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과 현실에 대하여,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전시]

글 입력 2018.06.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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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이 맺는 사랑의 서약,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적인 삶과 고민들이 급격히 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보내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결혼을 결정하지만 꼭 달콤한 열매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각종 매체에서 결혼은 성스럽고 행복한 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면에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예컨대 임신에 관한 문제, 부부간 발생하는 폭력의 문제 등)은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은폐되고,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웨딩드레스는 흔히 꿈과 희망의 옷으로 포장된다. 흔히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이라는 순간 신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축복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드레스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 아름다운 옷을 벗는 순간 신부는 수많은 현실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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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웨딩드레스는 달콤한 그 제목과 달리 ‘결혼’에 대해 솔직하고 노골적인 표현들을 모아둔 발칙한 전시회였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들을 잔뜩 전시해 눈을 즐겁게 하다가도 같은 공간에 결혼 생활로부터 발현되는 수많은 현실의 문제들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배치해 결혼과 웨딩드레스가 가진 모순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조진주 작가의 <딸을 위한 책>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들을 모은 책을 컨셉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그 내용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기성세대, 남성중심의 사회를 살아왔던 혹자가 왜곡되고 다소 뒤틀린 가치관을 딸에게 그대로 전하려고 하고 이것이 모성애(주체가 바뀔 경우 부성애)라는 미명 하에 아름다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났다.
   
웨딩드레스와 결혼식 문화에 대한 비판의식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있었다. 행위예술가 네자켓 에키시는 혼자 힘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웨딩드레스의 지퍼를 잠글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과도하게 왜곡된 신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을 비판했다. 또, 대만 작가 황하이신은 익살스러운 그림체를 통해 화려하고 실속 없는 결혼식 연회와 웨딩드레스 문화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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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꼭 웨딩드레스에 대한 비판의식만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전시의 파트 2에 해당하는 ‘디어 마이 드레스룸’엔 사방이 거울인 방에 아름다운 드레스들이 잔뜩 전시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전시의 파트 3에 해당하는 故 앙드레 김 추모 전시에선 고인이 생전 제작했던 웨딩드레스를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처럼 구성된 전시장에 배치하여 패션쇼와 웨딩드레스에 관한 고인의 애정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늘 아름다운 것들만 가득한 전시회장만을 보다가, 아름다움의 이면까지 함께 조명한 전시를 본 것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미적, 지적 경험이었다. 아직 20대 초반, 남성인 필자에게 웨딩드레스와 결혼은 다소 동떨어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에 몰입해서 잘 즐기다 왔다. 또, 서울미술관 내에 위치한 석파정과 그 일대인 부암동은 동네 자체도 아름답고 즐길 거리가 많아 전시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전시는 9월 중순까지 계속되므로 시간이 나면 한번쯤 꼭 들러보도록 하자.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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