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의 꿈, 우리들의 꿈 [전시]

글 입력 2018.06.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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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는 법.jpg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평소에 쉽게 보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8 서울미술관 전시 기조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며 결혼에 대한 낭만, 가부장적인 제도 뒤에 숨겨진 여성들의 삶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는 현대인들의 '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추모 전시를 통해 그가 생전 아꼈던 웨딩드레스 컬렉션과 미공개 자료를 대거 소개하는 공간이 있어 더욱 특별한 전시가 되었다. 어쩌면 판매가 아닌 패션쇼를 위해 의상을 제작했던 앙드레김이기에 꿈이라는 주제의 전시와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단순한 시각적 전시에서 벗어나 함께 공감하며 어울릴 수 있는 전시이기에 위 사진에 쓰인 것 처럼 더욱 전시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신부의 사연을 읽고 전시를 감상한 뒤, 작가의 글을 통해 2번 감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신부의 입장에서 보게 되다가 나중에는 '나'라는 사람을 통해 전시를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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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12명의 신부이야기


12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전시 공간에 여성들의 이야기와 함께 웨딩드레스가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국내외 30여명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연령 또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소설, 영화, 대중가요 등 여러 문화 매체에서 차용된 가상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에서 사랑과 결혼의 낭만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처, 억압도 담겨져 있다. 국내외 30여명 작가들의 작품 또한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던 작가들만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이사림-
아름다운 기쁨의 낭만을 보여주는 작가로서, 행복한 커플의 모습을 특유의 담백한 일러스트로 표현하였다. 단 한 번, 혹은 두 번일 수 있는 결혼의 모습을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하였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볼수록 달콤해지고 낭만에 빠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성민우-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그림이 매력적인 이 작품은 길들여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사는 현대인들이 누구나 품고 있는 날카로움으로 인해 종종 상처를 주고받지만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마음을 야생풀과 풀벌레가 담겨진 부케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부케는 하얗거나 노란 부케로 차분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민우 작가는 오히려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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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사연을 듣는 것으로 전시는 시작된다. 거울에 쓰인 그녀의 사연을 읽고 바로 옆에 있는 드레스를 보면 무언가 새로운 느낌이 날 파고들었다. 그리고 옆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은 더욱 전시에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작가와 신부의 느낌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전시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아쉬웠지만, 그럴때마다 하얀 드레스가 날 반겨 기분이 좋아졌다. 드레스는 형식, 디자인 모두 달랐지만 왠지 모르게 각 사연의 주인공들과 분위기가 비슷해서 잘어울려 보였다.
 
요즘은 미혼이 아닌 비혼이 추세이다. 미혼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칭한다. 그에 반해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을 사람들의 선택이 된다. 결혼은 이제 인생의 과정 중 하나가 아닌 완벽한 선택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비록, 이러한 선택을 그들의 부모님들이 반가워할진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는 완전한 우리들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결혼은 꽤나 중대한 사건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넘어 서로의 것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결혼은 단순한 결혼을 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겪는 각종 차별과 결혼에 있어서 견뎌야 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책임감은 막중하기 때문이다. 점차 여성들의 차별에 귀 기울이고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방안들이 도출되고 있지만, 그 한계에 임박해 있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결혼으로 여성으로서 소모될 이유가 없다. 온전히 우리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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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The show must go on ;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전시 part 2는 한국 최초 남성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추모 전시로, 그가 생전에 아꼈던 웨딩드레스 컬렉션과 자료들을 대거 선보인다. 최초로 선보이는 드레스는 생감부터 디자인, 장식까지 한 눈에 날 사로잡았다. 그는 '만남-이별-재회' 끝에 이마를 맞대는 피날레를 통해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려넣는다. 남녀의 사랑을 꿈으로 표현하고 쇼에서나마 대중들이 판타지를 대리만족하길 바랬던 것이다.

때때로 TV에서 앙드레 김의 패러디를 하는 개그맨들이 많았다. 그의 말투, 패션, 피날레까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위상을 깎는 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그는 애국심 또한 투철했다. 해외에 나가서도 항상 자신이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알렸고,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90년대 당시 강남에 땅과 건물이 없는 유일한 디자이너로 통했다. 그만큼 그는 사업가적인 마인드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장했다. 개인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국민적인 예술가로 남았다.

한 매체는 "그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다. 패션 디자이너란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입고 다니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지, 연예인과 일부 사모님을 위한 조명발 받는 공주 옷을 만드는 사람은 '무대 의상 디자이너'라고 해야 옳다."고 평하기도 했다. 앙드레 김에게 있어서 패션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평생을 걸쳐 이루고자 했던 꿈이었다.

다시 앙드레 김 전시의 제목을 봤다.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그는 지금껏 많이 행했던 쇼들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바치는 쇼가 아닌,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는 그만의 스타일을 드레스에 담았고, 자신의 노력과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정말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그는 행했던 것이다. 계속 되어야 하는 쇼를 그는 우리에게 맡기고 간 듯하였다. 어쩌면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패션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디자이너들이 그 쇼를 이어받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만의 쇼를 시작하고, 지속해야 완벽한 쇼가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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