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직업

고갱의 삶
글 입력 2018.06.22 23: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대는 그대가 꿈꾸는 삶을 선택했는가
삶이 그대를 선택했는가


필자가 좋아하는 박정대 시인의 시, 『플럭서스』의 일부이다.

이 구절을 읽고 순간 머리가 띵했다. 지금까지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꿈꿔오던 많은 것들은 포기한 것은 아닌지. 지금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아니면 삶이 나를 선택한대로, 되는대로 살고있는지. 깊은 생각에 잠겨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른 화가가 있었다. 자신이 꿈꾸는 대로,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 나갔던 화가. 그의 이름은 폴 고갱이다.



증권사 직원에서 예술가로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예술활동들을 해오던 거장들과 달리, 고갱은 매우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30대 초반까지 파리의 증권사에서 주식 중계인으로 활동 중이었다. 예술에 대해 단순히 아마추어적인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고갱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며 주말화가로 활동할 수 있었고, 단순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 직업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직장을 그만둔다.

사실 위인들의 삶은 때로 막장드라마보다 더 기구해서, 고갱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돌연 예술가가 되겠다며 단숨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도 좀 시시하다고? 이제 고갱이 선택한 더 드라마틱한 삶이 벌어진다.



원시적인 삶을 향한 열망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고갱인만큼, 고갱은 당시의 화가와는 다른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그는 당시 인상주의에서 표현하던 부르주아의 화려한 삶이나 도시의 모습이 아닌 원시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단순히 미적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미술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이런 열망 하나로 또 커다란 선택을 하게 되는데, 돌연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원시적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삶을 택한 것이다. 그는 퐁타벤, 파나마, 브르타뉴, 타이티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그곳에서의 삶과 사색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IMG_3263.JPG

IMG_3266.JPG


그는 중간 중간 파리에 와서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조를 유지하였다. 뚜렷한 윤곽선과 평면적인 형태, 그리고 단순하면서 강렬한 원색들의 향연은 오직 고갱만의 그림 양식이다. 그의 경험과 상상이 결합된 원시지역의 모습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그의 삶과 작품들은 고갱 직후의 표현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후대의 우리에게 귀중한 보물들을 남겨주었지만, 막상 본인은 타이티에서 얻은 병으로 인해 히비오아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그의 무덤은 유명한 화가의 묘역들 중 가장 관광객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꿈꾸는 삶을 향하여

고갱의 일생이 바람직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의 반대이다. 그는 최악의 아버지이자 남편, 그리고 동료였다.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무책임하게 벗어 던지고 본인만을 선택한 이기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삶을 본받고 싶어졌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의 가치관에 나를 맞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미술에 대한 일념, 그리고 원시적인 것에 대한 열망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을 뿌리쳤으며, 그것으로부터  그의  예술세계는 꽃을 피웠다. 우리는 자주, 하고 싶은 것들을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변명이나 합리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나의 내면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집중하고, 다른 누구의 목소리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노력이라도 말이다.


[안지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