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택시운전사와 1987 [영화]

1980,1987의 기록
글 입력 2018.06.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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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에 개봉해 큰 흥행을 불러일으킨 두 영화를 얼마 전에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택시운전사>를 보았고 다음에 <1987>을 관람했다. 두 영화는 같은 정권 아래 무참히 짓밟힌 희생들에 대해 다룬다.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나는 그 시대에 살지 않았고 어떠한 작은 연결고리도 없지만 울림이 크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걸 누리며 살고 있지만 잘 깨닫지 못한다. 그 어떠한 것도 그냥 얻어진 것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날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모든 시민분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1.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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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5,18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김만섭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평범한 소시민이다. 적당히 속물적이며 지극히 평범하다. 당장 생계가 빠듯하기 때문에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어느 날 손님을 광주까지만 태워주면 하루 1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광주로 떠난다. 그에게 10만원은 얼마나 큰돈이었을까. 광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독일 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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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광주는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상계엄 해지, 전두환 퇴진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그들을 무자비하게 살상했다. 광주의 상황을 세상이 알지 못하게 언론을 장악하고 전화 또한 모두 끊었다. 광주를 철저하게 고립시킨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허구한 날 ‘폭도들의 반란’이라며 떠들어 댔다. 당시 시민들이 느꼈을 고립감과 공포감에 대해 생각해보니 눈앞이 캄캄하다. 그래서 낮선 이방인이 들어왔을 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일을 밖으로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해보였는지.

목격자로 보는 광주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왔던 택시운전사는 실상을 알고 점점 심정에 변화가 생긴다. 이 또한 관객들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관객과 같은 외부인을 그날 광주로 끌어들인 것이다. 학생들이 데모를 하는 것을 보며 ‘대학교에 갔으면 공부를 해야지 왜 데모를 하냐‘며 신경질적으로 이야기를 했었고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냐며‘ 거리에 나가려는 학생을 꾸짖기도 한다. 자신의 택시를 그 무엇보다도 아끼던 그가 이젠 그의 택시를 총알받이로 사용한다. 목격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광주와 그로 인해 생기는 변화에 대해 잘 묘사한 작품이다.

불과 30년 전일이다. 나는 겪지 못했지만 우리 바로 윗세대의 일이다. 요즘 광주에 갈 일이 많아 자주 들린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 내가 서있는 그곳, 전 도청 앞 광장 등 다 민주화 운동의 집결지라는 것을 알고 나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속 사람들이 총을 맞아 쓰러져 가던 금남로는 불과 내가 며칠 전 다녀왔던 거리다. 영화의 광주 시민들과 다르게 걱정 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현시대를 살면서 얼마나 누리는 것도 많은지 깨달았다.



2.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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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은 1987년도에 일어난 ‘유월항쟁‘에 대해 다루는 영화이다. 남영동에서 물고문을 받던 22살 박종철 열사가 사망을 하면서 그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시 6월도 5.18과 마찬가지로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 연장을 선택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국민들이 들불처럼 들고일어난 저항운동이었다. 그 과정에서도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숨을 거둔다.

박종철 열사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려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누구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검사, 기자들, 의사, 교도관, 학생들까지 그만큼 상황의 전환도 많다.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오기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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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 온갖 자료를 조작하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게 사람들의 입을 막는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두고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했다. 외인사임이 분명한대도 말이다. 지난 정권 아래 목숨을 잃은 백남기 농민에 대해 박근혜는 한마디의 사과 조차 없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몇 십 년이 지났지만 공권력으로 인해 쓰러져 가던 백남기 농민을 보며 씁쓸함이 들었다. 그들의 죽음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과연 변한 것은 무엇인가.

*

두 영화는 이토록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목숨 걸어 지킨 민주주의와 2017년 광화문 광장으로 촛불을 들고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오버랩되었다. 과거와 현재 많은 것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과거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17년 우리는 누구도 다치지 않고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내 목숨에 대한 위협은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걱정 없이 길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1980년대 광주와 1987년의 항쟁을 생각해보면 스스로 의문이 든다. ‘과연 내가 그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를 지를 수 있었을까‘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으로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에 나는 끊임없이 망설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당시 시민들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냐, 총칼 든 군인 아저씨들과 어떻게 싸워서 이기냐 '라는 연희의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연희의 손에 세상을 바꿀 단서가 쥐어지고 그로 인해 세상은 바뀐다. 그렇다. 당장은 바꿀 수 없어도 그것이 발판이 되어 우리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또 다시 느낀다. 그렇기에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더욱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아닐까. 결국 가만히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광주의 수많은 희생과 1987년 거리를 메운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만난 시간이었다. 서로를 부추기고 밥 굶지 말라며 주먹밥을 챙겨주고 학생들을 숨겨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자기의 안위가 걱정되어, 직장 때문에, 어쩌면 검문에서 택시를 보내준 군인까지 모두들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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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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