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글 입력 2018.05.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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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당신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독서의 발견> 그리고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를 비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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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발견


책을 즐겨 읽진 않는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책보다 재미있는 다른 '많은 것들' 사이에서 고민한지 오래다. 지금도 재미있는 책을 고르게 되면 (주로 소설) 앉은 자리에서 금방 한 권을 읽기도 하지만, 편중된 독서는 옳지 않다며 집어든 심오한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그렇게나 힘이 든다.

다행히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책을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유영만 교수의 <독서의 발견>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는데, 저자가 책에서 말한 '자책自責'의 경험을 이번 독서를 통해 겪었다. 항상 어딘가에 연결되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뭔가를 검색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 산만'양이 바로 '나'다. 저자의 말대로 하루 종일 나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고뇌하며 진지하게 답을 찾아 나서는 '독서 시간'이 실종된 것이다. 이외에도 나와 같은 수많은 '나 바빠'군과 '너 산만'양에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곱씹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독서법대로 주목을 끄는 문장에 밑줄을 치며 열심히 독서했다. 이 책을 읽으며 1년 전에 읽었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하 이동진 독서법)이 생각나서 책장에서 꺼내들었다. 두 책을 비교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동진 독서법>도 한 번 더 읽었다. 두 책의 저자가 '책'과 '독서'에 관해 주장하는 내용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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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만 교수



독서란, 감미로운 고독


독서는 고독한 마음으로 정독하고, 느낀 점을 낭독하면서 써보며, 쓴 내용을 지독하게 실천하면 중독된 마음의 독소가 해독되면서 마침내 책의 내용을 해독하는 행위다.

- <독서의 발견>125p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한낮의 카페 한가운데 좌석에서든,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는 한밤의 방 한구석에 홀로 기대 앉아서든, 모두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 <이동진 독서법> 5p


두 책에서 말하는 '독서'는 고독한 행위다. 오랜 시간 고독하게 집중해서 읽는 것이며 책의 저자와 나누는 대화일 뿐만 아니라 세상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미로운' 고독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사색思索의 여행'은 고독하다. 책을 쓴 저자 역시 이 한 문장을 쓰며 나와 같은 고독을 느꼈으리라. 책을 쓴 자의 고독과 책을 읽는 자의 고독 사이에서 서로가 연결되는 것이다.



일단 읽자


책을 어떻게 읽지?

고민하기 전에 일단 읽자. 책을 펼쳐서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독서의 발견>과 <이동진 독서법> 모두 "책을 읽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한 권의 책을 집어 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문장을 읽고, 한 장을 읽고 그렇게 한 권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책을 두라고 한다. 책 읽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책을 들고 다니거나 혹은 가까이에 두며 '언제든지'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느려도 괜찮아


독서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우리는 궁금한 모든 것을 '검색'한다. 하지만 유영만 교수의 말처럼 "순간적으로 검색되는 정보에 기다림의 숙성은 필요하지 않다."(25p) 독서는 사색思索을 통해 호기심과 궁금함을 숙성시키는 과정이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책을 읽는다는 건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편하고도 체계적인 방법"(23p)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과의 만남, 저자와의 소통, 그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얼마나 빨리 읽는가'가 아닌 '얼마나 깊게 읽는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읽었다면 정리하자


두 책에서는 모두 책을 읽고난 후 반드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서의 발견>의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독서법 중 하나로 '3331 전법'을 소개한다. 저자의 핵심 메시지(Fact) 3개를 뽑고, 와 닿는 느낌(Feeling) 3가지를 적어보고, 실제로 내 삶에 적용해서 실천해볼(Fighting) 세가지를 나열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하나(1)의 통합 메시지로 정리해본다. 한 권의 책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들어있다. 책을 읽었다고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진 독서법>의 저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책을 읽고난 후, 글이나 말로 정리를 한다면 독서 체험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을 바꾸는 책은 존재할까?

<독서의 발견> 저자 유영만 교수는 책 한 권이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역시 고시체험 수기집을 읽고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이다. 반대로 이동진 평론가는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꾼 책이 내 인생까지 바꿀 리 없다고 이야기한다.

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상반되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이동진 평론가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건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연관되어 스스로 책을 읽고 느껴서 행동하는 것일 뿐이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유영만 교수가 읽은 고시체험 수기집이 훌륭한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유영만 교수가 스스로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저자는 모두 스스로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각자의 스타일대로 독서법에 대해 역설한다. 앞에서 설명한 두 저자의 독서법은 크게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유영만 교수보다 이동진 평론가의 접근법이 조금 더 부담없이 느껴졌다. '완독할 필요 없다' 혹은 '책을 숭배하지 마라' 등의 내용을 접하며 오히려 독서가 편해졌다. 반면 유영만 교수의 <독서의 발견>은 독서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현대인들의 독서 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무거운 주제로 느껴지기도 했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중요하는 것은 '읽기'다. 가볍게 읽든 무겁게 읽든, 일단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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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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