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살면서 들은 제일 재미없는 일’ -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서]

언어의 요람을 흔드는 손
글 입력 2018.05.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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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_pop.jpg
 
 
단어를 ‘만든다’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나? 망각이 축복이면서도 저주인 이유는 나에게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계속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루에 우리는 수많은 단어를 말과 글로 소비하면서도 그 단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쉴 새 없이 소비하는 단어, 생각에서도 쉴 새 없이 스쳐가는 많은 단어들은 누군가가 단어라고 정했기에 ‘단어’로서의 지위를 얻는다.
 
수많은 단어들이 실린 사전은 단어들의 집이자, 그 언어의 요람이다. 종이로 된 사전은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갖고 있을 때에도 펼쳐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사전에 실리는 단어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첫째,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
둘째, 특정 기간 (일반적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
셋째,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이 조건을 만족한 단어들을 찾고, 정의하고, 용례를 확인하는 등 최소 10명의 편집자를 지나며 사전이 만들어진다.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과정은 혹자의 말에 의하면, “한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는 바람에 독자들로부터 수천 통의 항의 메일을 받기도 하고 인터넷 사전의 성장으로 속도와 좋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걱정하”는 일이다. 다른 이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고민하는 일이라니, 어떨까?


지금까지 내 일을 가장 잘 요약한 사람은 내 딸의 친구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자, 그 애는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세상에 맙소사. 제가 살면서 들은 제일 재미없는 일이네요.” 그러나 그 일이 천국의 직업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108쪽


필자의 말처럼 어떤 사람은 천국의 직업이라고 느끼기도 하겠지만, 아이가 이야기했듯 ‘제일 재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어떨 때 보람을 느꼈을까? 어떨 때 지루했을까? 사전 편집자가 이야기하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 도서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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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장. Hranfkell – 언어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관하여
2장. But – 문법에 관하여
3장. It's – ‘문법’에 관하여
4장. Irregardless – 틀린 단어에 관하여
5장. Corpus – 뼈대를 수집하는 일에 관하여
6장. Surfboard – 정의에 관하여
7장. Pragmatic – 예문에 관하여
8장. Take – 작은 단어에 관하여
9장. Bitch – 나쁜 단어에 관하여
10장. Posh – 어원과 언어적 기원주의에 관하여
11장. American Dream – 연도에 관하여
12장. Nuclear – 발음에 관하여
13장. Nude – 독자 편지에 관하여
14장. Marriage – 권위와 사전에 관하여
Epilogue – 끝내주는 일

감사의 말





우리는 사전에 적힌 정의를 읽되 그 정의가 어떻게 사전에 오르게 되었는지는 거의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는 단 한부분도 빼놓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으로 빚어졌다. 그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날씨를 뜻하는 ‘고양이’의 의미를 간결하고도 정확하게 기술할 방법을 고민한다.  -10쪽
 
사전 편찬에는 괴벽이 많다. 첫째로, 가장 기이하면서도 모든 전통 사전 출판사들이 일관적으로 따르는 관습은 사전을 결코 A에서부터 집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대로.  -165쪽

내가 『메리엄 웹스터 대학 사전』 11판을 위해 ‘take’를 손보는 데 한 달 가량이 걸렸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자 한 사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피터 길리버가 입을 열었다. “저는 ‘run’을 수정했지요.” 그는 조용히 말하고, 미소 지었다. “아홉 달이 걸렸습니다.” 테이블 곳곳에서 “세상에!”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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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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