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간을 담아내는 알렉스 카츠(Alex Katz)전

글 입력 2018.05.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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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Alex Katz)
아름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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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전을 계기로 처음 방문하게 된 롯데뮤지엄.

전시회 입구에 들어선 순간 뉴욕 거리를 옮겨 놓은 듯한 횡단보도가 있었다. 마치 시작부터 그가 만든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 들었다. 92세의 나이, 누구보다 오랜 시간 예술의 세계 그리고 세상을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그의 철학을 어떻게 작품에 녹여냈을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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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중심에 있는 <모델과 댄서> 시리즈는 검은색 바탕에 무용수의 얼굴과 검은색에 대비된 빨간 입술색으로 강렬하면서도 우아하게 대비되는 색의 효과를 준다. 카츠의 시각으로 담아낸 무용수 로라의 순간적 표정과 움직임, 섬세한 긴장감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인 듯 하다. 한 캔버스 안에 순간의 생동성을 위해 다양한 포즈와 느낌을 담아낸 것은 알렉스 카츠만의 독특함이 반영된 것 같았다.

'클로즈업-크롭'된 무용수 로라의 모습은 로라라는 인물을 포착한 것이지만, 로라 개인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는 카츠 특유의 초상작업과 맞물린다는 설명이 있었다. 움직임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리듬, 움직임 이면의 긴장감과 그 속의 고요함을 시각화하는 데 있는 것이다.

위의 첫번째 사진처럼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조형물로 두 세군데 설치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람자의 시선까지도 재미있게 일종의 작품으로 포함시킨 그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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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가 붉은색 배경에 수영복 모델이 인쇄된 광고 포스터를 보고 받은 느낌으로 제작했다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색감부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의 전시에 이어 두번째로 받은 느낌은 카츠는 임팩트를 주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색감의 사용과 대비가 특징적이고, 작품의 대상을 실제보다 확대하고 나열하는 방법을 통해 좀 더 동적인 느낌의 결과물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빨간 스포츠카를 탄 금발의 미녀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판타지를 연상시키는데, 이렇게 대비되는 두 색의 조합으로 코카콜라 그리고 미국이라는 하나의 이미지성을 작품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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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블랙 드레스와  CK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블랙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나열된 구도가 독특하고 예뻤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포즈만 같을 뿐 표정이나 머리스타일, 드레스 디자인도 각각 달랐다. 블랙 드레스와 캘린 클라인 작품은 공통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이 있다. 블랙의 우아한 느낌과 간결한 패션 디자인이 더해져 '카츠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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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실적이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에 변수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캔버스에 자루 걸레를 그린 사실주의 회화를 본 관람객은 현실에 있는 자루 걸레를 그림 옆에 가지고 와서 비교해야 하는 거죠. 저는 추상표현주의와 비슷한 화려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는 차이점이 있죠. 모든 사실주의 그림이 사실적인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는 사실은 없다. 개개인이 보게 되는 사실의 부분과 정도는 제각각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실과 추상의 경계는 모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 카츠의 작품은 현실의 패션과 동작의 모양, 표정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형태는 실제를 빼다 박은 것 같이 표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완전히 추상적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추상과 사실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역으로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카츠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 그림이 사실주의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사실과 정반대인 추상이라는 개념을 더해 사실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을 사실이 반영된 추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사실과 추상, 구체적이라는 작품의 느낌들이 카츠만의 색을 더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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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위주의 작품들 사이에서 나타난 실제 큰 나무들을 눈앞에 연상케 하는 이 대형 캔버스의 작품의 이름은 10:30 am이다. 실제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새가 날아다닐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나무 사이사이 빛의 모습을 실제와 같이 표현하고 실제 나무 크기 그대로 캔버스에 담아냈다는 이 작품은 아침의 맑고 밝은 에너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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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의 뮤즈로 몇 십년간 그의 작품에 등장했던 아내 '아다'의 초상회화는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이 묻어났다. 실제 그는 아다를 미국적 아름다움과 유럽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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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나오는 마지막 구간에 있던 이 글귀가 마음에 여운있게 남았다.

작품을 통해 본 알렉스 카츠라는 예술가는 특히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공통적으로 한 캔버스에 순간의 모습을 담아내 자신이 목격한 의미있는 사실들을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그것으로 사람들은 그의 시각에서 한 번 더 사실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곱씹게 된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곧 알렉스 카츠, 그 자체이다.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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