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느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우리나라 뮤지컬'의 차이 [공연예술]

뮤지컬 '캣츠(Cats)'와 '위키드(Wicked)'를 중심으로.
글 입력 2018.06.1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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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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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는 내가 처음 본 뮤지컬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점점 더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결국 공연예술인을 꿈꾸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나의 꿈의 출발점이 이 뮤지컬 '캣츠'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처음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준 '캣츠'가 바로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보게 된 극이 되었다. 뭔가 나에게 '처음'이라는 설레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이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나를 설레게 했었다. 그리고 극을 본 후, 이 설렘은 또 다른 감동으로 바뀌었다.

우선, 브로드웨이의 '캣츠'를 보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의 피지컬'과 '움직임'이었다. 물론, 배우들의 노래도 좋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노래를 매우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역시 브로드웨이!"하고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피지컬과 움직임은 정말 많이 놀라웠다. 특히 악당 고양이를 맡은 배우의 거대한 몸집과 묵직하면서 정확한 움직임은 엄청난 위압감을 전달해 줬다. 피지컬과 움직임만으로 그렇게 '악당'을 잘 표현하고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배우 외에도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이 모두 깔끔했다.

물론, 고난이도의 안무가 많은 '캣츠'이다 보니 한국 공연의 배우들도 기본적으로 몸을 어느 정도 잘 쓰는 배우들이었다. 하지만, 한국 공연에서의 움직임은 '연습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움직임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몸을 쓰는데에 굉장히 능숙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굉장히 '잘 훈련된' 배우들의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공연 기간'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보다 긴 기간 동안 공연을 올리는 '브로드웨이' 시스템에서, 배우들은 극, 무대, 안무에 스며들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그것을 완벽히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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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바로 무대미술이었다. 무대미술 및 연출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예쁠 뿐만 아니라, 극의 분위기나 컨셉에 너무나 잘 맞아서 이 극의 매력을 더 키워줬다. 역시 아무래도 장기공연을 하다보니 이정도 퀄리티로 무대를 꾸밀 수 있나보다. 한국에서 하는 캣츠같은 경우 프로세니움이라고 하는 가상의 벽 뒤로만 무대를 꾸며놓았었는데, 여기는 정말 '극장 전체'를 캣츠무대로 꾸며놓았다. 예를들어, 객석 중간 중간에도 작은 전등들이 있었다. 이 전등들은 극 중간 중간의 분위기에 맞게 켜졌다 꺼졌다 하며 관객들이 극에 더 몰입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뮤지컬 '위키드(W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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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Wicked)가 한국에서 초연할 때, 브로드웨이에 엄청난 뮤지컬 작품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하고 보러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사실 그 때 굉장히 많이 실망을 했었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작품으로 기대를 하고 갔는데, 나한텐 그 둘 다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유치하게만 느껴졌고, 뭔가 많은 걸 얘기할려고 하는거 같은데 결국 무엇을 얘기하고 하는지 모르겠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인물들이 매력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 보고 온 뮤지컬 위키드는 이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다. 우선, 한 명도 죽어있는 캐릭터가 없었다. 모든 캐릭터, 심지어 앙상블 한명 한명도 극 속에서 모두 살아움직이고 있었다. 주연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구구절절하게 설명되지 않아도, 그 캐릭터가 잘 느껴지고 그 극 속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공연에서 볼 때는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브로드웨이의 공연에서는 다 기억에 남았고,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각 캐릭터에 설득력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극 자체에도 설득력이 생겼다. 한국공연에서는 유치하고 산만하게 느껴졌던 극 내용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오히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극을 보고 더 감동을 받다니,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사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은 우리나라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배우들 중에도 소름끼치는 실력을 가진 배우들이 있다. 우리나라와 브로드웨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들 개개인의 역량이 아닌 '뮤지컬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인 것 같다. 뮤지컬이라는 것은 '배우'의 힘만으로 끌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뒤의 스탭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그 극을 위해 힘쓰는 모든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 완성되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해 진다면, 그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브로드웨이극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공연 제작 시스템의 체계성과 전문서이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기본 시스템이 탄탄하니, 연출과 스탭들 또한 탄탄하게 그들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배우들이 그들의 연기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탄탄하게 잘 만들어준다. 주연배우부터, 앙상블까지의 모든 배우들이 그들의 배역에 몰두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탄탄함'들이 극 전체의 완성도를 더 견고하게 해주는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그 역사가 깊다 보니 우리나라보다 더 탄탄한 체계를 지닌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체계가 지금보다 더 탄탄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 껏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튼튼한 체계가 우선되어야 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연예술계도 우리나라에 맞는 단단한 체계가 보다 더 견고하게 다져져,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공연예술인들이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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