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Dear My Wedding Dress, 안녕

글 입력 2018.06.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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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오전에는 삼 주나 미뤄왔던 운동도 다녀오고 오후에는 서울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디어 마이 웨딩 드레스 Dear My Wedding Dress>를 보고 서울역에 가야했다. 그 날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무척 맑았지만 초여름을 프리뷰를 하듯 기온은 30℃로 상승했다. 강렬한 햇빛 사이로 뚜벅이 한 명이 버스 노선을 헤매고 있다. 서울 토박이인데도 서울 시내버스 타는 것은 매번 헷갈리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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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관의 첫인상은 자연친화적이라는 것. 데크로 꾸며진 미술관 건물 파사드를 왼편에서 살짝 바라보면 흥선대원군의 별채로 사용되었던 석파정이 보인다. 자연의 초록빛이 햇빛과 만나면, 그렇다. 그냥 예쁘다. 핑크색의 전시 배너는 ‘디어 마이 웨딩 드레스’가 이 곳에서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서울 미술관 전시실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층을 지나 옥상으로 걸어가면 바로 석파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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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실에 들어가는 길에 좌측을 보니 조명에 비추어진 눈에 띄는 하얀 웨딩 드레스가 있었다. 마치 ‘우리 전시 궁금하지? 어서 들어가 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전시 part 1은 12명의 신부 이야기로 꾸며졌으며 국내외 30여 명의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가상의 신부들의 웨딩드레스가 공간을 지나칠 때마다 자리 잡고 있었는데, 드레스 옆에는 신부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신부는 ‘미리’였다.


요즘 들어 생각한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엄마가 보내는 문자. 두서없는 내용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마음을 담은 선물 덕분에 요리에 더 열중하게 되고, 그런 사소한 일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일이 버겁기도 하고 남을 부러워할 때도 있지만 살아 있기에 조금씩 소중한 것들을 발견합니다.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숲에 가는 날, 화창했으면 좋겠어요.

- 미리의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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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는 생각들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웨딩드레스의 잔상이 계속 남았다. 부모님이 보내는 안부문자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사소한 순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찍은 일상의 사진들, 잔잔하게 나 혼자만의 방식으로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그 순간에 좀 더 멈춰있고 싶은 마음도 크다. 결혼과 인생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또한 그녀들이 겪어 왔을 상처와 억압,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작품으로 풀어낸 작가들도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하비에르 마틴이라는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의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포착한 사진인데, 얼핏 보이는 사진 속 그녀들의 미소는 행복을 머금고 있었다. 언젠가 sns상에서 사진 작품을 본 듯하다. 이 외에도 꽃 그림을 꼴라주하여 큰 부케처럼 보였던 작품도 있었고 “웨딩 드레스는 여자에게 압박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영상 속 작가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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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시실로 가면 한국 패션계의 거장 앙드레김의 생전 모습이 담긴 다큐와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듯, 그의 물품들이 놓여 있었다. “의상에는 반드시 꿈과 환상이 있어야한다.”를 고집하던 앙드레 김의 전시에서는 고전적이고도 세련된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며 그가 추구하던 낭만주의를 스륵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의도의 기획과 큐레이팅으로 눈과 마음이 즐거웠던 전시이다. 전시를 보고 석파정에 잠시 머물다 왔는데, 뒤에 산으로 이어져 있어서 선선한 가을에 산책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와 자연 속의 문화재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충분히 충만하게 즐기고 올 수 있는 전시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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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 Dear My Wedding Dress -

일자 : 2018.05.01(화) ~ 09.16(일)

관람일 | 화요일~일요일
휴관일 | 월요일

시간
10:00 ~ 18:00
(입장마감 : 전시마감 1시간 이전)

장소
서울미술관 전관

티켓가격
성인 11,000원
대학생 9,000원
학생(초/중/고) 7,000원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서울미술관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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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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