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Tell me about it : 아우르다

나의 안과 밖
글 입력 2018.07.0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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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굳이 tell me about it을 골랐다. 나에게 가장 사연 있는 문장을.

tell me about it, tell me about it, tell me about it.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나에게 말해줘’와 같이 들렸다. 그런데, 부담스러운 요구일 것만 같았던 이 문장이 우려와 달리 ‘내 말이!’라는 공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단다. 어떤 의미에서 후자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머리로 처리할 수 없는 문장이라는 이유로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언어라는 그릇에 담겨있는 것들은 한계를 가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tell me about it'만큼은 틀에 갇힌 와중에도 마음의 영역에 위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Tell me about it은 ‘내가 모르는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유행어 혹은 입버릇이라며 ‘그렇지!’ ‘맞지!’ ‘그래!’ ‘맞아 맞아.’라는 문장을 꺼내들곤 했다. 공통적으로 뚜렷하고 명시적인 동의의 표현들이었다. 분명 청자 입장이었던 다수의 눈에는 따뜻한 단어들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tell me about it에 받은 감동과 유사한 감정을 나를 통해 전해 받은 상대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은 그런 말을 내뱉은 기억조차 없었기에, 나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마저도 문장들이 마냥 낯설었다. 낯설다는 표현이 꼭 이질적이라는 의미를 전제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와중에 행했던 수많은 공감의 표현들은 거짓이란 말인가. 어쩌면 무의식에서 일어날 만큼, 나의 인생에 ‘감정의 나눔’이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후자가 정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나 나누는 삶을 지향해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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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이나 도움으로 묶인 삶을 꿈꾼 것이 절대 아니다. 한 번 뿐일지 모를 나의 인생에서 제대로 나누어보고자 했던 것은 감정이었다. 감정, 그 뿐이었다.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이라는 개념은 생각에서 비롯되기에, 이 둘은 끈끈하다. 그래서인지 모조리 들어주기보다는 듣고 읽어주는 일을 선호한다. “나 슬펐어.”를 듣고 “네가 슬펐구나.”라고 답하는 경우보다, “내가 이런 일이 있었어.”, “나는 이렇게 생각해.”를 듣고 “네가 그래서 참 슬펐겠구나.”라고 읽어주는 것이 나에게는 진정한 감정 나눔이라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감정 나누기를 위해서는 생각을 나눌 통로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생각이 담긴 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마음 밖으로 꺼내 줄 모든 도구들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문장, 그림, 언어, 멜로디, 귀, 입술, 열 손가락 같은 것들. 표현과 공감에 대한 여러 분야에 도전하여 경험을 해나갔다. 특히 문화, 예술에 관한 여러 장르를 만져보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나의 생각을 전했다.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법, 전달하는 법, 생각을 떠올리는 법까지도 공부했다. 하지만 도전에만 그칠까 두려웠다. 나는 절대 보고 듣는 것에만 그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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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나누기 위해 나를 먼저 드러낼 줄 알아야한다는 판단이 앞섰다. 나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사랑하는 글을 통해서 ‘성장한 나’, ‘자라나기 시작하는 생각’을 녹여내는 일을 연습했다. 하지만 감정을 나누는 길을 걷겠다는 큰 꿈은 거창하게 느껴졌고, 숨어서 글을 쓸 뿐이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이 모이면 큰 틀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다는 마음 뒤에 가려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사랑하는 것들을 느끼고 사랑하는 글로 표현하는 일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지만, 정작 ‘나의 느낌과 나의 글’을 사랑할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글을 적는다는 것,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미, 언제나, 제 인생을 채우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는 글쓰기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글을 나눈다는 것에 중점을 둔 도전이었다. 스스로의 글을 사랑하고, 나의 감정을 존중할 기회를 얻을 유일한 기회였다. 혼자서는 너무나도 힘에 부친다는 것을 알았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또한 쥐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는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일을 도와주지만, 사실 내가 꿈꾸던 ‘감정 나누기’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고작 몇 개월 만에, 나는 날개를 달았다. 나의 안과 밖을 보다 자유롭게 넘나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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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 둘이다. 어떤 고등학생 A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도 있는 ‘대학생’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이 나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젠가 취업준비생의 탈을 쓰고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직장인이 되어있을 게다. 어쩌면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역할은 나의 일부 혹은 내가 입는 옷일 뿐, 결코 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내 인생의 모든 흐름에서 안고 가기로 한 꿈. 그 비전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를 정의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나는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 될 테다. 나를 알고 남을 알아주는 사람이 될 테다. 나를 위해 살지 않을 것이다. 남을 위해 살지도 않을 것이다. 내일의 나는 표현을 연습하고 교류를 도전한다. 감정을 읽고 쓴다. 웃고 운다. 그렇게 예쁘게, 함께, 살아간다.

tell me about it은 그 속사정과는 또 다르게, 겉껍질은 보이는 그대로다. ‘나에게 말하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문장 하나의 겉과 속이 나 자신, 그리고 나의 밖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tell me about it.

에디터 김예린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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