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손님들: "둘 다 저를 사랑해줘요. 이상적이죠."

너무 많은 타인들
글 입력 2018.06.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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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2018년 제 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는 최정나 소설가의 한밤의 손님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나는 한밤의 손님들에 등장하는 ‘나’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일부일처제의 혼인 제도를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만 일처다부제나 일부다처제 같은 혼인 제도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누구든지 둘 중 어느 것이 옳고, 윤리적인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나라는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이 좋아요. 집에 가면 일영이 있고, 회사에 가면 그 사람이 있어요. 둘 다 저를 사랑해줘요. 이상적이죠.” 그리고 일영은 생활의 동반자이고, 그 사람은 영혼의 동반자라고 덧붙여서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다.

일영와 그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일영과 그 사람이 나라는 인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각자 다르다. 그래서 한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면 나라는 인물이 말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데 나라는 인물이 그걸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말이다. 소설 속에서 오리라는 인물은 “그게 사랑이냐? 그건 사랑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게 사랑이 아니면 어떤 것일까? 그것은 정말 그들이 말하는 불륜이나 바람인 것일까.

불륜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데가 있음이다. 과연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무엇일까. 그건 자신이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정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타인이 행하는 모든 것들을 함부로 정의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입 밖으로 내뱉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라는 인물은 진심으로 두 사람을 만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 행위를 함부로 바람으로 치부하는 것이 더 이상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임솔아 시인의 ‘예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서 화자는 사람들에게 착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화자는 그렇게 그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시에서 화자는 자신 안에 고여 있던 내가 아닌 타인을 창밖으로 밀어내는 행위를 통해 프레임을 벗겨내게 된다.

그렇게 타인을 밀어냄으로써 진정한 나로 거듭나는 것이다. 임솔아 시인의 시처럼 나라는 인물도 돼지와 오리로 묘사되는 가족들의 말을 계속 역겨워하고, 무시하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야한다. 아무도 타인의 행동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라는 인물을 옹호한다.


[차유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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