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SIGHT : 에디터의 고백 [기타]

보름 전 고백
글 입력 2018.06.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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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거의 반년에 가까운 이 시간동안 무얼 도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얼 해낼 수 있을까.
 
훗날 내가 어떠한 잣대를 세운 어른으로 살아가든, 사진을 남기고 글을 적어 내려가는 일을 놓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나 홀로 치열하게 생각을 정리했고,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개인 블로그’ 공간에 글자라는 틀로 못 박아두었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 곳과는 관련 없는, 비공개 공간이다.) 뿌듯했다. 쌓이는 글을 보면 뭐라도 해낸 기분이었다. 이와 함께, 영혼이 정체하는 듯 체증을 느꼈다.

분명, 나를 보여주겠다는 갈증은 없었다. 오히려 나의 글과 생각을 언제나 부끄러움 앞에 두는 편이었으니. 하지만 감정을 나누는 길을 걷고 싶다 말하는 내가, 정작 나의 감정을 개인의 틀 하에 가두고만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2018년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문장을 ‘타인에게’ 보여줄 것을 섣부른 목표로 삼았다.
 
용기가 부족한 내게는 응원과 채찍이 모두 필요했다. 그러다 발견한 에디터 모집 공고는 동아줄이었다. 지원하기를 망설이기까지 했다. 합불 여부는 상관없었다. 합격한 그 이후의 그림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아직 문장을 공개할 용기가 없다는 두려움이 생각을 지배했다. 무수한 고민 끝에 결국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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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이나 되는 자기소개서는 처음이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양이었음에도 버겁지 않았다. 거짓대답으로 덮을 문항이 없었기에, 생각의 시간은 길고 단어로 엮는 시간은 짧았다. 과장을 덜었다. 진심만으로 채웠다. 다 써내려가고 나니 문서의 끝을 알리는 문구가 고개를 내밀었다. ‘소중한 내딛음’이었다. 누군가는 또 다른 자기소개서 한 줄을 위해 이 문서를 채우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예술과 평생을 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판을 두드렸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는, 나처럼 글을 사랑하나 글이 두렵다는 황당한 모순 앞에서 손을 떨며 도전했을 수 있다. 어떤 목적을 가졌든 길고 긴 9쪽의 마지막까지 내려왔다면, 그것은 모두 소중한 내딛음인 것이다. 지원서 작성을 완료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원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보잘것없는 이 용기를, 내딛음이라는 단어로 감싸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울렸다.
 
4개월의 끝이 보인다. 결과물은 일주일에 한 번일지 몰라도 영감의 시간, 생각의 과정, 정리의 단계를 거쳐야했다. 4개월간 매일을 함께한 것이다. 때로는 나누고 싶은 콘텐츠를 소개하고, 때로는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사소한 감정을 풀었다. ‘너무 미미한 생각이라 남들이 대충 쓴 것 같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결실이었다. 

4개월 동안 무얼 도전할 수 있느냐고? 무얼 해낼 수 있느냐고? 나는 4개월 동안, 마음의 벽을 하나 깼다.

악재의 연속으로 2주간 손끝에서 문장을 뱉어내지 못했다. 두 개의 글을 빚진 채 6월 30일을 앞두고 있다. 초록빛 앞에서, 겨울날 써내려간 지원서를 다시 읽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나와의 약속을 지켜낼 것이다.
 
아트인사이트는 ‘누구든, 무엇이든, 어떻게든’을 존중해주었다. 아트인사이트의 열매는 자아의 인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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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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