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공연]

글 입력 2018.06.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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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은 사회적이다”

 
라는 말을, 어느 강연에서 들은 적 있다. 타인의 죽음은 쉽게 관찰된다. 중요한 건 그 ‘타인’이라는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사람으로 분류되는지에 대한 여부일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건너 아는 사람일 수도, 어제까지 바로 내 옆에 있던 사람일 수도 있다. 타인의 범위는 넓고, 무작위적이다. 그 타인이 ‘어떤’ 타인이냐에 따라 내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모든 죽음은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이 명제는 내가 계속 죽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자살 생존자다”

(책 <자살론> -천정환)

 
죽음에 대한 여러 생각이 있지만, 나는 죽음에 대한 사람의 의지를 주로 생각한다. ‘죽고 싶다’는 갈망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궁금한 적이 있었고 사실 지금도 많이 궁금하다. 이 생각을 가장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된 처음의 계기는 영화 <목소리의 형태>를 통해서였다. 여주인공이 신체적 장애로 사람들에게 점점 소외되어가며 여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것도 여러 번.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죽음’이란 단어에 ‘갈망’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적절한 선택인지 잘 모르겠지만, 갈망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었겠는가.
 
이 생각은 지금도 천천히 깊어지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그렇다. 하나의 계기는 친구의 지인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연락을 들었던 일이다. ‘시도’로 끝나 천만다행이지만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사실적인 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지인은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친구에게 다잉 메시지를 남겼고, 나도 그 메시지를 보았다. 의사는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했고, 친구의 지인은 온몸이 부서져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수술을 기다려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일은 친구에게 지인의 사진을 부탁해 받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었다.
 

“저는, 죽고 싶은데요.”
 

죽음의 그림자가 늘 심각하고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언제는 같이 일하는 이에게 ‘나중에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은 적 있다. 조금 뜸을 들이던 그 친구는 바보같이 웃으며 ‘죽고 싶다’고 말했다. 한낮의 해가 비치던 맑은 날, 가벼웠던 질문만큼 가벼운 대답이었다. 어쩌면 미지근한 삶에 편재하는 것이 죽음일 수도 있다.
 

“우리 매일 죽고 싶다 말하면서,
기적같이 1년을 살았구나.”
 

몇 해 전, 언니가 내게 준 크리스마스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 고백하자면 내게도 죽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 언니가 ‘우리’라고 했으니, 그래 언니에게도 그런 갈망이 있었으리라. ‘우리’에게는 모두 죽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타인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한다. 뉴스에서나 주변에서 죽음을 접할 때,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한 번씩 죽는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연극은 내가 또 한 번 다른 죽음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 같다. 일단은 삶을 생각하지 않으련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삶을 생각하게 될 테니. 먼저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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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일시 : 2018. 6. 20(수) ~ 7. 1(일)  평일 8시 /토일 4시 / 월 쉼

ㅇ 장소 : 대학로 나온씨어터

ㅇ 러닝타임 : 90분

ㅇ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ㅇ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ㅇ 기획 : K아트플래닛

ㅇ 관람연령 : 만12세 이상

ㅇ 티켓 : 전석 30,000원 (청년 30% 할인, 청소년 4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대학로티켓닷컴   

ㅇ 문의 : 02-742-7563   k_artplanet@naver.com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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