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18.05.27 14: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평면 표지.jpg


서 명 :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 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l 옮긴이 : 박다솜
분야 :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발행일 : 2018년 5월 20일
펴낸곳 : 윌북 l 구매처



"느리지만 바쁘게 세상의 언어를 담아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사전에 대해 별생각이 없거나, 오류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사전은 사람이 만든다. 어떤 단어를 새로 넣을지부터 단어의 품사를 결정하고, 인용문을 찾고, 정의 내리고, 순서에 맞춰 배열하는 일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사전 편집자가 되기 위한 공식 요건은 두 가지뿐이다.
1. 전공을 불문하고 공인 4년제 칼리지나 대학 학위가 있을 것
2. 영어 원어민 화자여야 할 것

여기에 비공식 요건이 추가된다.
3. 하루에 8시간씩 거의 완벽한 침묵 속에서 전적으로 혼자서 일하는 것이 기질에 맞을 것
4. '슈프라흐게퓔(sprachgefühl)'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어야 할 것

영어 화자들이 독일어에서 훔쳐온 이 단어는 언어에 대한 감각을 뜻하는데, 쉽게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용법 차이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머릿속 기묘한 윙윙거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슈프라흐게퓔이 있는 것은 아니며, 언어에 무릎까지 담그고 그 진흙탕 속을 헤쳐나가려고 애써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사전 편찬 일은 고체로 분류될 만큼 느리게 움직이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사전은 완성된 바로 그 순간 낡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전이 출시되는 즉시 다음 개정판을 준비해야 한다. 새 단어를 몇 개 추가하는 것으로 신판 작업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항목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전 편찬 업무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단어는 종이나 웹페이지에 찍혀 나올 때까지 일반적으로 최소 10명의 편집자를 거쳐간다.


2018-05-18 22;11;29.jpg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선 이따금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건물 뒤편 유리에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매사추세츠 주의 변화 중인 동네.

벽돌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사람들은 있지만 소리가 없는 기묘한 사무실이 나온다. 그 안에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칸막이 책상에 앉아 종이 판지 맛이 나는 커피를 들이부으며 오직 단어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전의 작가이자 편집자인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언어를 신중히 채집해 체에 거르고, 분류하며, 정의 내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째 사전을 써온 사람, 코리 스탬퍼도 그 중 한 명이다. ‘읽기’가 생활이고 ‘쓰기’가 직업인 그녀의 삶은 가장 느릴 듯 보이나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제멋대로인 언어를 한 권의 책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은 사전에 오른 단어 수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다.

이 책은 “근사하고 음탕한 언어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끝내주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전 편집자의 모험기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지적이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선천적 유머 본능의 소유자인 그녀가 안내하는 현장으로 가보자. 작가, 기자, 편집자, 카피라이터를 포함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씨름하며 매일을 보내는 세상의 모든 언어 노동자들이라면 그녀의 통찰과 필력에 곧바로 반해버릴 것이다. 매일 좋은 단어를 찾아 헤매본 사람이라면, 그 단어를 만드는 사람의 땀을 떠올려보시길.





송's talk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가 끝나고, '나도 저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때. 지금 생각해보면 역경을 딛고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뻔하디 뻔한 내용의 로맨스 드라마였지만, 그때는 그게 어찌나 대단해보이던지. 줄노트를 펼쳐놓고 온갖 상상을 동원해 이야기들을 써내려가곤 했었다.

그렇게 유치하지만 이런저런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글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는 꼭 독후감을 썼고, 심심할 때마다 일기 비스무리한 에세이를 썼다. 교내 글짓기 대회나 외부 대회에도 자주 참여했다. 계속 써야만 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 책을 읽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자연스레 글을 쓰는 시간도 줄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만큼 다양한 책과 글들을 접해봐야 하는데, 어느새 점점 글에서 멀어지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되어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잊고 있던 '글'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무언가를 써내려갈 때의 느꼈던 행복과 즐거움을 말이다. 그 시기 아트인사이트를 만났고, 다시금 글을 쓰게 됐다. 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좋은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떡하나, 글이 잘 안써질 때는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글을 다시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나의 생각을, 진심을 알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인지, 나의 글은 어릴 적 그 시절에 머물러있는 느낌이었다. 늘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나의 만족을 위해 글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무려 20년 동안이나 언어와 함께해 온 사람이다. 사전이라는 특성상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겠지만,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글과 마주해 온 사람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어쩌면 내게 작은 선물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와 약간의 설렘을 품고, 이 책의 페이지를 넘겨볼까 한다.





<도서 정보>

매일,단어를만들고있습니다 상세페이지3 px.jpg
 

[송송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