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묻히기엔 아까운, 지나치기엔 아쉬운 5월 아이돌 [음악]

글 입력 2018.06.17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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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음악방송을 자주 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출연 여부는 별로 중요치 않고, 그냥 습관처럼 본다. 우리나라의 음악방송과 음원 차트는 이미 아이돌 그룹에게 점령당했다. 이따금씩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영향력 있는 인디 장르 가수나 발라드 가수들이 끼어있긴 하지만, 어쨌든 아이돌 음악이 주를 이룬다.

요즘 음원 차트는 팬덤의 힘+대중성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이 약한, 인지도가 낮은 그룹들의 노래는 그 노래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고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나도 많은 그룹들이 가요계에 데뷔한 상태기 때문에, 멤버 개개인의 이름은 차치하고 그룹의 이름을 알리는 것마저도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근 한 달간 음악방송을 보면서 곡이 참 괜찮다 싶은 아이돌이 몇 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는 음원차트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목에 '5월 아이돌'이라고 적은 이유는, 이 팀들이 모두 '5월'에 컴백했던 팀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6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슬슬 활동을 끝내는 그룹도 있는 듯하다. 활동이 끝났다고 해서 이대로 묻어두기엔 아깝고 지나치기에 아쉬운 곡들이라고 생각되어서 조심스레 추천을 해보려고 한다.



VICTON (빅톤) - 오월애 (俉月哀)




지난 5월 23일에 발매된 곡이다. 빅톤의 첫 싱글 앨범이기도 하다. 빅톤이라는 그룹 이름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빅톤은 2016년 11월에 데뷔한 7인조 보이그룹이다. 요즘 가요계에 드문, 전 멤버가 한국인인 팀이다. 팀의 리더인 한승우가 데뷔 초 배우 한선화(구 시크릿)의 동생으로 기사에 종종 언급되었다.

오월애(俉月哀)는 ‘슬픔의 시간을 마주하다’라는 뜻이고, 멤버 한승우와 도한세가 랩 메이킹에 참여했다. 처음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봤을 때에는 ‘타이틀곡으로는 임팩트가 약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를 사로잡을만한 훅(hook)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를 몇 번 더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가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어가 거의 없는 한글 가사이다. 랩에 나오는 짧은 영어라든지, ‘yeah’ 정도의 영어 말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 ‘~게’ 등으로 라임을 맞춘 가사는 굉장히 감각적이고, 가사의 표현들도 시적인 느낌이 크다. 자극적이지 않은 가사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가사도 예쁘고, 그에 어우러지는 멜로디도 점점 귀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추구하는 ‘보는 음악’의 역할뿐만 아니라 ‘듣는 음악’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낸 것이다. 무대로 접하지 않으면 허전한 곡들이 있는 반면, ‘오월애’는 무대를 보지 않고 음원으로만 곡을 듣게 되더라도 전혀 아쉬운 느낌이 없다.

‘오월애’라는 곡으로 빅톤의 이름이 얼마나 알려졌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들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길에서 ‘오월애’는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N.Flying (엔플라잉) - HOW R U TODAY




지난 5월 16일에 발매된 곡이다. 엔플라잉의 4번째 미니앨범이다. 엔플라잉은 2015년 5월에 데뷔한, 밴드 명가라고 불리는 FNC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5인조 밴드다. 데뷔 당시에는 4인조였으나 < 프로듀스 101 Season 2 > 출신의 유회승이 2017년 8월 합류하면서 5인조가 되었다. 리더 이승협은 데뷔 직전 J.Don이라는 이름으로 AOA 지민과 ‘GOD’이란 곡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드러머 김재현은 김재경(구 레인보우)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HOW R U TODAY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쓸쓸한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감성적인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곡이다. 트로피컬한 사운드가 곡의 청량함을 더해주는데, 그에 반해 쓸쓸한 이별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곡 초반에는 차분하고 담담한 진행이었다가 후렴구에 터져 나오는 보컬과 밴드 사운드가 가사의 내용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전 활동곡이었던 ‘뜨거운 감자’에서 눈여겨보았던 그룹이다. HOW R U TODAY가 ‘뜨거운 감자’와는 전혀 다른 컨셉이라 엔플라잉의 음악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유회승의 팀 합류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승협의 보컬이나 랩이 부족했던 것은 절대 아니지만, 확실히 보컬 포지션으로 특화된 유회승이 합류하면서 보컬적인 부분이 탄탄해졌고 이승협의 랩 역시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HOW R U TODAY가 이승협과 유회승이 각자의 역할을 조화롭게, 가장 톡톡히 해낸 노래라고 생각한다.

엔플라잉은 올해로 데뷔 3년 차가 되었다. 이제 엔플라잉은 팀 이름의 뜻대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밴드 사운드, 록 장르 음악이 주춤한 한국 가요계에서 (소속사 선배들처럼) 다시 한 번 밴드 열풍을 불러일으킬 엔플라잉을 기대한다.



드림캐쳐 - YOU AND I




지난 5월 10일에 발매된 곡이다. 드림캐쳐의 2번째 미니앨범이다. 드림캐쳐는 2017년 1월에 데뷔한, 7인조 걸그룹이다. 드림캐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걸그룹이기도 한데, 멤버 한동과 가현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멤버가 이미 ‘밍스’라는 걸그룹으로 2014년에 데뷔를 했었다는 것이다. 밍스는 무슨 이유에선지 드림캐쳐의 데뷔 티저 소식과 함께 갑작스러운 해체를 맞이했다. 팬들에게는 황당한 소식이었을 듯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밍스 때보다는 드림캐쳐의 인지도가 비교적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록 메탈+다크 컨셉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걸그룹이다. 노래가 록 메탈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J POP의 느낌도 든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이긴 한데, 필자는 J POP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드림캐쳐가 추구하는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 YOU AND I는 드림캐쳐의 일관된 컨셉인 ‘악몽’에 이어지는 곡이다. 유니크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걸그룹인데, 이번 YOU AND I 역시 곡뿐만 아니라 무대에서의 스토리텔링도 훌륭하다. (멤버 지유의 뱀파이어 안무나 다미의 마술봉 안무 등)

무대를 보면 멤버 대부분이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가진 듯한데 그중에서도 멤버 시연의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드림캐쳐가 메탈 장르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연의 음색이 아닐까 싶다. 보컬 멤버들의 목소리가 대체로 ‘걸그룹’의 미성인데 반해 시연은 굉장히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YOU AND I의 후렴에서도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에 묻히지 않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 멤버들이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어 컨셉 상 격한 안무를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나무랄 데 없는 라이브를 보여준다.

이제 갓 1년을 넘긴 드림캐쳐는 독보적인 컨셉과 놀라운 실력으로 이미 어느 정도의 마니아층은 확보해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선호하는 걸그룹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대중성을 노리기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서 더욱 성장해나갈 가능성이 보이는 걸그룹이다.





이미 우리나라 가요계는 수도 없이 많은 아이돌이 데뷔해 여러 팀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한다. 아이돌로 인해 우리나라 음악 장르가 너무 ‘K-POP’에 치중되어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이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노래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좀 더 다채로운 음악을 우리가 접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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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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