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FEATURE. 2주의 발견 vol. 5 : 5월 2-3주

페퍼톤스, 담소네공방, Offing, ADOY
글 입력 2018.05.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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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FEATURE. 2주의 발견 Vol. 5
: 5월 2-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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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 시즌 5에서는 2주마다 '2주의 발견'을 연재합니다. 2주동안 발매된 음악 중 인디 음악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들을 4-5곡 추천합니다. 격주로 월-화 중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지만 막상 어떤 음악을 들어야할지 막막하셨던 분들을 위해 우.사.인이 2주마다 신보를 정리하여 추천해드립니다. 인디뮤지션들의 음악이 위주로 소개될 예정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신보가 아닌 발매곡도 추천해드립니다.



* 페퍼톤스 - 긴 여행의 끝





'외로웠던 아득했던
머나먼 여행의 날들
기나긴 날 그 캄캄한 밤
난 언제나 너를 떠올렸어'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페퍼톤스가 3년 9개월 만에 신보 와 함께 컴백했다. 그간 페퍼톤스는 문제적 남자(이장원), 코드(신재평) 등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를 쌓으며 페스티벌을 포함한 다양한 공연으로 음악팬들을 만나왔다. 싱글 '캠프파이어'를 발매한지도 2년 만이다.

앨범은 병렬적 서사구조로 아홉 트랙의 노래에 각기 다른 화자, 다른 스토리를 담아 페퍼톤스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긴 여행의 끝'은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페퍼톤스의 느낌이다. 힘찬 에너지를 담아 감성적이지만 우울하지 않다. 페퍼톤스는 이 곡이 4집 '행운을 빌어요'의 답장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행운을 빌어요'가 떠나보내는 이의 작별 인사라면 '긴 여행의 끝'은  돌아온 이의 그간 그리웠던 사람에 대한 고백인 셈이다.

라이브 앨범을 포함하여 도합 4장의 앨범, 그리고 수많은 공연에서 합을 맞춰온 세션 Jane(기타), 양태경(건반), 신승규(드럼)과의 합도 완벽하다. 10년 전,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답다'고 노래하던 청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풋풋함을 노련함과 깊은 감성으로 조금씩 바꾸어왔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청춘, 조금은 투박한 원석 같은 열정이다. 이것이 긴 시간 페퍼톤스의 여정을 함께하는 이유다.



* 담소네공방 - 그네





여성 듀오 뮤지션에게는 으레 기대하거나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담담한 노래, 피아노 혹은 기타의 심플한 반주, 공감 가는 가사. 피곤하고 힘든 날 잠들기 전 듣기 좋은 노래. 대표적으로 '달에닿아'나 '스웨덴세탁소'를 꼽을 수 있겠다. 담소네공방의 음악은 위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악들이었다. 이러한 음악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스웨덴세탁소와 달에닿아의 노래를 좋아한다. 하지만 다소 뻔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담소네공방의 '그네'는 그간 담소네공방이 선보인 음악과는 조금 다르다. 말하자면 그간 선보인 순수한 소녀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툭툭 던지듯 부르는 보컬과 밀고 당기는 리듬은 심지어 유혹적이다. 자신을 그네에 비유한 가사도 톡톡 튄다. 그네처럼 상대에게 흔들리며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지만 제발 나를 좀 당겨달라 말하는 태도가 도도해서 더욱 끌린다.


'나는 또 멍청하게 흔들리잖아
오늘도 붕 뜬 맘에 정신을 좀 잃어요
내가 이렇게 판단이 흐렸었나
좀 바보같네'


음악을 통해 꾸밈없는 생각을 들려주고 싶다는 담소네공방은 이번 앨범으로, 특히 '그네'로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영역을 넓혔다.



* Offing - Mushroom Wave





몽환적인 중독성이다. Offing의 디지털 싱글 'Mushroom Wave'는 울렁울렁, 꿀렁꿀렁,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를 노래한다. 처음 귀를 사로잡는 것은 반복적인 베이스다. 네 개의 음을 정확한 박자에 두 번씩 튕기는 단조로운 베이스가 이 곡의 매력을 안내하고, Offing 특유의 보컬이 중독적인 몽환의 세계로 이끈다. 동일한 베이스의 반복 위에 여러 겹의 보컬을 쌓고, 무심한 목소리와 창법으로 일렁이는 눈앞 장면을 묘사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몹시 독특한 경험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어딘가 취한 듯한 기분이 든다.


'울렁 울렁 커튼이 울렁울렁
모두 모두 자는데 울렁울렁'


Offing은 2014년 2월, 술에 취해 암스테르담 숙소에서 바라본 커튼에서 멜로디가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암스테르담은 서울과 달라서 아무리 번화가라도 밤 12시가 넘어가면 고요하다. 동절기에는 4-5시면 해가 지기 때문에 사실 10시만 넘어가도 아주 조용한 분위기가 된다. 그런 밤, 술에 취해 숙소에 누워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히 흐려둔 채 일렁이는 커튼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몽환적이다.

발매한 곡이 총 6곡밖에 되지 않는, 2017년 7월에 데뷔한 신인 뮤지션이지만 처음 발매한 'Birthday Harlem'은 벌써 멜론 하트 수가 800을 돌파했다. 무심함과 자조적임 속의 유머는 총 6곡의 발매곡을 관통하는 코드다. 취하고 싶은 밤, 취할 수 없는 밤에 맥주 한 캔 대신 가만히 누워 찾아들을 노래.



* ADOY - Young





작년 데뷔한 밴드의 곡들 중 가장 취향인 곡을 고르라면 고민하지 않고 ADOY의 'Grace'를 꼽을 것이다. 음악 장르부터 보컬의 능력, 밴드의 연주, 사운드, 앨범 커버까지 완벽했다. 왠지 밴드에겐 그들 나름의 엉뚱함을 기대하는데, 보컬 오주환이 기르는 고양이 이름 YODA를 뒤집은 것이 ADOY, 밴드 이름이라는 점조차도 마음을 뺏어가기는 충분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ADOY를 청춘과 젊음의 잔상이라 소개했다. 이 구절에 더없이 공감한다. ADOY의 음악은 젊음을 노래하지만 어딘가 아련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젊음, 에너지, 활기보다는 손 틈에서 빠져나가는 모래를 보듯 젊음을 관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부지런한 음악 작업 덕인지 그들은 벌써 2집을 준비하고 있다. 'Young'은 2집의 선공개곡이다. 곡을 관통하는 정서는 꿈같은 젊음이다.


'Is this feeling just my dreaming, we would never know
Let me take you away to cities you would never go
꿈인지 아닌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당신을 데려갈게요'


내게 젊음은 꿈같은 이야기다. 꿈을 꿀 때는 내가 꿈 속인지 모르니까. 꿈에서 깬 후에야, 아 그게 꿈이었구나. 그땐 그랬었지. 그리고 때로는 '참 좋았었지'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난데없는 등장인물과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조합이지만 말이다.)

Young을 노래하는 ADOY는 꿈같다. 현실 같지 않고, 또 노래하는 이들도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이 노래를 듣는 당신을 달콤하고 편안한 젊은 나날의 한가운데로 이끈다. 비록 3분 39초의 노래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지만. 그저 에덴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이 노래와 함께 한없이 누워있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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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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