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 죽이는 읽을거리 대신, 시간 살리는 [독서경영] 한 권.

글 입력 2018.06.20 18: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jpg
 
 
독서경영 vol.10
2018. 05+06

내 인생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 라이프 매거진


‘잡지’는 하나의 제호 아래에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는
정기간행물을 가리킨다.





독서 라이프 매거진, 독서경영

 
<독서경영>에는 ‘독서’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정리된 여러 글들과 프로그램이 정리되어 있다. 쉽기만 한, 가벼운, 소모성 잡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겁고, 다가가기 어려운 전문지도 아니다. 평소 잡지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나에게 ‘잡지’라는 장르의 책은 병원이나 도서관에서 ‘킬링타임’용으로 읽는 얇은 책자 정도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독서경영>은 그 편견속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나는 이 독서라이프 매거진을 ‘킬링타임’용이 아니라 ‘리빙타임living time’용 ‘도서’라고 부르고 싶다. 책에는 작가의 삶에서 우러난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독서경영>은 그 삶을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이 다양한 시선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 ‘도서’를 읽는 시간은 그저 소모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더욱 생생하게 살아가는 시간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독서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서, 독서 그 자체 혹은 독서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독서를 장려하거나,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독서법을 코칭해주고,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준다. 모든 건 강요되지 않고 그저 추천으로 남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글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독서에 대한 의욕이 생겨나는 것 같다. 의욕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의 몫이지만, 그런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들, 책을 읽고 싶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다 보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과,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그리고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마침내는 ‘독서’를 시작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1. 부모자식간 존재 인정의 지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권도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애틋하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마음 속에 상처, 아쉬움, 후회를 남기기도 하는 관계가 바로 부모자식 관계가 아닐까 한다. 나 자신이 유년기의 감수성 풍부하던 시절 받은 상처를 아직도 꼭꼭 끌어안고, 때로는 괜찮다 되뇌이지만 때로는 서러움이나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는, 아직 덜 자란 인간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부모도 부모된 것이 처음이기에 실수를 한다. 우리는 처음 맺은 종류의 관계에서 실수를 통해 배우고, 그 다음에 비슷한 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인간관계를 배우고 성장한다. 그러나, 가족관계는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쉽지 않다. 매일 부대끼고 살기에 더 쉽게 실수하고, 더 일상적으로 실수하면서, 쑥쓰러움이라는 변명 앞에 쉽게 바뀌지도 고쳐지지도 않는 나의 태도를 10년이고 20이고 유지하게 된다. 또한 거울속의 내 모습을 매일같이 보는 내가 수년 만에 만난 타인보다도 내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듯, 매일을 공유하는 가족끼리는 서로의 변화에 둔감하기도 하다. 그것이 이 사람이 몇 년 전 내게 그런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사람보다 변화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그러나 복잡해 보이는 이 관계의 해결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저자의 말처럼, 바리데기와 오늘이 이야기에서 발견한 것처럼, ‘나에게 행한 상대의 행동’보다는 그를 받아들이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내 존재를 긍정하고 나로서 살아가는 것. 내가 나로 살기 시작하면,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인정하고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들도 ‘그 자신’으로 살아갈 것이고 나는 그 옆에 ‘나’로서 존재하며 함께 살아갈 것이다.
 


2. 인문학으로 확장하는 독서 / 안계환


나는 대학시절 ‘불어불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고등학생 시절 대학에 가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결정하면서 내가 중점을 둔 것은 ‘불문학’보다는 ‘불어’ 그 자체였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에 흥미가 있었던 것이지 프랑스의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공공연하게 티를 내었던 것 같다. 문학수업이나 번역수업보다는 문법수업과 회화수업이 더 즐거웠다. 한 번은 ‘꿈 설계 상담’이라는 전공 상담 과목을 들으면서 교수님께 이 이야기를 당당하게 한 적이 있다. 그 때 내 과목 담당 교수님은 문학분야에서 인정받은 분이셨는데, 나에게 ‘그건 자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을 알지 않고서는 그 언어를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이 교수님이 문학 전공이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문학이라는 것은 당대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글을 써 모은 것이기 때문에, 원서를 공부하면 언어는 자연스레 내 것이 된다는 말을 귀로 듣고, 머리로도 알고 있었지만, 불문학은 왠지 난해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조금 멀리했던 것 같다.

‘인문학으로 확장하는 독서’를 그 때 읽었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원서든 번역서든 지금보다 더 많이 읽었을 것이고, 문학을 각색한 영화나 뮤지컬을 챙겨 보면서도 원작을 멀리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관심분야를 선택하여 읽는다,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는다.
역사를 이해하고 읽는다,
문화를 이해하며 읽는다.

이 독서 사계명을 마음에 두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3.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전해주는 10대 독서 주의보 / 유영만



리더십leadership은
리더십readership에서 비롯된다.

1. 읽지 않으면 읽힌다
2. 안 읽으면 못 읽는다
3. 빨리 읽어봐야 남는 게 없다
4. 고전을 읽다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
5. 읽은 척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6. 책을 읽지 않으면 책 잡힌다
7. 지금 읽지 않으면 다시 읽기 어렵다
8. 습관적으로 읽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읽지 않는다
9. 빌려 읽지 말고 사서 지저분하게 읽어라
10. 책을 다 읽으면 책 밖으로 나가서 책대로 행동하라


언어의 마술사 같은 유영만 교수님의 10대 주의보는 내가 독서를 멀리하면서 주절주절 가져다 붙였던 핑계들을 조금 아프게, 하지만 속 시원하게 긁어내버린다. 핑계란 것이 그렇다. 나 자신도 내 행동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혹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치지 못할 이유가 있거나 고치고 싶지 않은 내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지 않은가.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도 내면 어딘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바로 핑계다. 유영만 작가의 10대 주의보에 달린 짧고 강렬한 설명들을 모두 읽고 나면, 지금까지의 내 핑계를 돌아보며 창피함이 묻어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책을 안 읽는다. 책이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읽히지 않으니 점차 안 읽게 된다. 책을 안 읽을수록 책에 나오는 다양한 개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더 안 읽게 되고 더 안 읽게 되니 결국은 못 읽는다.’


‘어떤 책은 책꽂이에 꽂혀 먼지만 쌓이는 책도 있다...읽어야 될 책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늘 하는 말이 다음에 읽어야 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다음이 되면 다시 보겠다고 다짐한 책보다 더 끌리는 책이 나타나서 다음의 다음으로 밀린다...지금 당장 읽어보고 다음에 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판단하자.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책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책은 그저 종이책에 머물 뿐이다...책 읽기는 종이 책 속의 활자를 읽는 게 아니라 일상을 담고 있는 삶 읽기이고, 그런 삶 읽기야말로 책 읽기의 핵심이다.’


책 읽기란 무엇인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보다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책 읽기는 삶 읽기이다! 사실은 이 말에서, 앞에 이야기했던 ‘리빙타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독서경영>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내게는 삶을 읽어가는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더 많은 ‘리빙타임’을 보내기 위해, 오늘 밤에는 침대맡에 기대 앉아 책 한 권을 읽어야겠다.


14.jpg
 

 
류소현.jpg
 

[류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