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죽음이 보여주는 삶
연극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프리뷰
글 입력 2018.06.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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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을 때도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라는 연극의 제목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곱씹을수록 많은 게 생각나는 제목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건 죽었어야 하는 것이 예상보다 오래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보통 죽기를 원하는 대상, 이미 마땅히 죽었어야 하는 대상을 보고 할 법한 말이다. 그런데 주어가 '우리'다.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죽었어야 하는 존재로 여길까. 왜 스스로 죽기를 바랄까.<시놉시스>가난과 불안정한 생계가 걱정인 한 가정.엄마는 영어 학습지 판매원, 아빠는 일용직 노동자, 어리고 착한 두 딸.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치던 그들에게 마침내 '한탕'의 기회가 찾아오고 부부는 거액의 빚을 얻어 그 기회에 올인한다.그러나 기대와 믿음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부부는 어린 두 딸과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하지만 곡절 끝에 아이들만 죽고 부부는 살아남아 도피생활을 이어가는데...시놉시스를 보면 제목의 의미를 얼추 알 것도 같다. 자살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언제나 복잡한 심정이 된다. 누군가 자살했다는 기사에서 자살한 사람을 나약하고 무책임한 사람으로만 몰아가는 댓글을 보면 세상이 자살한 사람에게 보내는 몇몇 시선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느낀다. 사람마다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한계치가 다를 텐데 그렇게 쉽게 '나약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직계 가족을 살해하면서까지 자살한 사람의 경우, 마냥 안타깝게만 여기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시놉시스에서처럼 자식을 살해하고 본인도 죽으려 했으나 우연찮게 살아남은 사람을, 나는 도대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글로 읽어도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극으로 마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복잡해진다.그러나 이 연극이 단순히 자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나는 굳이 이 극을 보기로 마음먹지 않았을 거다. 신문 기사의 프레임과 연극의 프레임은 분명 다르다. 달라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건 신문기사의 몫이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는 사건을 재현하기보다는 시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연출로 표면적인 사건 너머의 무언가를 전하고자 한다. 그 무언가란 바로 '살아있다는 것', '산다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더 나아가 연극은 인간의 이름으로 당연시하는 윤리와 가치의 뿌리를 재성찰하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해를 확장하고자 한다.삶의 한중간에 있을 때는 오히려 삶을 성찰할 기회가 드물다. 사람은 누군가의 죽음을 겪거나 자신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급히 삶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죽음이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우리는 잘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인간과 인간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역시 그럴 것이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전작 '안티고네'와 '트로이의 여인들'을 인상깊게 보았기에 이번 연극 역시 기대가 된다. 리뷰를 쓸 때는 연극을 보며 품은 생각을 충실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살아있다는 것, 산다는 것 -일자 : 2018.06.20(수) ~ 07.01(일)시간평일 8시토, 일 4시월 쉼장소 : 대학로 나온씨어터티켓가격전석 30,000원제작떼아뜨르 봄날관람연령만 12세이상공연시간90분문의떼아뜨르 봄날02-742-7563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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