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쾌하였도다! 뮤지컬 '판' [공연예술]

신명나는 한 '판'을 보다
글 입력 2018.06.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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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은 규방 여인네들에게 유쾌하고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희대의 전기수 호태가 철부지 양반집 도련님 달수에게 이야기 푸는 방법을 전수하는 내용으로, 조선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각종 놀이 문화를 현대의 뮤지컬로 재해석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7년 3월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기획공연으로 선정되어 공연을 올리고, 같은 해 12월, 정동극장 창작ing 뮤지컬로 선정돼 재연한 후 또 다시 정동극장에서 올해로 벌써 세번째 무대에 올랐다.

서민들의 애환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던 우리 민족의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 '판'의 매력을 본격 탐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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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뮤지컬 '판'은 곳곳을 떠돌며 이야기를 읽어주는 전기수들이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어주는 형식의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졌다. 공연이 시작하면 관객석 뒤편에서 등장하는 전기수들로 인해 관객들의 고개는 뒤편으로 향하게 되고, 여기서 이미 기존의 앞만 보며 관람하던 공연에서의 전형을 깨부순다. 또한 배우들은 보다가 흥겨우면 박수를 쳐도 좋고, 추임새를 넣어도 좋다고 언급하여 혹시나 흥에 겨워 타인의 관람에 방해가 될까 우려할 관객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들의 직업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향한 이들의 대사나 애드립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관객들은 어느새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설방에 자리를 깔고 앉아 전기수들의 이야기를 빠져 듣게 된다.

관객 참여 형식은 공연 중간 즈음 전기수 호태가 즉석에서 관객들이 듣고 싶은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관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소재(톰과 제리, 소녀경, 어우동 등 당일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 각양각색의 단어들이 등장한다)를 이야기하고, 호태는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맞춰 이야기를 즉석에서 풀어낸다. 물론 즉석인 만큼 자연스럽게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지만, 옆에서 호태 역의 배우를 거들어주거나 비웃어주는 배우들과 함께 못하면 못한 대로 극은 유쾌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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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민들의 각종 놀이 문화를 곳곳에 심어놓다

뮤지컬 '판'에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각종 놀이 문화를 이용해 극을 전개하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수'는 온종일 방 안에서 자수를 놓으며 시간을 보내는 규방 여인들에게 남사스럽다며 금지된 야릇한 이야기나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해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품행이 자유롭지 못한 여인들을 이야기가 불러낸 상상 속에서나마 자유롭게 하는 역할을 했다. 안무 곳곳에서 봉산탈춤의 기본동작을 응용한 동작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있다.

무대 한쪽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산받이의 존재 또한 기존 전통극인 꼭두각시놀이에서 인형과 대화를 하며 극을 이끄는 해설자로, 뮤지컬 '판'에서도 전기수들과 대화하며 극의 진행을 돕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놀이 풍자극은 과거 양반들의 행태를 비꼬며 해학적으로 풍자하던 서민들의 전통 놀이 문화로, 모여드는 새들의 존재를 분노한 백성들의 결집으로 해석해 현대적인 난타와 함께 표현한 넘버 '새타령'도 전통과 현대의 문화를 잘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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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욕망하는 여성 캐릭터들

기존의 뮤지컬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몇 명 등장하지 않거나, 수동적이고 남성 캐릭터의 보조적인 역할로만 쓰인다는 비판들이 다수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거나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지 못하고, 남성 캐릭터를 위해 희생하거나 고난을 겪음으로써 그들을 각성시키는 역할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뮤지컬 '판'에서는 개인의 욕망을 표출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규방의 여인들은 갑갑함을 이기고자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전기수를 부르는 욕망을 가진 자들이며, 소설을 필사하는 일을 하지만 자신만의 소설을 쓰기를 소망하는 덕이는 여성 최초의 놀이꾼이 되는 연옥이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도 한다. 매설방을 운영하는 춘섬은 조선에서 가장 큰 매설방을 만들거라는 꿈을 표출한다. 이들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꿈을 꾸고, 욕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과는 차별점을 보인다.



끝으로

이밖에도 뮤지컬 '판'은 각종 애드립을 보는 재미와 수많은 웃음코드, 중독성 있는 넘버 등 많은 매력 포인트를 갖춘 극이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큰 불편함없이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여름에는 정동극장까지 가는 길의 기분 좋은 풍경을 구경하며 어디에 앉아도 잘 보이는 훌륭한 단차를 가진 극장에 앉아 전기수들이 풀어내는 유쾌한 이야기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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