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이대로는 곤란해요

좋은 공연, 그럼에도 무너진 신뢰
글 입력 2018.05.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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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이대로는 곤란해요
좋은 공연, 그럼에도 무너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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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청명한 일요일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맑을 청, 밝을 명. 그야말로 청명한 날씨였습니다. 지난 주 페스티벌들이 비로 인해 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야만 했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천운의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도 본질인 음악만 빼고는 많은 것들이 아쉬웠던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을 짚어봅니다.



1. 편안한 포크 음악과 아름다운 자라섬 환경의 조화


앞선 일정을 마치고 도착하니 약 5시, 자전거탄풍경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탄풍경은 통기타 세 대로 편안하지만 즐거운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과하게 힘주지 않아서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푸른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공연장,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그 날을 즐기는 관객들에게 딱 맞는 조합이었습니다.

자전거탄풍경은 희대의 명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등 여러 곡을 들려주며 추억에 젖을 기회를 선사했습니다. 라인업에서 짐작할 수 있었듯이 주요 관객층의 연령대가 경험 상 어느 페스티벌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티스트와 관객의 분위기가 모두 사뭇 달랐습니다. 열광적인 환호보다는 박수와 호쾌한 웃음소리가 더욱 많았던 페스티벌이었고, 무대에 가까이 가서 보려 하면 안전 요원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페스티벌에서 스탠딩이 비정상적인 조건이 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지만 모두가 앉아서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만의 분위기려니- 이해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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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어진 무대의 주인공은 신현희와 김루트! 이번 라인업에서 어르신들에게는 가장 낯설었을 무대이자 젊은 세대에게는 가장 친숙했을 아티스트입니다. 작년 '오빠야'의 대히트로 이름을 알린 신현희와김루트는 대구 출신의 아티스트로 재치 있는 가사와 무대매너, 쭉쭉 뻗는 창법으로 개성 뚜렷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신현희와김루트는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어머님 아버님'의 혼을 쏙 빼는 발랄한 멘트와 율동, 시원시원한 노래 실력으로 공연을 이끌었습니다.

평소 맨 앞 펜스에 몰려 있는, 열광하는 팬들만 봐온 것은 아닐까, 이에 아티스트가 민망하지는 않을까 지레 걱정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호응을 유도하고 말을 건네는, 신현희와김루트의 노련함이 엿보였던 무대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곡은 '그러지 말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걸, 괜히 우리 사이 어색해졌잖아' 말하는 가사입니다. 음.. 네.. 가장 좋았던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뒤돌아서 눈물을 닦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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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습니다. 이미 쌀쌀했던 날씨는 강바람과 산바람으로 담요를 두르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함춘호 아티스트와 송창식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춥다'는 말과 함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송창식 아티스트와 함춘호 아티스트의 무대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 테니 맥주로 추위를 달래며 무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두 아티스트는 한국대중음악의 큰 획을 그은 전설의 아티스트니까요.

공연이 시작되고, 두 아티스트는 익숙한 호흡으로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송창식 아티스트의 울림과 함춘호 기타리스트의 정제된 기타 실력은 고요한 자라섬에 울려퍼졌습니다. 하지만 늦어지는 귀가 시간(서울 변두리로 itx청춘 기차를 타고 1시간)과 추워지는 날씨 탓에 끝까지 자리하지는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2.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이대로는 정말 곤란합니다


돌아보면 아티스트의 음악과 공연은 정말 좋았습니다. 현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티스트들은 아니었지만 음악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팀이었고 누군가의 영원한 추억이었습니다. 그들의 곡은 트렌디하지는 않을지언정 편안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페스티벌이었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라인업의 갑작스러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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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헤드라이너는 불독맨션, 송창식, 함춘호였습니다. 그것도 세 아티스트가 같은 시간대에 배정되어서 알려졌습니다. 매우 의아한 조합이었습니다. 송창식 아티스트와 함춘호 아티스트가 함께 공연을 하는 것은 알려진 바 있으므로 예상 가능한 무대였지만, 여기에 불독맨션이라니요? 무대가 여럿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페스티벌에 당일인 토요일, 갑작스럽게 불독맨션과 장필순, 조동희 아티스트의 불참이 알려졌습니다.

페스티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라인업입니다. 관객들이 표에 대해서 돈을 낼 때에는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려는 목적도 있지만 아티스트의 음악과 공연을 즐기려는 것이 제1목적이 됩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관련한 티켓 환불/취소 조치에 대한 언급 일언반구도 없이 "죄송합니다, 다음에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은 매우 무책임합니다. 토요일 공연의 헤드라이너가 장필순, 조동희, 한대수 아티스트였습니다. 이들 중 두 팀이 조직위의 사정으로 불참 통보를 받았습니다. 조직위에게도 아쉬움이 남겠지만 관객들은 아쉬울 뿐 아니라 황당합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러한 통보 조치가 팔로워가 47명에 불과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당일 페스티벌에 비치된 포스터에서도 버젓이 조동희, 장필순 아티스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라인업은 관객들과의 약속입니다. 무료 공연이 아닌 유료 공연에서 관객들과의 약속을 아티스트 공연 당일취소 후 환불공지 없이 소홀히 여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입니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믿고 이 주최측과 공연 계약을 하려 할까요? 거의 공연 당일에 다다라 장필순, 조동희를 취소시키는 페스티벌 주최측에게요.


2) 푸드존과 식품 반입, 텐트 설치에 대한 현장과 공지의 불일치

마찬가지로 2일 전, 5월 17일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관객 유의사항을 업로드하였습니다. (이 날만 해도 해시태그에서 장필순, 불독맨션, 조동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관객 유의사항에는 '텐트/그늘막 설치 금지, 우산/양산 사용 금지, 음식물/병 반입 불가'라고 쓰여있습니다. 기존에는 음식물 반입이 가능하다고 통지되었지만 후에 푸드트럭을 배치하기로 하면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또한 관객들에게 강제로 판매를 종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현장에서 관련하여 어떠한 금지 조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안내 요원들은 이러한 조치를 알고 있었을까요?

또한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은 사람들의 뒤편에는 버젓이 텐트가 여럿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텐트가 넘어올 수 없는 선이 그어져있었음을 고려하면 주최측에서는 이미 텐트를 예상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공연장 바로 옆이 자라섬 캠핑장이고, 스탠딩이 아닌 피크닉 매트에 앉아 진행되는 공연을 예상했다면 차라리 일정 선 뒤편으로만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고 알렸어야 합니다. 관객 유의사항을 따른 관객들은 바보가 되는 상황밖에 더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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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트인사이트 명단 확인 불가

아트인사이트에서는 주최측과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여러 관객들을 공연에 초대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일에 도착하니 '명단이 도착하지 않았다, 담당자와의 메신저 내용을 보여달라'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측에 확인한 결과 명단은 이미 전달된 후였습니다. 자리에서 명단을 확인하는 직원 분께 페이지터너(페스티벌 주최측)측 관계자이신지 여쭤보았는데, '그건 모르겠고 나는 페스티벌 측이다'라는 황당한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당일 아르바이트로 구해진 인력이라고 해도 전혀 교육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합니다. 명단을 확인하지도 않고 카카오톡으로 일단 확인하고 입장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임기응변이었겠지요. 페스티벌 주최측의 준비 미숙으로 느껴졌습니다.


4) 불편한 교통편 + 찾아오는 길에 대한 안내 부족

자라섬은 가평역에서 걸어서 약 30분, 택시로는 5분 거리의 장소입니다. 기본 요금이 나오는 곳입니다. 즉 택시 기사님들은 기피하는 장소이고 관객들은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가평역에 내린 후, 저는 '자라섬포크페스티벌'의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찾아 오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전무했습니다. 결국 물어 물어 택시를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난감한 것은 어둑해진 뒤, 다시 가평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기본요금이 나오는 거리이기에 택시가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르는 차에 히치하이킹을 시도해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렸던 스마일러브위켄드 페스티벌의 경우,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페스티벌이었기에 셔틀버스가 운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관객 동원의 규모를 보았을 때 셔틀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불편한 교통편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최소한 찾아오는 길을 안내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합니다. 혹은 자가용이 훨씬 편하니 자가용을 이용하라고 안내하거나요.

*

좋은 음악을 들었으니 참아야겠다고 인내하기에는 참을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분명 페스티벌 주최측에서도 차마 하나하나 설명하지 못한 아쉬운 점이 있겠지요. 하지만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이대로는 곤란합니다. 내년에도 개최된다면 다시는 라인업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하며 관련 직원들의 교육도 철저히 진행되어야 하며, 교통편 관련 문제 또한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저는 송창식 아티스트의 다른 공연을 찾아볼 것 같습니다. 무너진 신뢰는 극복하기 힘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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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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