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억과 감성의 세계로, 2018 자라섬포크페스티벌

음악은 언제나 지친 일상의 돌파구가 된다.
글 입력 2018.05.3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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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어쩐지 보통날보다도 더 일상스러운 하루였다. 많은 인파 속에 섞여있는 것을 꺼려하는 나로서는 그저 피곤하고 시끌벅적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제대로 된 여유를 즐기기 쉽지 않은 시대에 그저 잔잔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일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물 한 잔의 여유도 없이 아무거나 주워 입고 나가기 바쁜 평소와는 시작부터 달랐던 하루였다. 무슨 옷을 입을지, 양말은 어떤 색으로 신을지 여유롭게 고민하는 시간조차도 즐거웠다. 매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편의점 대신 좋아하는 햄버거 세트를 포장하고, 연착된 지하철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는 것 없이 열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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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열차에 꾸역꾸역 몸을 싣고 땅바닥에 앉아서 가더라도 그저 좋기만 했다. 엉덩이가 시리든 말든 계단 옆에 푹 눌러 앉아서 소란스럽게 수다를 떨었다. 내려야 할 역을 놓쳐 엉뚱하게도 남춘천에서 하차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 뒤늦게 자라섬에 도착했지만 이렇든 어떻고 저렇든 어때, 그저 신이 나서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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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는 입구에서 바라본 축제 풍경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인적도 드물고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이 어딘가 허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고서야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뭐 페스티벌이 꼭 시끄러워야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한적하고 고요해서 느낌이 오히려 더 좋기도 했다. 비가 갠 다음 날이라 넓은 호숫가 위로 깨끗한 하늘의 구름들이 떠다녔고, 돌아가는 바람개비 옆에 서서 후덥지근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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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진행되는 캠핑장에는 웬일인지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아서 앞자리를 쉽게 선점할 수 있었다. 포크 페스티벌이라 그런지 다양한 연령층이 눈에 띄었고 아직 축제 시작 전이었지만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로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는 몇몇 푸드트럭을 눈여겨보다 꼬치와 맥주를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어이 양손에 쥐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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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을 비워갈 때쯤 중저음의 베이스와 드럼의 울림이 조금씩 들렸고 갑자기 등장한 요술당나귀의 무대는 아주 자연스럽게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무대에 섰던 뮤지션들의 노래들은 사실 다 알진 못하고 이름만 익숙했던 분들이 많아 반가우면서도 조금 생소했는데, 솔직하고 꾸밈없는 가사들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 각자의 노래에 녹여낸 감성들이 하나하나 특별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단순하지만 리드미컬한 노래들은 무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고, 잔잔하고 천천히 그려낸 노래들 역시 정말로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여느 행사와 달리 사회자 없이 진행되는 행사였음에도 오히려 가수들과 관객들이 거리낌 없이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일방적인 관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더욱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늦춰진 행사 일정으로 아쉽게도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돌아가게 되었지만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하루였다.

포크가 가진 매력은 반복적인 멜로디와 단순한 가사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는 누군가의 추억과 감성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친 일상의 돌파구를 찾고 싶을 때, 위안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포크음악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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