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기고] '틈'- 우리는 누가 움직이는가?

글 입력 2018.06.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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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jpg


우리는 누가 움직이는가?


저녁 무렵 서울 시내 한복판의 도로는 매우 느리다. 수 많은 붉은색 불빛이 앞을 가리고 급해지는 마음과 고된 하루를 보낸 후의 피로는 점점 커진다. 순위경쟁이 치열한 도로 위의 차들을 보며 예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겪은 일이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학교와는 거리가 먼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고 근처 대형 마트의주차장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였다. 여느 때와 같이 잠에 취해 비몽사몽으로 매일 아침 7시, 마트의 벽에 기대어 땅만 쳐다보며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날의 시작은 특별했다. 쇼핑카트를 밀며 내 옆을 지나가시던 어떤 할머니께서 던진  농담 한 마디 때문이었다.

"Is the building holding you up?
or are you holding the building up?"
(“건물이 자네를 받치고 있는건가?
아니면 자네가 건물을 받치고 있는건가?”)

온갖 우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띄고 벽에 기대어 있던 어린 나는 수줍은 미소로 할머니의 말씀에 대답했지만 단순한 농담(joke)로 넘기기에는 많은 생각이 드는 한 마디였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누구에 의해 흘러가는 것인가?

나는 그저 시간에 기대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인지, 혹은 내가 시간 위에 있는 것인지,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받치면서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덕분에 그 날 하루는 하루 종일 여러가지 생각으로 인해 수업에 집중도 못하고 감성이 터졌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세상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인지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루어 지고 있고 아날로그의 정신은 점차 예전의 것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토록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늘을 어제의 반복으로 만들것인지, 내일을 위한 준비로 만들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 질 것이라고 믿는다.

글쓴이의 말: 사진을 찍고 사진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최광준입니다. 그리고 제 사진과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생각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틈'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광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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