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 오는 날의 사색 [사람]

글 입력 2018.05.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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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오는 날의 사색


지금 창밖으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한없이 축축 처지고 괜스레 울적해지기도 하는 반면, 쏴아아- 소리를 내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비가 오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면서 아주 오묘한 감정들이 뒤섞입니다.
여러분들은 비가 오는 날 어떤 모습을 한 ‘나’를 마주하곤 하시나요?

저는 비가 내리는 날의 외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세게 내리는 빗물 혹은 땅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에 흠뻑 젖어버리고 만 바지 끝단, 마치 저마다의 성격과 개성을 드러내 듯 형형색색 우산들이 서로 뒤엉키고 부딪치는 상황, 눅눅함 습함 찝찝함 꿉꿉함 등의 단어들의 연발, 길을 잃은 삽살개마냥 복슬복슬 솟아버리는 머리카락.
이들은 제가 비 오는 날 외출을 할 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비가 오면 왠지 모르게 무기력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바쁜 일상과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제가 잠시 꾹꾹 눌러 저 깊은 곳에 가두고 있었던 내면의 울적함이 꿈틀꿈틀 활동이 시작하는 것일까요.

괜히 축 처지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비오는 날.
흐린 날씨 탓인지 집 안에조차 먹색 공기가 깔린 듯 하는 그런 날.
저는 작은 방 안의 창을 마주하고 앉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봅니다. 작은 창을 통해 저의 눈에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우산, 이에 매달려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작은 타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빗줄기, 짙푸른 남색 같기도 회색 같기도 한 먹먹한 세상.
쏴아아- 빗소리를 BGM 삼아 그저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은 비오는 날 집 안에 있는 저의 작은 힐링이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해가 짱짱하고 아주 맑은 날, 집에서 창을 통해 밖을 마주한다면,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놀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지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 세상에 제가 속해있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저 바깥의 외부세계를 관조하는 듯합니다.
비가 내리는 이 잠시 동안만은, 시끌벅적한 세상이 빗소리로 가득차고 우리를 걱정시키는 미세먼지들을 다 씻겨 내려가듯, 갖가지 걱정과 불안과 속상함 등으로 시끄러운 제 속이 깨끗이 씻겨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집 안에 휴식을 취하는 저는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비 내리는 날이 싫기도 하면서, 좋기도 합니다. 비에게 지니는 애증의 감정이라, 참 오묘한 것 같네요.

여러분의 비 내리는 날은 어떠한가요?
여러분은 비가 내릴 때 어떠한 생각을 하시나요?
다음 비가 내리는 날,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비 오는 날의 사색은 어떠신지요?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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