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단어에 둘러싸여 씨름하고 단어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일 : <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도서)

글 입력 2018.05.2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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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언어를 담아냅니다"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by. 코리 스탬퍼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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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ew >


  글을 쓰다보면, ‘이 단어가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를 쓰고 퇴고하는 과정 속에서 특정 단어에 꽂히는 일이 참 잦은데, 그럴 때마다 새삼스레 언어의 신비함을 곱씹게 되곤 한다. 아무래도 시는 언어가 함의하고 있는 기존의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전복시켜 이미지를 생산하는 예술장르다 보니, 경이로운 언어적 체험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날 사로잡는 단어는 ‘멎다’였다. 발음이며 의미며 정말 근사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시 창작은 어떤 측면에서는 ‘시인의 세계관’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전편찬’과 같다고 생각했다. 진은영 시인의 대표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서 시적화자가 ‘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라.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이미지로 승부를 봤다. 단어의 특정 개념에 함몰되지 않고서도 시인은 ‘시’를 표현할 수 있다. 아니 ‘시’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묘사한 셈이다. 이처럼 시인은 텍스트 너머 어딘가에 존재하는 ‘가능하고도 불가능한 미지의 발음’을 끝내 발화하는 사람이다. 생경한 그 발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반가운 표현을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이보다 더 ‘사전다운 사전’이 어디에 있을까 싶어 감탄하게 된다.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일이나 기존의 의미를 더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보는 행위는 삶을 체험하는 데 있어 굉장한 풍요를 안겨다주는 작업이자, 매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의지이고 성실한 태도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아무리 새롭고 참신한 개념을 발명 한다고 한들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의 의미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라는 복잡한 기호체계 속에서 어떻게든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인간인 이상, 텍스트와 세계 사이에 작용하는 강력한 인력을 끊어버리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가능하다 해도, 최소한의 소통조차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매일 숨 쉬듯이 사용하는 말, 말, 말. 주구장창 쉴 새 없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 말들의 의미를 교정하고, 탄생과 수명을 살피고,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하는 일은 누가할까? 시인보다 더 성실하게 단어들의 사회를 분석하고 범주로 묶는 자들은 대체 누구일까?
  
  어떤 단어든 일단 떠올린 후 사전을 뒤적거리며 뜻을 찾아보라. ‘와, 어떻게 이런 정확한 표현을 해냈을까?’ 혹은 ‘이게 과연 진실과 가까운 정의일까?’ 혹은 ‘언제부터 사람들은 이 단어를 일반적으로 알게 되었을까?’, ‘이 단어를 처음 발화한 사람은 지금 통용되는 뜻으로 말을 한 것일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사전을 편찬하는 현장은 굉장히 대단하고 수고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곳일 거라 여겨지지만, 상상을 해보려고 해도 너무 막연하고 막대한 일이라 도리어 아무런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여기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칸막이 책상에 앉아 종이 판지 맛이 나는 커피를 들이부으며 오직 단어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상” 그렇다. 저자 코리 스탬퍼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사전 편집자로 20년 넘게 일했다. ‘단어’에 관해서라면 그녀보다 더 프로패셔널한 인간이 얼마나 더 있을까.
   
  종일 시를 생각하며 여러 말들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노동자들에게 ‘단어’를 통찰하는 이 특별한 전문가의 애환은 가까운 동지(?)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단어에 둘러싸여 씨름하고 단어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일. 깊은 공감을 느끼며, 저자의 ‘적확한 표현’에 감탄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차례]

서문

1장. Hranfkell – 언어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관하여
2장. But – 문법에 관하여
3장. It's – ‘문법’에 관하여
4장. Irregardless – 틀린 단어에 관하여
5장. Corpus – 뼈대를 수집하는 일에 관하여
6장. Surfboard – 정의에 관하여
7장. Pragmatic – 예문에 관하여
8장. Take – 작은 단어에 관하여
9장. Bitch – 나쁜 단어에 관하여
10장. Posh – 어원과 언어적 기원주의에 관하여
11장. American Dream – 연도에 관하여
12장. Nuclear – 발음에 관하여
13장. Nude – 독자 편지에 관하여
14장. Marriage – 권위와 사전에 관하여

Epilogue – 끝내주는 일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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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원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옮긴이 : 박다솜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규격
142 * 211 * 21 mm

쪽 수 : 388쪽

발행일
2018년 5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5581-153-5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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