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스 카츠, 추상과 구상 사이

글 입력 2018.05.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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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전시장도 전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와 어울리지 않았던 전시장의 분위기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보는 내내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알렉스 카츠’의 전시장은 카츠의 대형 작품에 걸맞는 큰 규모의 장소와, 각 작품마다 어울리는 분위기를 매우 신경 쓴 점이 느껴졌다.
 
전시장 입구는 마치 뉴욕의 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뉴욕적인 작가’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는 ‘알렉스 카츠’를 떠올리며 ‘뉴욕’으로 떠난다.

 



가장 먼저 알렉스 카츠의 드로잉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때때로, 작품을 볼 때 그 시작점이 궁금해 질 때가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 ‘이 그림도 처음에는 선으로만 되었겠지?’ 본격적 작품을 보기 전에 작가의 드로잉 과정을 볼 때면, 보지 않을 때와 많이 다른 것 같다. 작업 과정을 알았으니, 좀 더 집중하게 되고, 궁금점도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색이 입혀 지기 전, 카츠의 작업 과정을 보게 됨으로써 그의 작품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함께 작품에 한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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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로라’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무용수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이다. 머리부터 목까지, 무용수의 대표적인 몸짓이나 동작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로라가 무용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눈빛, 웃음 그리고 선명한 목선을 통해서 말이다. 어두운 배경이 로라를 더 빛나게 해준다. 우리는 지그시 감은 눈과 얕은 웃음을 띈 로라의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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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된 ‘코카콜라’와 ‘CK’시리즈를 볼 수 있다. 그 중, ‘코카콜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로고하나 없이 코카콜라 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오직 빨간 배경으로 말이다. 그림 속에 금발의 여성은, 당장 코카콜라 광고 속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녀도 역시 무용수이다. 한 캔버스 안에 한 동작, 두 동작, 세 동작의 모습이 담겨 있다. 멀리서 보면 금발의 여성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크고 강렬한 빨간 배경, 그리고 여성의 몸짓을 보면 우리의 시선을 단연 한눈에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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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속옷을 입은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코카콜라와는 다르게, 검은 배경 속 흰색으로 쓰여진 ‘CK’의 로고는 단연 눈에 띈다. 그에 이어, ‘Black Dress’를 감상할 수 있다. 같은 블랙 드레스를 입은 다른 여성들의 모습. 단순하지만 세련된 모습인 블랙 드레스는 컷-아웃 작품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나무판을 모양에 따라 자르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붙여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나무판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컷-아웃의 시작이었던 알렉스 카츠. 컷-아웃은 본인이 붙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처음 본 컷-아웃 방식의 작품은 신기했다. 그림이 조각처럼 ‘살아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알렉스 카츠만의 확실한 스타일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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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의 초기 작품인 풍경화와 꽃은 전시에서 유일하게 초상화가 아닌 부분이었다. 그 중 작품명 “10:30 AM”은 단연 크기부터 눈에 띈다. 숲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초록색의 나무와 나뭇잎으로 가득 차 있다. 가까이 보면 그냥 붓터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발짝 물러나보면 숲 속 한 가운데 흩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며 “나는 ‘추상표현주의의 스케일을 가진 구상회화를 만들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나는 큰 규모의 효과를 알았다.” 라는 카츠의 말이 떠올랐다. 추상과 구상 사이. 그리고 관객으로서 직접 느낄 수 있었던 큰 규모의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전시의 끝은, 카츠의 아내이자 영원한 뮤즈인 ‘아다’의 모습으로 장식되었다. 인자한 웃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왠지 모르게 편안한 ‘아다’를 마지막으로 알렉스 카츠 전시가 끝이 난다.

 



전시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보는 내내 세련되고 현대적인 카츠의 작품이 즐거웠고, 큰 규모는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림, 그림 속 다른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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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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