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원한 아이디어 한 모금, 어떠세요?

도서 < The Shape of Ideas(생각하기의 기술) > 리뷰
글 입력 2018.06.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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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한창 기말과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제를 정해주는 과제도 많은 것 같던데, 이상하게도 내가 고르는 수업의 과제들은 다들 주제 자유, 분량 자유, 형식도 자유였다. 배운 범위 내에서 쓰고, 참고문헌을 잘 표시하는 등 최소한의 조건만 주어진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과제다. 자유주제는 언뜻 보면 편할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괜찮은 과제를 써내겠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나의 뇌를 쥐어짜는 고통을 선사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오로지 ‘생각’만 하는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들을 찾아 뻑뻑해진 눈으로 들여다보고, 커피 한 잔 들이키고 가만히 앉아서 혹은 누워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고, 그러다 잠깐 잠들기도 하고, 이미 몇 번 복습한 수업 내용을 맥없이 한 번 더 들여다본다. 무엇을 쓸지, 그놈의 주제 하나를 찾기 위해 먼지 쌓인 생각 더미를 뒤지고 또 뒤진다. 그동안 내 머리는 미세먼지 가득한 창고가 되어버린다.

나의 탁한 뇌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을 넣어준 건 바로 이 책이었다. 생각이 벽에 막혔을 때, 정말 괜찮아 보였던 아이디어가 한 순간 형편없어 보일 때, 혹은 절망스럽게도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생각의 수렁에서 수차례 나를 꺼내 준 고마운 책이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 적혀있냐고? 그런 건 없다. 한국어판 제목과는 달리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 책도 아니고, 좋은 아이디어를 알려주거나 요령을 전달하는 책도 아니다.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그렇다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엉뚱하게도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시원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랄까? 그런데 선선한 바닷바람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아이디어가 하나 둘 씩 그물망에 걸려 들어오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Refreshing!


나는 생각이 막히면 무언가 먹을거리를 찾는다. 과자, 초콜릿, 커피, 하다못해 껌까지. 그렇게 먹었는데도 생각이 제자리걸음하면 절망에 빠지려는 마음을 꾹 참고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산책을 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나가서 걸으면 좋은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들 하지 않는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다보면 방 안에 앉아있을 때와는 뇌구조가 달라지는 기분이다. 산책을 하며 크게 심호흡 한 번 하면 엄청 커보이던 문제도 자잘해 보이고, 풀리지 않던 실타래를 싹둑 잘라버릴 마법의 가위도 생긴다.

이러한 잠깐의 간식타임, 잠깐의 산책과 같은 책이다. 내 레포트와 관련된 말은 단 한 줄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전공서적만큼이나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다보면 재치 있는 발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아이디어와 씨름하고 좌절하는 대목에서 공감하기도 하고, 생각의 막다른 길에 맞닥뜨렸을 때 대처하는 법을 엿볼 수도 있다. 그렇게 잠깐 머리를 식히고 나면 이전에는 잡히지 않던 기발함이 제 발로 나를 찾아온다. 한없이 무거운 와중에 잠깐의 가벼움, 이게 바로 초콜릿과 산책 그리고 이 책의 힘이 아닐까.


놀라운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이 만화를 본다.

- Brad F


가벼움이라는 힘의 원천은 일러스트에 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그림에 세심한 디테일을 얹어서 재미를 더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The Shape of Ideas’. 형태 없는 아이디어에 일러스트라는 옷을 입혀 눈에 보이게끔 만들어주었다. 만화책이기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통찰이 들어있다. 많은 페이지들이 공감과 생각을 불러일으킬만한 깊이를 가졌다. 금방 읽고, 그러나 여러 번 다시 읽고, 신선한 생각 한 줄기가 필요할 때마다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월요일 아침의 커피, 공원 산책과 언덕에서 보는 구름, 그림과 미술에 대한 여러 지식들 등 작가가 좋아하고 관심 갖는 것들이 책 여기저기에 녹아들어있었다. 또 이 책에 나오는 창조에 대한 여러 통찰들도 작가 자신이 직접 부딪히고 고민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조언들보다 훨씬 더 와 닿는 생각들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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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와 창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오늘날 예술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고 아이디어 경쟁이 벌어지는 지금, 오늘도 우리는 더 나은 생각을 위해 머리를 굴리고 새로운 과자 봉지를 뜯고 커피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노트북의 빈 화면을 노려본다. 생각과 분투하는 우리 모두에게 잠깐의 휴식을, 그를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선물하는 마법 같은 책. 그랜트 스나이더의 < The Shape of Idea(생각하기의 기술) >을 추천한다.





< 책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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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뉴요커>에서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바로 그 만화★
★2013 카툰 어워드 ‘올해 최고의 만화’ 선정★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인기를 모은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의 아이디어 탐색기다. ‘날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 짧은 철학적 언어와 귀여운 만화로 담았다.

스나이더의 고백에 따르면, 아이디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는 노동의 시간’과 ‘기술적 연습’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단단한 물질이다. 끊임없이 기록하고 재료를 찾고 열망하고 사색하고 탐구하고 모방할 때 비로소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디어 생산자들에게 절망은 있으되 포기는 없다. 그냥 하나씩 하면 된다.

바로 저자의 삶이 그 증거다. 치과의사로서 살아가던 어느 날, 어린 시절 자신이 ‘피너츠’와 ‘캘빈과 홉스’에 얼마나 열광했는지 떠올리고 만화를 그리기로 한다. 무반응이 이어졌으나 어차피 스스로를 위한 작업이므로 일주일에 최소 하나는 올리자고 결심했고 다채로운 작품이 쌓여 수천 명이 공감하기 시작, 급기야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 연재되었으며 이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멋진 아이디어를 찾아 죽는 것 말고 다 해본 듯한 그의 이야기들은 매 순간 아이디어 압박을 받는 이들, 머릿속 생각이 늘 뒤죽박죽 정리가 안 되어 고민인 이들, 신선한 생각을 공급받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다정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어느 페이지나 펼쳐도 ‘대단히 독창적인 생각’을 붙잡으려 하지만 좌절 반복 모드로 살아가는 한 아티스트가 살아 돌아다닌다.



[목차]

독자들에게 · 7
영감 · 9
노력 ·22
즉흥성 · 36
열망 · 50
사색 · 68
탐구 · 88
일상의 좌절 · 102
모방 · 114
절망 · 128
순수한 기쁨 · 138
찾아보기 · 140



[저역자 소개]


그랜트 스나이더Grant Snider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시적인 언어와 귀여운 그림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뉴요커>, <캔자스시티 스타> 등에도 실렸으며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고 아이디어를 찾아 탐색하는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이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삶은 불안정하지만 예술을 향한 용기를 북돋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앞에 있는 페이지는 비어 있으나 뒤에 있는 페이지는 무언가로 채워져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스케치북은 그의 필수품이다.

옮긴이_공경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테솔 번역 대학원의 겸임 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까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으로 데뷔한 후, <파이 이야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호밀밭의 파수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타샤의 말>, <타샤의 정원>,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북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를 썼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소개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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