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움에 대한 규정은 누가 하는 것인가 [영화]

글 입력 2018.06.0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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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을 다니다 보면 종종 붕대를 둘둘 감거나 얼굴 이곳저곳에 멍이 든 채로 쇼핑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마주한다. 2018년,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성형 수술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올 정도로 성형 강대국이 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여행 겸 수술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 오직 수술을 목적으로 한국에 여행을 오게 될 정도로 성형 수술 분야가 발전한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술이 대단해서일까? 아니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외적인 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답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형화된 미가 존재하고 사람들이 그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가 바로 “미녀는 괴로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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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한나는 169cm, 95kg이다. 누구보다 예쁜 목소리와 대단한 노래 실력을 가진 그녀이지만 뚱뚱하다는 이유로 인해 그녀는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며 산다. 하지만 어느 날, 좋아하던 남자가 그녀를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그녀를 뚱뚱하고 못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대대적인 전신 성형을 통해 엄청난 미녀가 된다. 엄청난 외모와 노래 실력으로 단숨에 유명 가수가 된 그녀가 결국 성형 수술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잘 된다는 그렇고 그런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기에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김아중이 참 예쁘다’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저번 수업시간 영화를 보면서 내내 “영화가 참 슬프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인공이 외적으로 변화하자 180도 변한 사람들의 태도,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과 호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성장하면서 직접 겪어보았기에 어렸을 때와는 색다른 감정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했던 것 같다.



정상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사실, 영화를 보면서 한 교양 수업에서 “정상”이라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정의하는 것에 대해 배웠던 것이 떠올랐다. 동성애는 정상일지 비정상일지, 비만은 정상일지 비정상일지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상”에 대한 정의는 사회적인 관념과 가치가 개입된 주관적인 평가임을 배웠었다. 사실, 이번 영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미”에 대한 정의도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68cm, 48kg. 34-24-36. 이처럼 아름다운 몸에 대한 정의는 사회적인 평가와 판단에 의거해 수치화되었다. 그렇기에 169cm라는 키에 95kg의 몸무게를 지닌 한나는 비정상적이고 예쁘지 못한 존재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나와 같이 이러한 기준에 근거한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해 혹은 자기 자신의 판단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미에 대한 것이 단순히 외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녀는 괴로워” 영화에서 외적인 것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에 이에 집중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 사회는 과연 “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을까? 구체적인 연구 결과나 통계 자료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로서 한국은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기준을 지니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34-24-36처럼 사람들은 아름다운 몸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것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것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몸무게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남들이 보기에 예쁜 몸매를 갖기 위해 운동을 한다. 자기만족이 아니라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가 두려워 집 앞 슈퍼를 갈 때에도 화장을 하고 나가야 하며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 이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라고 생각한다.



결말, 그리고 아쉬움

영화는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하고 이러한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달리 대우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주인공 한나가 성형 이전에 받던 대우와 이후에 받는 대우를 조금은 과장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현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아쉽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 의하면 영화의 주인공, 한나는 결국 자신이 성형을 통해 미녀가 되었음을 밝히고 그럼에도 그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고 한다. 사회가 제시했던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추었지만 결국 그런 프레임을 깨고자 했던 주인공의 노력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해피엔딩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자연 미인”이라는 이미지를 밀고 나가던 연예인이 사실 전신 성형을 한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면 실제로 그 연예인은 엄청난 비난과 함께 사회에서 매장 당할 확률이 훨씬 클 것이다. 물론, 영화가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면 너무나 슬펐을 것이기에 결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미에 대한 사회적인 프레임을 깨는 주인공도 결국은 그런 프레임에 끼워 맞추어져 있는 “미인”이었기에 이렇게 대담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

예쁜 것이 최고로 여겨지는 이러한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답답하지만 생각해보았다. 우선, 예쁜 것에 대한 정형화된 기준을 타개하고 다양한 미가 존재함을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다양한 미의 존재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은 항상 아름다운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앞으로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은 나 자신에 대한 튼튼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회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는 강인한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은 한나처럼 다른 사람들의 평가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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