 방문한 곳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맞춤형 책을 제작해준다는 것이다. 독립출판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점에는 주인 아저씨가 만드신 다양한 문학, 대중소설, 역사, 스포츠에 관련된 책, 뿐만아니라 골동품까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헤이그
스탠리 앤 리빙스톤

IMG_7545.jpg


Stanley & Livingstone Reisboekhandel
Schoolstraat 21, 2511 AW Den Haag, 네덜란드
+31 70 365 7306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다고 책에 쓰여져 있지만, 내게는 눈길을 사로잡힌 마성의 서점인다. 괜히 콜콜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지도를 통해 요리조리 잘 살피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 잘 티도 나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이 곳은 여행자의 갈증을 해결해주는 여행 서적 관련 서점이다.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헤이그(덴하그) 특성을 잘 갖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20년이상 거리를 지키며 존재한 이 서점은 주인의 애정이 가득 드러나는 서점이라고 한다.

서점 내부에 전시되어있는 각종 세계지도와 지구본들은 당장이라도 구매해서 방 한 쪽 벽면에 붙이고 싶게 생겼고, 특유의 엔틱한 분위기는 당장이라도 여행계획을 짜고 싶게 생겼다.



벨기에 브뤼셀
쿡 앤 북

IMG_7546.jpg
 
IMG_7547.jpg


Cook & Book
Place du Temps Libre 1, 1200 Woluwe-Saint-Lambert, 벨기에
+32 2 761 26 00


사실 난 이 곳을 보고 ‘이건 무슨 천국이지’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식사와 독서라니! 생각만 해도 매일 식사할 때 딴짓 하지 말라던 엄마에게 이 식당의 타당성과 독서를 하며 식사를 하는 자유를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점 하늘엔 800여권의 책이 날갯짓을 하고, 스머프의 나라 벨기에 답게 여러 만화도 곳곳에 놓여져 있고, 각각의 테마를 가진 공간이 여러개 이어져있는 꿈과 같은 곳. 그런 곳에서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책 속에 파묻혀 책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이 서점은 사실 구글맵에 검색하면 음식점이라고 분류되지만, 그것을 다 떠나서 벨기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나에게 이 서점의 존재 단 하나때문에 여행의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 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다.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IMG_7548.jpg


Shakespeare & Company
37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프랑스
+33 1 43 25 40 93


아름답기 그지없는 서점의 정수이자 파리의 여행 핫스팟인 이 곳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꼭 한번 가고싶은 곳이었다. 사실 나는 이 곳이 런던에 위치한 서점인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파리에 위치해 있다고 발견했을 땐 적잖게 놀라고 말았다.

오래된 이 서점에서 혼자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의 상상을 하던 작가님을 보며 나도 살짝 미소지었고, 문학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이 장소의 신비함에 다시금 놀라워했다. 시간 속에 스며든 장소가 주는 힘은 참 대단하다. 그 시절 지금의 거장들이 아무것도 아닌 아마추어였을 당시부터 존재하던, 그들의 안식처 같은 곳. 그것만으로도 방문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1919년 시작된 이 서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1941년 잠시 문을 닫고 1951년 르 미스트랄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탄생 400년인 1964년에 지금의 서점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서점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곳,
환대를 실천하고 배워야 하는 곳,
사람은 사라져도 글은 남아있는 곳,
필시 순간순간이 역사가 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히 메아리를 울려대는 동굴.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서점이 존재하겠지만,
그 모든 서점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김수미.jpg
 

[김수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