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젠틀레인 [공연]

글 입력 2018.06.0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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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봄젠 포스터.jpg
 

봄에 내리는 젠틀레인, 가장 한국적인 재즈라는 평을 보고 큰 기대를 했다. 용산 아트홀에 도착해 젠틀레인의 포스터와 공연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곡우'였다.


곡우(穀雨)

곡물들의 잠을 깨우는 봄비


이상하게도 '비'라는 단어 앞에 '봄'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그것이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비'가 조금은 파랗고 우울한 느낌이라면 '봄비'는 그와 달리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봄에 내리는 젠틀레인의 공연은 곡물들의 잠을 깨워 한 해를 풍요롭게 해주는 봄비의 한 종류, 곡우와 같은 공연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자작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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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집 앨범 [Into the Gentle Rain]으로 데뷔한 젠틀레인은 드럼에 서덕원, 피아노에 송지훈, 베이스에 김호철로 구성되어 있는 재즈 그룹이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곡들은 모두 젠틀레인의 멤버들이 직접 작곡 혹은 편곡한 곡들이었다. 공연에서 중간중간 진행을 맡았던 서덕원 씨는 담담하지만 재미있는 분이셨다. 곡을 연주하던 중간에 곡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초반에 연주되었던 두 곡이 송지훈 씨와 김호철 씨가 아이들을 위해 작곡한 곡이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으니 원래도 로맨틱했던 재즈곡들이 더욱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렵지 않은, 마음 편한 재즈

젠틀레인 5.jpg


우연히도 이번 공연에서는 맨 뒷자리에 앉아 연주자 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는 다른 관객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소극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꽤 큰 공연장이었으나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고 음악을 듣다가 문득 관객들의 뒷모습을 보았는데 음악에 맞추어 고갯짓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대게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음악 공연을 생각하면 격식을 갖춰 차려입은 사람들, 경직된 분위기를 떠올리곤 했는데 젠틀레인의 공연은 관객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진정 음악을 즐기는 것 같아 그 모습을 보는 나까지도 덩달아 마음이 들떴다.

분명, 젠틀레인의 음악들은 묘한 매력이 있다. 드럼, 베이스, 피아노를 어떻게 연주하는 것이 음악적으로 뛰어나고 어려운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 곡이 얼마나 쉬운가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듣는 사람, 관객의 입장에서 젠틀레인의 곡들은 참 편안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곡을 평가하려고 하기보단 그저 곡이 주는 느낌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중간중간 더해진 곡에 대한 유쾌한 설명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느껴지는 멤버들 간의 팀워크가 공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자작곡 Lemond는 공연을 본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흥얼거릴 만큼 필자의 최애곡이 되어버렸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이미 들어본 곡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느껴지는 새로운 매력도 있었다. 레몬의 상큼함과 아몬드의 고소함을 동시에 갖추어 이런 제목을 지었다는 설명도 참 유쾌하였고, 발랄한 멜로디를 주고받는 멤버들의 호흡도 능숙하고 편안했다. 오랜 겨울을 나고 메마른 땅을 적시는 봄비, 곡물을 풍요롭게 해주는 곡우처럼 젠틀레인의 포근한 재즈가 조금은 지쳐있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다. 좋은 음악으로 일상에 힐링을 제공해준 젠틀레인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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